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클럽-가격이 더 떨어지겠죠?

2008-02-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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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떨어지기 시작한지 2년반이 넘어간다. 미국 부동산 하락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한 시기는 2006년 여름이었지만 마이애미, 피닉스, 라스베가스, 샌디에고 지역과 같이 가격 버블이 심했던 지역이 떨어지기 시작한 시기는 2005년이었다. 과연 이 침체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주변의 홈오너들로부터 부동산의 회복이 언제쯤이겠냐는 질문을 꽤 받았었는데 이제는 물어보지도 않는다. 의문과 관심도 회복에 대한 바람과 간절함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지 지금처럼 포기상태로 들어가는 시기에 달하면 그 주제에 대한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게 사람 마음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홈오너십 문제가 절망상태로 빠져들어 가는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 이 칼럼을 통해 이미 언급했던 칸트레리안 원리 (Contrarian Theory)가 완벽히 적용되는 시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칸트레리안 원리는 결국 남들이 덤핑할 때 사고 시장이 흥분되어 너도나도 살려고 덤빌 때 판다는 원리다. 선물거래도 그렇고 증권투자도 그렇고 부동산 투자도 예외가 아니다.
2006년 초반 콘도에 변동금리로 투자한 사람들이 페이먼트 재조정 때문에 월이자 페이먼트가 뛰어 올랐다고 울상이다. 지난 2005년에 샀던 사람들은 페이먼트 재조정 때문에 이미 절단이 난 상태다. 2005년과 그 이전에 샀던 사람들 중 부동산이 다시 오를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부류가 가려지고 있는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
이제는 2006년 초반에서 그해 여름까지의 기간에서 샀던 사람들이 결정해야 할 시기가 남았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본격적으로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이 2007년 7월이었고 은행들은 투기성 콘도 투자에 대한 융자를 거부하기 시작한 것도 그 때였다. 앞으로 남은 차압 물건은 지난해 초부터 초여름까지 매입됐던 투기성 주택들이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새 주택 시공률은 역사적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택 공급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해로 인해 빌더들의 재정상태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 개발업자들이 예전과 같이 집을 지을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앞으로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경기 침체가 그들에게 입힌 재정 쇼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7년 전 인터넷과 통신관련 주식들이 폭락했던 이유도 과잉공급이었다. 주식버블 기간에 투자할 돈이 넘쳐흘렀고 잉여 투자자금이 모두 통신 쪽으로 몰렸기 때문에 과잉공급 현상이 초래됐던 것이다. 결국 버블은 터졌고 자금은 다시 인터넷과 통신쪽에서 빠져나와 부동산과 모기지 관련 은행으로 몰려들었다.
불과 2~3년만에 과잉공급이 해결되면서 주식은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들의 주가가 정상궤도에 들어왔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로 과잉공급 문제가 해결되면서 다시 오르게 될 것이다. 경기가 어쨌건 인구 증가는 계속되고 가구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대가족이 소가족으로 갈라지면서 주택에 대한 수요가 가중되는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다.
“가격이 더 떨어지겠죠”라는 질문이 이제는 “언제가 좋을까요”라는 질문으로 전환되고 있다. 빌더들이 집을 지을 수가 없으니 과잉공급 문제는 자연적으로 풀릴 것이고 한동안 비싸졌던 돈도 과감한 금리인하 정책으로 다시 싸지고 있다.
최근 재융자를 논의하기 위한 전화벨이 잦아졌다. 30년 고정 이자율이 5%로 다시 떨어졌으니 당연히 재융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홈오너들이 재융자를 통해 재정을 재정립하고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부동산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필자의 행동영역이 LA 다운타운이다 보니 다운타운에 대한 예를 잠시 들여다보자. 현재 은행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Real Estate Owned·REO)들로 인해 빌더들의 홀세일 가격이 함께 떨어지고 있다. 하늘을 찌르던 다운타운 개발사들의 콧대가 비로소 꺾여가고 있다.
며칠 전 주류 감정회사의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27만달러로 에스크로에 들어간 딜을 감정하고 있는데 그의 감정 결과가 37만달러로 나온다는 것이다. 혹시 자기가 모르는 문제를 나는 알고 있냐고 자문하는 전화였다.
“가격이 더 떨어지겠죠”라는 질문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바닥에 깔린 바겐 딜들을 주워 담는 연구에 에너지를 집중할 때라고 본다. (800)429-0014
토마스 박
<시너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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