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하루 렌즈에 ‘찰칵’

2008-02-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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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 렌즈에 ‘찰칵’

디카족에게 사진 찍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에바진 촬영 현장의 모습.

나의 하루 렌즈에 ‘찰칵’

잡지 화보 속 주인공이 되어 패셔너블한 느낌을 표출한 ‘에바진’의 사진은 참으로 일상적이어서 더 공감이 간다.

카메라 에 빠진‘포토홀릭’ 8인

주변 일상들 순간 포착 미니홈피에 올려 놓으면
감상한 후 댓글 남기고 여기저기 퍼갈 때 뿌듯

글보다 사진으로 일기를 쓰는 세상이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고스란히 미니홈피에 올리는 디카(디지털 카메라)족, 그들의 ‘포토 다이어리’가 인기다. 혼자만 보기 아까운 사진을 미니홈피(혹은 블로그)에 올리다보니 ‘퍼’가는 사진들이 많아진다. ‘내가 찍는 사진이 바로 나’임이 알려지는 순간이다. 또, 단순한 취미를 넘어 프로 사진작가 못지않은 실력을 자랑하는 준-프로까지 생긴다. 이들의 사진이 사랑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꾸밈이 없어서다. 찍고 찍히는 이들의 진솔함이 가득한 사진이기에 보는 이들이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카메라에 흠뻑 빠진 ‘포토 홀릭’들을 만나 그들이 사진으로 말하는 이유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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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찍는 셀카, 우리를 찍어도 셀카는 셀카다. 남가주 사랑의 교회 청년부 사진동호회의 포토홀릭들(왼쪽부터) 서찬석, 김세희, 박준, 이혜진, 박진형, 강유원, 배형집, 김상윤씨.

찍고 찍히는 매력에 푸욱~

■둘, 나를 표현하는 즐거움

또 하나 포토홀릭들은 ‘나’를 찍는다. 소위 말하는 ‘셀카(셀프 카메라) 놀이’다. 셀카는 찍는 장소도 다양하다. 자기가 일하는 공간부터 프라이버시를 살짝 드러내는 내 방 등 ‘나’를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곳에서 셀카를 찍는다.
혼자 거리를 다니다가 멋진 배경이 눈에 띄면 당연히 카메라를 든다. 남자친구와 ‘생얼’의 내 모습을 찍는 것도 연인이라면 한번쯤은 시도해봤을 법한 셀카 놀이다.
지난해 탤런트 배두나(28)는 두 권의 여행사진집 ‘두나’s 런던놀이·‘두나’s 도쿄놀이(테이스트팩토리 펴냄)로 베스트셀러 사진작가 반열에 올랐다. 잘 찍은 사진도 아닌데 그 나이 또래의 공감대를 형성해 감성을 자극해 대박이 터졌다. 이유는 바로 그녀의 사진 속 주인공이 대부분 ‘나’라는 것. 사람들은 배두나처럼 사진에 푹 빠진 ‘셀카족’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녀에게 사진은 ‘놀이’다.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기록하며 즐거워한다. 어찌 보면 가장 단순하면서도 일차원적인 사진 접근 방법이지만 그 또한 그녀의 일상이라 보는 사람도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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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놀이인 포토홀릭들에게 카메라는 그들의 분신이다. 왼쪽부터 박진형, 서찬석, 김세희, 배형집, 박준, 강유원, 김상윤씨.

■셋, 나도 패션 화보 모델

사진 찍기를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포토홀릭도 있다. 비주얼 감각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온라인 샤핑몰 운영자에게 고급 카메라 기종은 필수다. 화보 모델을 기용해 패셔너블한 이미지의 사진을 쭈욱 올린다. 광고 사진, 패션 잡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잘 연출’된 사진을 위해 카메라를 장만하고 예술적 감각이 넘치는 세련된 화보를 찍기 위해 스스로에게 투자한다.
온라인 샤핑몰 ‘에바클레오’는 운영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로 ‘에바진’(Evazine) 코너를 꾸몄다. 마치 사진 매니아 배우 소지섭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포토 에세이를 연재한 후 카메라 모델로 발탁된 것처럼, 나른한 순간이 햇살 한줄기로 표현된 앤젤리노 풍경, 늘 발길이 머무는 커피샵 등 패션 화보 속 모델로 밝은 내일을 기약하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이유를 늘어놓지 않아도 궁극적으로 사진의 매력은 ‘나를 알리는 것’에 있다.
내가 찍은 사진이 인터넷으로 퍼지고 퍼져 찍은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 내가 찍은 사진이 바로 ‘나의 분신’인 것이다. 문자로 된 글을 읽어 내려가는 것보다 사진 몇 장으로 나를 알리는 방법, 포토 다이어리 세대가 원하는 자기표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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