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시장서 주목받는 한인 디자이너들

2008-03-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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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감각 패션계의 ★
붐 바이 조이 한(Voom by Joy Han) 조이 한

미국 패션의 미래는 한인 디자이너가 이끌 것이라고 한다. 한인 디자이너는 섬유와 바느질까지 전문가적 지식을 갖추었고, 요즘 소비자들은 안목이 예리하고 판단도 빨라 이들에게 단련된 한인 디자이너가 세계시장서 통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패션계에서 성공하려면 창조적 재능, 적절한 마케팅, 그리고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디자인은 아이디어다. 패션 비즈니스의 성패는 디자인에 달렸다고 하지만, 플러스알파를 무시할 수는 없다. LA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에서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는 붐 바이 조이 한(Voom by Joy Han)의 조이 한씨와 블라도 풋웨어(Vlado Footwear)의 질 김씨를 통해 디자이너의 성공 법칙을 알아봤다.
자바 디자이너에서 할리웃 스타들이 너도나도 탐내는 브랜드 디자이너로 우뚝 솟은 조이 한씨.

에바 롱고리아, 제시카 알바가 그녀의 옷을 탐낸다. 패션지 ‘OK 매거진’ 2008년 3월호는 똑같은 옷을 입은 할리웃 스타 3명 중 누가 가장 멋진 룩을 연출했는지 애독자들에게 투표를 부탁한다. 모두 ‘붐 바이 조이한’(Voom by Joy Han)의 옐로 로즈 베이비돌 원피스다. 한국 연예계도 다르지 않다. 원더걸스 안소희가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의 제작 발표회에 바로 그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고, 패셔니스타 김민희, 삼색녀 토크쇼의 김원희, 드라마 ‘행복합니다’의 이은성, 이현지, 장나라 등이 같은 원피스를 입었다. 그야말로 ‘붐걸’(Voomgirl) 붐이다. 트렌드세터들이 주목하는 패션 디자이너 조이 한씨. 그녀는 자바 디자이너 출신으로, LA 패션계를 이끌 기대주로 첫 손에 꼽힌다.
2005년 남편 제임스 김씨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붐 바이 조이한’을 내놓았고, 2006년부터 매 시즌 LA 패션위크에 참가했다. 2년 남짓한 짧은 기간, 자기 색깔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로서의 존재감을 구축한 그녀는 LA 패션 메카인 멜로즈 거리에 ‘붐’ 매장이 있고, 한국에는 언니가 운영하는 ‘붐 코리아’가 있다. 6월이면 캘리포니아 마켓 센터 내 쇼룸을 확장 이전한다.
“초창기에는 ‘예쁜 옷만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디자인에만 전념했어요. 어느 날 할리웃 스타가 입은 붐 옷이 잡지에 실리고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되었죠. 6개월쯤 지나 홍보회사로부터 제의를 받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이 시작됐습니다. 사실 우리 능력으로 1,000장 팔 수 있는 옷이 패션 잡지에 실리면 3배 이상의 판매 효과를 거두게 돼요.”
그녀는 이미 패션계에서 ‘미스 갈리아노’로 불린다. 그녀가 사랑하는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를 빗댄 별칭이다. 빈티지를 추구하면서 우아한 품격을 유지하는 젊고 세련된 여성의류를 만들어낸다는 평가가 응축돼 있다.
패션 디자인만큼이나 매장에서 고객을 만나 대화하기를 즐기는 그녀는 늘 뭔가 다른 것을 추구한다. 그래서 마켓에 없는 옷, 현재 유행하지 않는 옷이 그녀에겐 더 중요하다. 빈티지 샵을 뒤지고 다니고 트레이드 쇼를 찾아 바이어들의 희망사항에 귀를 기울인다.

한인의 섬세함 세계시장 장악

“자바 디자이너로 일할 때부터 디자인이 틔는 편이었습니다. 그 당시엔 단점이었죠. ‘매출이 전부’인 영업논리 속에서 신인의 창의력이나 디자이너로서의 고집은 무시당하기 일쑤거든요. 자바에선 ‘소스’가 없는 옷은 사가질 않아요. 누구나 아는 유명 디자이너가 먼저 출시한 디자인의 두 번째 카피를 약간 낮은 가격으로 팔아야 가장 잘 팔리거든요. 그때는 ‘조이 한’ 디자인이 통하지 않으니까 ‘유럽 명품 디자인’이라고 거짓말도 했었죠.”
개인 브랜드로 독립한 후 지금까지 모두 4회의 컬렉션을 가졌다. “진짜 튀는데 무난한 것 같은 디자인”이 그녀가 추구하는 ‘붐 바이 조이 한’이다. 엇갈린 빈티지, 즉 과거와 현재의 절묘한 조화가 바로 붐 스타일이다. 오리엔탈 느낌을 그대로 살려 세련된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위해 원단 프린트를 스스로 디자인한다. 그래서 클래식한 여성미와 동시대 젊은이들의 취향과 감각을 자극하는 감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패션쇼를 하는 이유는 우리 브랜드가 패션을 리드한다는 것을 알리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패션이 유행할 것이다’는 붐 바이 조이한의 자신감을 보이는 거죠. 패션쇼에는 컬러, 이미지, 트렌드 모두 테마가 중요합니다.”
조이 한씨는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였던 어머니(1980년대~90년대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 심사 위원이었다) 덕분에 일곱 살 때부터 인형 옷을 만들며 자랐다. 딸의 진로에 별다른 강요를 하지 않았던 어머니가 유학 가서 패션 한번 해보라고 권유했고 95년 도미, AIU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튀는 감각으로 패션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조이 한씨는 “많은 사람이 입고 싶어 하는 옷”을 세상에 내놓고 싶어 한다. 2007년 여름 세컨드 라인인 ‘바바 바이 조이 한’(Vava by Joy Han)을 런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좀 더 어려보이고 가격대도 낮은 옷, 순수한 느낌과 현실적이고 세련된 분위기가 공존하는 스타일이 ‘바바’가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이다. 그녀의 튀는 감각이 ‘붐 걸’에 이어 ‘바바 걸’의 세상으로 변화시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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