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마을인데도 코냑의 밤거리는 너무나 조용하다.

‘메트르 드 쉐’의 비밀

프랑스 남서부의 작은 시골마을이 세계의 코냑시장을 지배

파리에서 보르도행 기차를 타고 2시간쯤 내려가면 앵골렘이라는 작은 도시가 나온다. 여기서 다시 완행기차를 바꿔 타고 대서양쪽으로 1시간 달리면 18세기풍의 작은 마을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가 바로 코냑의 생산지인 코냑(cognac)이다. 코냑은 포도로 만든 브랜디다. 그런데 코냑에서 생산되는 브랜디만이 ‘코냑’이라고 불릴 수 있다. 법으로 그렇게 정해져 있다. 우니블랑 등 코냑에서 재배된 포도이어야 하고, 코냑에서 만든 구리 증류기로 두 번 증류시켜야 하며, 무엇보다 코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제품이어야 한다. “모든 코냑은 브랜디이지만 모든 브랜디가 코냑은 아니다”라는 말로 코냑은 자신을 구분한다.

인구 2만명인 코냑에는 동양인이라고는 중국 식당을 경영하는 두 가족밖에 없고 흑인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기자가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모두들 신기한 눈으로 쳐다볼 정도며 주민들이 다정다감하고 친절했다. 외국인에 무관심한 파리지앵과는 너무나 달랐다. 마을 전체가 18세기풍의 건물로 고색찬연하다. 이 작은 마을이 세계의 코냑 시장을 지배한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코냑의 다운타운인 프랑수아 광장. 코냑에는 아프리카인과 동양인이 거의 없으며 주민들의 생업이 전부 코냑 제조와 연결되어 있다. 만사를 천천히 처리하는 것이 주민들의 체질이다

코냑에는 50여개의 주조장이 있으나 대표적인 것은 헤네씨, 마르텔, 레미 마틴, 쿠르바시에르. 카뮈 등 5개 가문이다. 왜 ‘가문’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이 코냑 브랜드가 모두 창업주의 이름이며 몇 대에 걸쳐 가업이 이어져 내려오기 때문이다. 헤네씨(Henessy)는 프러시아 전쟁 때 프랑스왕을 위해 싸운 영국인 용병 리차드 헤네씨가 이 고장 브랜디를 영국에 수출하면서 일어선 재벌이다. 그는 1765년 코냑에 땅을 하사받아 정착했다.

코냑은 백포도주를 두 번 증류시켜 ‘오드비’라는 알콜 원액을 만든 다음 이 ‘오드비’를 코냑산 떡갈나무 통에 2년 이상 저장해 만드는 브랜디다. 이때 어떤 오드비를 어떤 비율로 섞느냐에 따라 코냑의 맛이 달라지며 이 섞는 비결은 가문의 비밀로 되어 있다. ‘레미 마틴 XO’와 같은 고급 코냑은 80~100개의 서로 다른 오드비를 섞어 독특한 향을 만들어낸다.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오드비를 블렌딩(섞는 것)하는 사람을 ‘메트르 드 쉐’라고 부르며 그는 가문의 코냑 제조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오너 집안에서 ‘메트르 드 쉐’가 배출된다.

코냑 병에 VSOP(Very Special Old Pale의 약자)라고 쓴 것은 4~10년 통속에서 저장된 것을 의미하며 XO(Extra Old)는 6~20년된 술이고, 한 병에 2,000달러 나가는 레미 마틴의 ‘루이 13세’는 50년 숙성시킨 코냑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코냑은 두도뇽 회사의 ‘헨리 4세’(사진)로 한 병에 200만달러다. 왜 이렇게 비싼가 하면 술은 100년 숙성시킨 것인데 병에 6,500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으며 상표도 순금으로 도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코냑’은 나폴레옹이 엘바섬으로 귀양 갈 때 쿠르바시에르 가문에서 그에게 비밀리 코냑을 공급한 것을 기념해 ‘나폴레옹’이라는 XO급의 코냑을 내놓게 된 것이다. 1리터의 코냑을 만들려면 9리터의 와인이 소모되며 보통 좋은 코냑은 20~50년 성숙시킨다. 코냑 제조자들은 항상 다음 세대를 고려하여 만들며 만사를 서두르지 않으며 “천천히”가 생활리듬이다. 포도 수확에서부터 모든 과정이 기계가 아닌 손으로 한다는데 특징이 있다. 원래 코냑 지방의 포도는 질이 나빠 아랫동네인 보르도 와인에 비해 천대를 받았었다. 이에 주민들이 곰곰이 살 궁리를 한 결과 와인을 증류시키면 알콜도수가 강한 브랜디가 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악조건에서 ‘전화위복’을 시범보인 사람들이 바로 코냑 시민들이다.

이철

고색찬연한 시내 주택가. 너무 오래돼 좀 우중충한 분위기다.

겨울에는 한가해 관광버스가 시선거용 버스로 사용된다.

마을의 청년들이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동전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