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 경기 맥 못출 또다른 이유 있었네...

2008-02-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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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부머들의 거품’?

“엄청난 수의 노년층
은퇴기로 접어들며
살던 집 계속 매물로”
USC 연구진 보고서

지금의 주택 시장은 얼마쯤 지나면 회복될까. 높은 관심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주택 시장 회복은 단기에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주택 시장 하락은 몇 년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단기 변화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USC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연구조사보고서는 주택 시장의 앞날에는 단기 조정으로 치부할 수 없는 소위 ‘세대적인 주택 거품(gene-rational housing bubble)이 존재하며 이는 주택 시장 회복을 가로막는 구조적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엄청난 수의 베이비 부머들은 성인이 되면서 집을 사기 시작했으며 이들은 1970년대 이후 주택 가격을 올린 주역들이었다. 현재 전국의 베이비부머들은 7,800만명에 이른다. 이젠 이들이 노인이 돼 은퇴기로 접어든다. 과거 근로 계층이었던 시절 이들은 주로 주택 매입자였지만 이젠 셀러로 변한다. 이들이 은퇴에 들어가면서 집을 팔고 주택 매물은 엄청나게 쏟아지게 된다.
인구 구조면에서도 이젠 젊은이들보다 노인들이 많아져 주택 시장은 ‘셀러 모드’로 바뀌게 된다. 주택 시장의 불균형은 2011년께 급속히 진행돼 주택 가격 하락을 주도하게 된다.
이런 음울한 예측 보고서는 USC 정책 계획 개발 대학원의 도웰 마이어스 교수와 박사과정 의 류성호씨가 주도했는데 이들의 주장이 현실로 나타날지는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모든 노인들이 은퇴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집을 팔고 은퇴지의 작은 집으로 옮겨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들이 죽을 것이고 그러면 이들이 보유했던 집들은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1989년 두명의 하버드 대학 경제학자가 1990년대의 주택 가격 하락 예측을 연상시킨다. 하버드 연구자들은 1990년대가 되면 베이비부머들이 주택 매입을 중단할 것이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47% 하락한다고 예측했었는데 주택 산업의 경제분석가들은 공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혹평했었지만 90년대 초 심각한 시장 하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USC 연구진들은 세대적 조정이 2011년 이전에는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2011년이란 시점은 극히 비관적인 학자들이 주택 시장은 5년은 넘어야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예측과 일치한다. 또 베이비부머 1세대들이 65세가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근로인력에서 노인으로 전환되는 때다.
이 보고서는 세대적 조정이 일단 티핑 포인트에 다다르면 시장이 흡수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주택이 매물로 쏟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보고는 연령에 따라 집을 사고 팔게 된다는데 기초하고 있다. 즉 연령에 따라 주택 바이어와 셀러 비율이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75세가 되면 바이어 보다는 셀러일 확률이 3배 이상 높으며, 80세 이상이면 셀러가 될 확률이 9배 이상 높다.
이 보고서는 또 25세에서 64세 사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10년에서 2020년 사이에 30% 이상 증가할 것이며, 2020년대에는 그 비율이 29% 더 상승해 바이어와 셀러의 균형이 크게 어긋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로 인해 주택 공급이 압도적이 되고 시장 가격도 하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베이비 부머들의 에퀴티도 위축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공급 물량이 일시에 쏟아져 나오지 않고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나이를 먹어가는 데 따라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는 점이라고 이 보고서는 주장했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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