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부동산과 세금(1)

2008-04-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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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세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개인 주택을 소유하거나 커머셜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간에 해마다 내는 재산세와 소득세의 범주 안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고, 더구나 요즘 같이 차압(foreclosure)과 숏세일(short sale)이 많아진 경우, 달라진 세법에 대해서도 한번쯤 눈여겨보는 건 어떨까?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 시세는 상상하기 힘든 만큼 올랐고, 그 대열에 빠질 새라 무리를 하며 뛰어든 사람들도 꽤 많았다. 재산세와 이자가 수입에서 공제되고 세금혜택을 받는다는 것도 솔깃했다. 은행이나 융자회사들은 거침없이 돈을 빌려주었고 여기저기 ‘집들이’ 하느라 웃음꽃이 피었었다. 이때 이미 경제학자들은 지금의 상황을 예고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보통사람들이 알기 힘든 수백 가지의 융자 프로그램은 우리를 기만하기에 충분했고 조건들을 따지면 바보 취급을 했다. 무조건 따라했다. 어찌 보면 모두가 미쳐 있었다. 온 미국이 미쳐 있었다. 몇 달 사이에 월 페이먼트가 오르고, 네거티브 융자조건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채무액이 늘어나고 구입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재산세는 감당이 안 되고…. 그리고는 올 것이 왔다. 서브프라임 위기로 은행이 넘어가고 경기가 사라지며 선량한 서민 주택 구입자들은 그동안 애써 가꿔왔던 집들을 버려야 했다. 꿈도 따라 버린 이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제 다시 시작해 보는 마음가짐이다. 어려움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경험했고 배웠다. 밀린 페이먼트 때문에 은행으로부터 차압통지서를 받고 숏세일로 은행과 채무액수를 조정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럴 때 우리는 탕감 받는 채무액이 세금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한번쯤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다 잃어버렸는데 그까짓 세금쯤이야 할 수도 있겠지만…….

‘Mortgage Forgiveness Debt Relief Act of 2007’은 말 그대로 탕감된 융자액의 세금면제 실시 법령이다. 왜 이런 게 생겼을까? 빚이 탕감되면 수입으로 처리가 되고 그에 따른 소득세를 내야하는 게 원래 미국 세법이다. 그런데 이번의 금융대란은 몇몇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과 온 세계를 흔드는 긴급하고도 중대한 상황이어서 정부가 내놓은 구제책으로 2007년 12월 20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법인 것이다. 물론 있던 법을 새롭게 조정한 것이다.

그런데 모든 빚이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자기가 소유하고 주거지로 사용하고 있는 주택(principal residence only)에 한해서만 해당되는 혜택이다. 집을 사거나 시공을 할 때 받은 융자액수나 재융자를 받았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즉 투자용 부동산의 융자액이나 크레딧 카드, 자동차 융자 등의 빚 탕감은 해당되지 않고 그것들은 기타 수입으로 과세대상이 된다.

이 법은 갑자기 늦게 생긴 법이라서, 겨우 반달 전인 지난 3월에야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전달됐다. 양식 982의 달라진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 시스템은 IRS나 세금보고 작성자들도 이제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은행은 1월 말까지 1099-C(Cancellation of Debt)를 보내고 납세자는 정규 세금보고에 ‘Form 982’를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세금은 내지 않지만 보고는 해야 한다. 이 법은 2007, 2008, 2009년까지 3년 안에 받은 소유 주택의 빚 탕감에 한해서 세금면제를 받게 된다.

사람들이 이런 세금을 유령세금(phantom tax)이라 이름 지었다. 불경기로 직장을 잃고 설상가상으로 집까지 빼앗겼는데 거기에다 세금을 붙이다니…. 다행히 정부가 빠른 움직임으로 유령을 쫓아내고 이런저런 방법으로 복귀의 방법을 찾고 있으니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되는 셈이다.

주택 투자에 있어서 더 좋은 법은 이익을 남기고 주택을 팔 경우, 부부에게 주는 50만달러(싱글에겐 25만달러)까지의 소득세(capital Gain tax)를 감면해 주는 법이다. 이 세법은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으며 자산을 늘려갔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사이에 집을 사고 판 많은 사람들이 실로 실감나게 누린 혜택이었다.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사항은 투자용 부동산에서 손실을 본 경우는 전체 소득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주거용 주택을 팔아서 손해를 본 경우에는 아무런 세제상의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투자용, 수익성 부동산의 손실과 달리 개인용도의 자산, 예를 들어 주택, 자동차등의 손실은 소득액과 상쇄가 되지 않아 전혀 세금 혜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겠다.

지금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때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 우리가 질 수는 없다. 지혜와 용기, 그리고 서로 위로하며 잘 견디어 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다음에는 투자 부동산과 세금에 관한 얘기를 나누려 한다.

(323)541-5603
로라 김
<원 프라퍼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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