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젠 보험사가 ‘발목’

2008-02-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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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자받기 자꾸만 힘겨워져…

처음에는 모기지 은행들이 주택 융자의 고삐를 죄더니 이번에는 모기지 보험이 태클를 걸고 나왔다.
최대 개인 모기지 보험사인 모기지 보증 보험사(Mortgage Guaranty Insurance Corp.)는 지난 6일 그동안 인기를 누려왔던 캐쉬 아웃 재융자, 간이 서류융자(reduced-documentation loans), 다운 5% 이하 모기지 융자, 임대 주택이나 실 소유 아닌 투자목적의 주택에 대한 융자, 네거티브 상환을 포함하는 각종 페이먼트 옵션 융자에 대해 보험을 제공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전통적 모기지 융자에 보험 안서겠다”
최대 보험사 MGIC 발표에 충격
타 회사도 따를듯… 주택시장 ‘찬물’


MGIC의 보험 제공 중단은 3월3일부터 시행되는데 해당 지역은 캘리포니아를 비롯 애리조나, 플로리다, 네바다 등 4개 주 전역과 워싱턴 D.C.등 25개 메이저 주택 시장이 대상이다. 덴버, 볼티모어, 보스턴, 시카고, 디트로이트, 미니애폴리스, 롱아일랜드, 뉴욕 교외 뉴저지, 포틀랜드, 워싱턴주 타코마가 포함됐다.
모기지 융자에 대한 보험을 들어주지 않으니 모기지 렌더들도 MGIC가 지정한 비전통적 모기지 융자를 해 줄 수가 없게 됐다. 모기지 은행이 융자를 대폭 축소시킨데 이어 이젠 보험사가 나서 모기지 융자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 바이어들의 주택 매입을 가로 막고 기존 주택 소유주들의 재융자를 어렵게 하고 있다. 집을 사려고 해도 재융자를 받으려고 해도 융자 라인의 전 기관들이 틀고 있으니 주택 시장은 더 가라앉게 됐다.
개인보험의 자이언트인 MGIC는 다운이 적은 융자(low down)인 경우 보험을 제공하는 기준을 한층 까다롭게 만들어버렸다.
▲다운을 5% 이하로 하고 모기지 융자를 받으려고 한다면 FICO 크레딧 점수가 최소한 680점이 돼야 한다. 전에는 620점 이상이면 됐었다.
▲실소유가 아닌 임대용 또는 투자용 부동산인 경우에는 캐쉬 아웃 재융자에 대한 보험을 제공하지 않는다. 차용인의 크레딧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안된다.
▲간이서류(reduced documentation)로 융자받을 경우에는 다운을 최소한 10%는 해야 하고 FICO점수가 660점 이상에 연소득의 최소 50%가 자영(self-employment) 소득이어야 한다.
▲하락하는 시장에 있는 콘도 바이어는 다운페이먼트를 10% 이상해야 한다. 같은 지역에서 단독 주택을 사는 경우에는 10% 이하를 다운할 경우 FICO점수가 680점 이상이어야 융자를 받을 수 있다.
밀워키에 본사를 둔 MGIC는 130만개 이상의 모기지 융자에 대해 약 2천억달러의 보험을 제공하는 자이언트 보험사로 이번에 내린 지침이 모기지 렌더들을 통해 소비자들의 융자에 즉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다른 보험사들도 유사한 제한을 발표할 것이 확실시 된다.
개인모기지 보험사(private mortgage insurers)는 지난 2001~05년 주택 붐 시절 소득이 충분치 않고 크레딧도 한계선인 바이어들이 최소한의 다운으로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이들 모기지 융자가 대거 부실로 변하면서 보험 클레임은 급증했다. MGIC 한 회사만 해도 2007년 4분기 동안에만 13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MGIC의 이번 조치는 패니매와 프레디 맥, 그리고 로컬 렌더들의 최근 움직임과 괘를 같이하는 것. 이들 모기지 기관들은 그동안 주택 붐을 지피는데 기여했던 비전통적 융자들(제로 다운, 노 다규멘테이션 융자, 미니멈 페이먼트 플랜, 스페큐레이터 론 등등)을 강하게 제한하고 있다. 주택 붐 시절에는 가능했지만 지금 파티는 끝났다는 것이다.
이런 융자 규제 움직임은 바이어들에게 즉각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다운 페이를 많이 할 수 없는 바이어들은 주택 매입이 어렵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적은 다운으로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FHA(연방주택국)의 융자 프로그램은 개인 보험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따라서 FHA 모기지 융자를 받는 경우에는 여전히 3% 다운으로 30년 고정 FHA 론을 받을 수 있다. 크레딧이나 부채 비율 등 다른 조건들도 예전처럼 후하다.
또 연방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FHA 모기지 최대 융자액수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돼 캘리포니아와 동북부, 플로리다, 중부 대서양 지역의 바이어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FHA 론은 상당히 구식으로 소득 자산 부채 관련 서류들을 준비해야 한다.
이젠 페이먼트 옵션 플랜이나 이자만 내는 모기지, 네거티브 상환 등 한때 유행했던 비전통적 융자 프로그램들은 잊어버리는 편이 나을 것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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