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클럽-알아두면 돈이 되는 부동산 금융상식(하)

2008-03-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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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칼럼에서 미국 주택시장에 투입된 모기지 자금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었었다.
다시 설명해 보면 옆집의 존이라는 사람이 집을 구입하기 위해 다운페이를 하고 난 나머지 잔금을 모기지 회사에서 융자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존이 20만달러의 주택융자를 ABC 모기지 회사에서 받았다면 ABC는 존에게 20만달러를 건네줘야 하는데 그 자금은 ABC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충당하거나 다른 곳에서 빌려서 줄 수 있다.
그런데 올 3월 한달 동안 존과 같은 사람 100명이 ABC로부터 융자를 받아간다면 ABC가 충당해야 하는 자금은 2,000만달러이다. ABC가 자체 현금을 모두 동원하여 그 융자들을 펀딩했다면 다음달에 필요한 자금을 또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ABC는 3월에 펀딩했던 융자 서류들을 2차 자금시장에 팔아 넘겨 2,000만달러 현금을 다시 찾게 된다.
그 다음 단계는 2차 시장이다. 2차 시장에서는 대형 또는 초대형 금융기관들이 무수히 많은 융자회사들로부터 모기지를 사서 필요에 따라 다시 금융상품을 디자인 해낸다. 2차 시장을 통해 ABC와 같은 홀세일 모기지 렌더(wholesale mortgage lender)들에게 모기지를 매입하는 기관들은 주로 제너럴 모터스, 체이스, 시티그룹, 생명보험, 증권회사와 같이 거액을 움직이는 금융 기관들이다.
그들은 손님들의 예치금이나 저금리 단기 융자로 싼값에 자금을 동원하여 홈오너들의 모기지를 융자회사들로부터 사들인 다음 패니매(Fannie Mae), 프레디맥(Freddie Mac), 지니매(Ginnie Mae)와 같은 정부가 보증하는 모기지 전문 투자그룹에 팔아넘긴다.
패니매는 원래 연방정부에서 주택금융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지원하고 보증을 서 왔으나 90년대 후반에 주식상장을 함과 동시에 민영기관으로 바뀌었다. 지니매에서 발행한 채권은 아직도 연방정부에서 보증을 서고 있다.
패니매, 프레디맥, 지니매는 증권시장의 힘을 빌려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다. 그들은 자체 어음을 발행하거나 주식발행으로 모은 자금을 모기지 매입에 사용한다. 그들도 자금회전을 위해서 모기지를 매각하고 있는데 엄청난 자금을 들여 사들인 모기지를 만기별로 분류하거나 신용등급에 따라 적절히 믹스하여 종류별로 한 장당 1,000달러짜리 채권으로 전환한다. 전환된 채권은 기관투자가들이나 개인투자가들에게 판매된다. 채권 소유자들에게 지불되는 이자는 매달 들어오는 모기지 페이먼트를 받아 채권소유자들에게 전달된다(pass-through).
존은 ABC라는 회사에서 융자를 받기는 했지만 그 돈은 결국 우리 같은 소비자들이 빌려준 돈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401(k), 생명보험, 뮤추얼펀드 등 간접적인 투자 채널을 통해서 주택을 담보로 한 모기지 채권을 매입했거나 개인 투자가들이 직접 채권에 투자한 돈이 존에게 돌아간 것이다. 어쩌면 존이 매달 불입하는 은퇴연금이 존에게 다시 돌아간 것인지도 모른다.
모기지 융자를 받아 본 사람들 대부분이 은행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은행이 바뀌는 것이라기보다는 페이먼트를 프로세싱하는 서비스 회사가 바뀐 것이다. 나에게 융자해 준 은행은 내 모기지를 한 달도 채 안돼서 이익을 붙여 2차 시장에 넘겼고, 2차 시장에서는 역시 이익을 붙여 패니매나 기관투자가들에게 팔아 자금을 환원시켰다. 패니매는 채권으로 이익을 남기며 투자가들에게 모기지를 다시 팔아넘긴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은행은 모기지 융자액을 자체 자금으로 펀딩하여 2차 시장에 넘기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 프로그램도 제공하는데 그러한 은행을 포트폴리오 렌더(portfolio lender)라고 일컫는다. 포트폴리오 렌더들은 패니매나 프레디맥에서 사들이지 않는 독특한 모기지 프로그램이나 변동이자, 또는 은행에서 전략적으로 필요로 하는 모기지 자산을 보유하기 위한 방편으로 융자를 해 주고 있다. 우리 귀에 익숙한 대표적인 포트폴리오 렌더는 최근에 와코비아 (Wachovia) 은행에서 합병인수한 월드 세이빙스(World Savings)다.
위에서 피력한 바와 같이 주택융자는 결국 유통 서비스 비즈니스다. 주택융자를 받기 위해 자기의 은행을 찾아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향후 모기지 뱅킹의 성패는 군살 없는 유통구조를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가격 경쟁과 소비자 신뢰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인터넷은 금융 산업에서도 소비자를 성공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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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429-0014
토마스 박
<시너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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