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프린스턴 건축학과 출신 디자이너 크리스틴 리

2008-04-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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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접목‘패션의 반란’

졸업반때 디자이너 메리 핑 만나 일하면서 진로 전환
작년 여성 의류 ‘크리’출시 혁신적 아이디어로 주목

지난해 여성의류라인 ‘크리’(CRHEE)를 출시해 패션계를 주목시킨 신인 디자이너가 있다. 프린스턴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패션 디자이너로 변신한 크리스틴 리(사진)씨다. 강하고 지적이고 복잡하지만 모던하면서 시간을 초월하는 느낌, 클래식하지만 판에 박히지 않은 입을 수 있는 옷이 그녀가 추구하는 목표이다.


5년 동안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건축의 명문 프린스턴대에서 공부하면서도 패션에 대한 열정을 강하게 느꼈다는 그녀는 졸업반 때 패션디자이너 메리 핑을 만나 패션계에 발을 디뎠다.

“어릴 적부터 패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메리 핑과 일하면서, 건축 디자인을 좋아하지만 패션 디자인 만큼 사랑하진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죠. 졸업 후 린 브레슬린 건축가 사무실에서 일하면서도 건축가로 살아갈지 아니면 패션 디자이너라는 모험을 택할지 갈등이 심했어요.”

건축과 패션은 멀고도 가까운 사이. ‘디자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건축은 건물을, 패션은 사람을 입힌다. 라이프스타일 중 가장 무게감이 있고 딱딱한 디자인이 건축이라며, 패션은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디자인일 수 있다. 그녀는 오랜 고민 끝에 건축적 지식을 패션에 활용하겠다는 결심으로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택했다.

2007년 그녀의 이름 첫 글자와 성을 조합한 여성의류 ‘크리’(CRHEE)를 출시하고 ‘윈드 터널’(Wind Tunnel)이라는 테마로 2007년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였다. 반응은 무덤덤했다. 그러나 그녀가 지닌 패션의 혁신에 관한 결심과 비전은 확고했다. 패션에서 형태와 패브릭의 혁신적인 창조는 순식간에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기에 각오했던 바였다. 건축가 고든 마타 클락과 영화감독 왕가위의 미학을 사랑하고 모던한 감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표출해내는 패션 디자이너 하이더 애커만, 라프 시몽스, 프린을 존경하는 그녀는 스스로의 철학을 담은 컬렉션을 시즌 마다 선보였다.

“‘크리’가 내게 너무나 개인적이고 소중하기에 매 컬렉션마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크리’와 내 자신이 함께 성장해가는 거죠. 여름 컬렉션을 디자인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제 ‘크리’라는 라벨로 내가 지닌 혁신적 아이디어를 말하리라 다짐했죠. 이것이 크리(CRHEE)가 지닌 미학이기도 합니다.” 그녀가 ‘컬렉터’라는 테마로 선보인 2008년 크리 봄·여름 컬렉션은 오피스 룩을 하나의 틀로 정하고 동시에 오피스 드레스 코드를 파괴하는 디자인을 시도했다. 클래식 오피스 룩이면서도 블랙, 화이트, 그레이 등 모노크롬 컬러를 겹쳐 입는 레이어드룩에 패션계는 호의를 보였다. 오피스 레이디 룩의 반란. 그러나 이유 있는 ‘크리’의 반란이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든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Chris Grace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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