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성시대의 패션- 로렐 이야기

2008-05-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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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의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 중에 눈에 띄는 한 명이 있었습니다.

로렐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늘씬한 키와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발의 고수머리를 가진 전형적 미인 스타일이었습니다. 입체 재단을 배우던 그녀는 언제나 조용히 자신이 할 일에 몰두하였고 스케치 클래스는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수업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녀를 관심 있게 지켜보니 다른 어느 학생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머캠프 클래스가 거의 끝나갈 무렵 그녀와 대화할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제 생각에 그녀는 분명히 어떤 곳에서 패션에 대한 공부를 했을 것이라는 짐작으로 저희 학교의 정규 프로그램을 권유하고 싶어 자리를 마련하였던 것 입니다.

제 권유에 그녀는 공부는 계속하고 싶지만 학사학위보다 1년제 수료 프로그램을 원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녀가 입학한 후 안 사실이지만 로렐은 이미 비즈니스 계통의 학위가 3개나 있었으며 영국의 유명한 패션학교에서 수학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로렐의 학비를 지불하러 오신 그녀의 어머니를 뵐 기회가 있었고 변호사를 직업으로 가진 로렐의 어머니는 딸을 위해 무슨 일이든 지원하고 격려하는 분이셨습니다.

학기가 시작되고 몇 주 후부터 그녀는 조금씩 같은 반 학생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며 자신의 지난 얘기와 비전을 얘기했습니다. 당시로부터 5년 전, 로렐은 로스앤젤레스의 수준급 패션학교에 입학하여 공부를 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던 중 어떤 과제물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숙제를 제대로 못해간 상황이 있었고 그 당시 그녀를 가르치던 디자인과 선생님이 로렐에게 감정적으로 대하여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단순한 이해부족에 의한 결과에 대해 패션 디자이너가 될 자격이 없다는 선생님의 심한 얘기는 그녀를 충격으로 몰아넣었고 자신감과 꿈을 잃게 하였습니다. 로렐은 그 사건 후 패션 공부를 떠나 몇 년간 다른 공부에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학업을 성취한 후 로렐은 다시 예전의 자신을 찾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가 일년간 패션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예전의 충격에 의한 잠재의식 때문에 결국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과목이 아닌 예술분야의 학생들은 대부분 감수성이 예민하고 정서감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더욱 신중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 교육을 하는 사람들의 의무입니다. 3개월의 학기를 열심히 공부를 마친 로렐이 새 학기를 시작할 무렵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녀는 앞으로 3개월 학기를 마치고 뉴욕으로 가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겠다는 생각을 피력했습니다.

저는 로렐이 학교나 저에게서 실망한 일이 있어 학업을 중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에 물어보았지만 그것은 제 기우였습니다. 3학기의 분량을 한꺼번에 공부하던 그녀는 피곤에 지쳐 몸살을 앓으면서도 수업을 빠지지 않는 목표에 대한 정열을 불태웠고 그녀의 의지를 본 선생님들도 쉬는 것을 마다하고 로렐을 가르치는 모습은 바로 선생과 학생이 어우러져 목표를 성취하려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학교에 조금씩 정이 들 무렵 그녀는 떠나게 되었지만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앞서가는 패션 디자이너로 미래에 자신의 브랜드를 내어 거는 거목으로 성장할 것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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