한국일보

‘홈 에퀴티 라인’ 삭감 날벼락

2008-05-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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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병원비·생활비… 돈 쓸곳 많은데

워싱턴 뮤추얼·캐피털 원 등 은행
고객 수십만명에 통보 파문
합리적 기준·예고 없이 실시
“서브 프라임 부실 떠넘겨” 반발

홈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HELOC)은 집 있는 가정의 주된 자금원. 에퀴티 라인이 있어 주택 리모델링도 하고, 사업체를 매입해 생업을 영위하기도 한다. 갑작스레 발생하는 자녀의 대학 학비나 병원비도 에퀴티 라인이 열려 있다면 무사히 넘길 수 있다. 가정 경제에서 실로 요긴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많은 가정의 든든한 돈줄인 이 에퀴티 라인을 최근 주요 은행들이 예고 없이 동결하고 있어 파장이 크다. 라인 축소 동결은 전국에 걸쳐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워싱턴 뮤추얼과 인디맥 은행, 캐피털 원 그린포인트 모기지 유닛 등 주요 은행들은 최근 전국 수십만명의 주택 소유주들에게 홈 에퀴티 라인을 동결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주택 가치가 하락하여 크레딧 라인을 축소 동결한다는 내용이었다.

주택시장 악화로 주택가치가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들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나치다며 소비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융자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고 자기 방어 차원에서 크레딧을 축소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주택가치가 소폭 하락했을 뿐인데도 라인을 반으로 잘라버리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것. 잘못은 자신들이 해놓고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불만도 높다.

은행들이 계약에 의해 언제라도 크레딧 라인을 축소할 수 있고 또 전국 많은 지역에서 주택 가치가 하락, 더 이상 손실을 입지 않기 위한 자구책 차원에서 크레딧 라인을 축소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한 지역에서도 라인이 동결되고, 주택가치가 얼마 하락해서 크레딧 라인이 이렇게 축소했다는 설명이 없어 소비자들의 항의와 전화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에퀴티 라인 축소로 가정 경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소비 및 투자위축으로 전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고유가, 식품가 앙등, 주택시장 둔화 등으로 가뜩이나 허약한 경제에 소비는 더 위축될 것이다.

가정 경제는 직접적인 지장을 받게 됐다. 에퀴티 라인을 열어놓고도 필요 없어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경우라면 라인을 갑자기 줄여도 별 탈은 없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는 당장 피해를 입게 됐다. 에퀴티 라인을 믿고 리모델링을 진행중이었거나, 사업체를 매입 중이었던 주택 소유주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고, 에퀴티 라인으로 대학 학자금을 지불하려던 학부모나 병원비를 지불하려던 일부 소비자들도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에퀴티 라인으로 현금 흐름 갭을 메워왔던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도 타격이 크다.

은행들은 크레딧 라인을 축소시키면서도 에퀴티 라인 개설 때 부과했던 수수료는 돌려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5만달러 크레딧 라인 개설 때 통상적으로 수수료 1,500달러를 받아갔는데 라인을 2만5,000달러로 축소한다면 수수료 750달러라도 돌려줘야 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은행들은 수수료 일부를 되돌려 줄 생각은 전혀 없는 듯하다.

에퀴티 라인 축소는 크레딧이 우수한 소비자의 크레딧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예를 들어 크레딧 라인이 5만 달러인데 2만5,000달러의 밸런스를 갖고 있다면 라인 대비 실제 사용액이 절반이지만 크레딧 라인이 반으로 줄어든다면 라인 전체인 100%를 쓰는 셈이어서 개인의 크레딧 점수는 나빠지게 된다.


인디맥 은행을 거래하는 남가주의 한 소비자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인디맥 은행의 홈 에퀴티 구좌가 일시 동결됐음을 통보하게 돼 유감입니다”란 편지를 받았다.

주택가치가 약간 하락했을 뿐이며 부부 모두 크레딧이 탁월하고 에퀴티 라인에서 전혀 인출하지도 않았는데 라인이 반으로 동결됐다.
모기지 페이먼트를 늦게 하거나 크레딧을 해할 어떤 연체도 없었다는 그는 라인 사용을 위해 수수료도 지불했는데 느닷없이 잘라버려 어이없다고 말했다.

인디맥 은행은 주택가치가 융자를 내줄 때의 감정가치보다 훨씬 아래도 하락해 크레딧을 동결했으며 매 분기마다 재감정을 하여 개선되면 동결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뮤추얼 은행은 고객 크레딧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라인 축소 결정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의 신청 절차도 운영중이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라인 축소 근거가 궁금하다. 집 가치가 얼마나 떨어져 라인이 이렇게 떨어졌다는 설명이 없어 답답하다. 통상적으로 에퀴티 론이나 라인을 열 때 정식 감정을 하지만 이번 기존 라인 축소에는 아무런 감정도 하지 않고 은행들이 일방적으로 대폭 잘라버렸다는 비난이 높다.

심지어 주택가격이 상승한 지역의 홈 오너들도 크레딧 축소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은행들이 주택가치 하락을 핑계로 자기 방어에만 열중한다는 인상이 짙다.

실제로 2007년 마지막 분기 중 중간평균 가격이 상승했던 11개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많은 주택 소유주들도 라인 축소 통보를 받았다.
워싱턴주 야키마, 위스콘신주 애플턴, 노스캐롤라이나 랠리-캐리 지역, 일리노이주 샴페인-어바나 지역은 주택가격이 올랐지만 상당수 주택 소유주들이 라인 축소 통보를 받았고, 집값이 전과 다름없는 지역 주민들도 상당수가 크레딧 동결 통보를 받았다.
은행들이 Zip 코드나 동네 또는 지역을 선정하여 라인을 일률적으로 축소 동결했다는 의혹이 짙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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