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금 살까” 집 “기다릴까”

2008-04-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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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가격 폭락·이자율 최저… 최상의 바이어 마켓
■“기다려라”
시장 아직도 하락 추세… 반등 시간 오래 걸려

부동산이 믿을 만한 투자라는 것은 상식. 일단 사서 묻어두면 재산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을 선호한다. 주식 등 다른 투자에 비해 거의 실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치 않다. 그런 상식적인 잣대로 판단할 때가 아니다.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와중에 뛰어들면 그만큼 손해를 본다. 지난 한해 전국의 단독주택 가격은 평균 13%나 급락했고 인랜드 등 남가주 일부 지역에서는 살벌할 정도로 폭락했다. 가파르게 하락한 만큼 집값이 전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져 바이어를 유혹한다. 그러면 지금은 부동산에 투자할 시점인가? 두 가지 견해가 팽팽하다. 전국부동산협회(NAR)는 “엄청나게 떨어졌기 때문에 지금 최상의 바이어 마켓이 형성됐다”고 강조한다. 헐값으로 살 수 있고 이자율은 45년래 최저에 근접했고 주택 공급은 넘쳐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을 펼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지금 부동산 시장이 회전 낙하할 뿐이라고 말한다. 시장이 반등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며 따라서 지금은 부동산에 투자하기에는 적절한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엇갈리는 주장이지만 각각 새겨 봐야 할 지혜가 담겨 있다. 원론적인 장세 파악보다는 과연 자신에게 적절한 투자 환경이 조성됐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누가 지금 사야 하나
두 사람이 버는 경우 지금 집을 사야 한다고 노스 브룩 은행의 조지 카이저는 조언한다. 자산이 넉넉하고 크레딧 점수가 680점 이상인 경우도 집을 사야 한다.
세입자로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도 집 사기 좋은 때라고 콜드웰 뱅커의 스캇 로즈는 말한다. 전에는 갖고 싶어도 비싸서 못 샀지만 지금은 헐값이 많다. 고가 저택을 꿈꿨지만 비싸서 주저했던 경우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지금이 좋은 기회다. 전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다.
고가 저택을 찾는 바이어들이 줄어 고가 저택 소유주들도 최근 가격을 많이 내렸다. 매입할 여력이 있고 융자 자격이 된다면 3~4년 전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상의 경우에도 신중해야 한다. 현명하게 샤핑하고 리스크를 피하고 능력이 되는 부동산을 사야 한다. 모기지 페이먼트와 보험, 세금을 포함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경우에 매입해야 한다.
크레딧 점수가 낮을 경우에는 융자 때 곤란을 겪을 수 있다. 다운을 20% 이하로 할 경우 좀 더 높은 이자율을 낼 각오를 해야 한다.


▶지금 사면 안 되는 경우
가격이 좋지만 모든 사람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할 때는 아니다. 주택 매입 여부는 여러 가지 요인이 고려돼야 한다. 시장이 좋을 때든 나쁠 때든 딱 부러지는 기준은 없다. 집을 소유하면 세금 혜택 있지만 그것만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며, 다운, 페이먼트, 자산 및 부채 액수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현 시장에서 집을 사서는 안 되는 사람들도 있다. 은퇴 부부가 현재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옮길 생각인 경우 지금은 움직일 때가 아니다. 시장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다. 제 값 못 받고 팔아서 싼 집으로 옮겨봐야 득은 적고 실이 크다.
또 시장이 하락하기 전에 에퀴티가 20% 이상 있어 개인 모기지보험(PMI)을 낼 필요가 없는 사람도 지금 집을 바꾸면 약간의 손실은 감수해야 한다. 주택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비슷한 집이나 더 큰 집을 살 경우 20% 이상 다운할 수 없어 PMI를 내야 한다. 주택시장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지도 모르니까 어려운 시기를 버텨낼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직업이 불안한 사람도 안정적으로 바뀔 때까지는 집을 매입해서는 안된다.
불확실한 미래 수입을 가상하여 집을 매입한다면 문제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전업을 고려중이거나 결혼, 2~3년 내 이사할 계획인 경우도 지금 집을 사지 말고 뒤로 미루는 편이 현명하다. 전매 차익을 노릴 경우도 집을 사서는 안 된다. 주택이란 장기투자인데 1~2년 살 계획이라면 계속 세 들어 살아야 한다. 크레딧 카드 부채가 많은 경우도 지금 집을 사면 안 된다. 크레딧부터 먼저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다.

맞벌이·크레딧 좋은 세입자 사도 돼
단기 차익 노리단 되레 손해 볼 수도

▶기다리면 안 되는 이유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그 때는 이미 때를 놓쳤을 것이다. 이자율이 지금처럼 낮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좋은 매물이 지금처럼 풍부하지 않게 될 것이다. 또 주택시장이 언제 바닥을 털고 일어설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근 주택시장의 움직임에는 미묘한 변화가 오고 있다. 가격이 하락하지만 판매도 이뤄지고 있다. 판매가 슬슬 살아나면 가격이 앞으로는 더 많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자율도 하락하고 있다.

▶차압 주택 매입?
차압 주택이 넘쳐난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280만채가 쏟아져 나왔다. 차압 주택 매입은 모험이다. 헐값이지만 싸게 산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오랫동안 방치돼 돈이 많이 들어갈 수도 있다. 차압 주택 시장은 원래 전문가들의 무대다. 사기 전에 전문 인스펙션을 받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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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고 크레딧 점수가 680점 이상인 세입자는 지금 사도 괜찮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땅이나 상업용 부동산은?
지금은 땅을 매입하기에 대단히 좋은 때다. 많은 주택 건설업체들이 과잉 보유한 자산을 털어내기 위해 급급하기 때문에 주거용 부지를 살 계획이었다면 지금이 좋은 때다. 하지만 땅에 투자하려면 땅을 안고 좋은 시절이 올 때까지 버텨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 상하수도는 들어와 있는지. 조닝은 어떤 종류인지 알아 봐야 한다. 위치뿐 아니라 부지 용도도 중요하다. 땅을 매입할 경우 은행은 땅의 위치와 매매 가격에 따라 30~60%의 에퀴티를 요구한다. “3~5년 전에는 있을 수 없는 가격으로 땅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면 그 땅을 사라”고 얼라이언스 에퀴티의 벤 라인버그는 조언한다. 그는 부풀려졌던 시장이 현재 조정 중으로 앞으로 12~18개월 안에 땅을 매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며 만약 경제가 리세션에 들어간다면 더 좋은 투자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업용 주거 부동산의 경우 콘도보다 임대용 건물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세대 부동산도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하락시장에서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주택시장 회복 시기는?
전국 부동산협회는 그 시점이 올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어들이 바겐만을 찾고 있어 회복의 시점을 정확히 집어내기란 어렵지만 안정을 찾아간다는 시각이 많다. NAR은 앞으로 6개월 안을 매입의 기회로 보고 있다. 아직도 멀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주택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가치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1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주택 재고가 사상 최고로 넘쳐나고 있기에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가 어렵다. 1,790만유닛이 주거 가능한 상태이며 차압주택도 기록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집을 매입해도 좋은 상황이라도 현재 갖고 있는 집을 처분하기 전에는 먼저 다른 집을 매입하지 말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주택시장 회복 시기에 대해 2008년 하반기부터라는 전문가도 있고 2009년 전반기 이전에는 어렵다는 기관도 있다. 대통령 선거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각자 자신의 사정에 맞게 판단해서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자율 인하와 연방 정부의 경제 촉진 조치들이 효력을 발하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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