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쳐 팔까? 그냥 팔까?

2008-04-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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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는 집 카펫·페인트 공사 필요한데

집한 채를 물려받게 돼 처분하고 싶은데 상태가 좋지 않아 손 볼 곳이 더러 있다. 밖은 그런 대로 봐 줄만 하지만 내부는 많이 더러워진 상태라 거주하려면 페인트와 카펫 정도는 새로 해야 한다. 돈을 들여서 새로 카펫을 깔고 페인트를 해서 팔아야 할까, 아니면 있는 그대로 ‘as is’로 팔아버리는 것이 나을까.

집을 팔려고 하면 반드시 부딪치게 되는 문제지만 요즘처럼 집 팔기가 몹시 어려운 때에는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좀 번듯하게 꾸며서 시장에 내놓으면 값을 제대로 받을 테지만 당장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하고, 그냥 as is로 팔려고 하면 집값이 왕창 깎이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컨트랙터에게 물어봐도 브로커에게 물어봐도 대답은 달라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어떤 편이 현명한 선택일까.


예전엔…
적은 액수로 새 단장 가능
손질한 후 파는 것이 이익

요즘엔…
집 상태보다 가격이 중요
싸게 팔려면 안 고쳐도 돼

보통의 경우라면 시장에 내놓기 전에 돈을 들여 고치고 단장하는 편이 낫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단장을 하면 집이 좀 더 멋지게 보인다는 것이다. 집이 그럴싸하게 보인다는 것은 집을 팔 때 아주 중요한데 대부분의 바이어들은 집을 고치고 단장한 다음에 집이 어떤 모습이 될지 잘 그려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바이어 생각에는 새로 카펫을 깔고 칠을 하면 돈이 많이 들 것이라고 상상하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셀러는 바이어가 상상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단장을 할 수 있다. 보통 때라면 고쳐서 파는 편이 이익이다.

그러나 지금은 보통 때와는 전혀 다르다. 주택시장이 극도로 침체돼 있기 때문에 통상적인 접근으로는 안 통한다. 지금은 집의 상태보다 가격이 훨씬 중시되는 시절이다. 집값이 높은 동네도 마찬가지다. 집 상태가 좋고 보기에도 좋다면 좀 더 받고 팔 수 있겠지만 상태가 좋은 집들도 동네나 상태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제시해야 겨우 팔리고 있다. 팔려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이다. 어차피 싼 가격이 먹히는 시절이라면 돈을 더 들이지 말고 그냥 그대로인 채 가격을 돋보이게 내려서 시장에 내놓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다른 전략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팔지 말고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버텼다가 회복되면 좋은 값에 파는 것이다. 세를 줄 수도 있고, 집을 비워 둔 채로 버틸 수도 있다. 이 방법은 집을 보유하는데 따르는 비용이 문제이긴 하지만 만약 큰 부담 없이 어려운 때를 통과할 수 있다면 시장이 회복됐을 때 판다면 그 동안의 비용을 보상하고도 남을 것이다. 물론 이 전략은 모기지 페이먼트 등 비용 부담이 없거나 낮을 경우에 써 볼 수 있다.
세를 주거나 비워 둔 채 버티는 것 모두 이상적인 전략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세를 주면 입주자 선택에서부터 시중들기까지 그에 따르는 번거로움이 많다. 비워 둬도 골치가 아프다. 집이 빈 채로 방치하면 절도 피해나 훼손을 당하기 쉽다. 또 두 경우 모두 세금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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