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즈니스 안되는 데 ‘리스 계약’이 족쇄

2008-02-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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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상업용 리스 계약은 양날의 칼이다. 장사가 잘 될 때는 긴 리스가 축복이고 장사가 안 될 때는 한시라도 빨리 빠져 나가고 싶은 족쇄가 된다.
샤핑 센터내 스토어를 내고 입주할 때는 대부분 5년이나 10년 리스에 같은 기간의 옵션을 선호하지만 막상 영업 부진으로 애를 먹게 되면 긴 리스는 지옥이 된다. 잘 못 입주했다가 리스 계약에 묶여 빠져 나오지도 못하고 애를 먹는 업주들이 한둘이 아니다. 빠져 나가고 싶지만 리스 계약이 아직 몇 년이나 남아 있어 재정적으로 심적으로 큰 고통이 따른다. 장사가 잘 되는 가게를 리스 기간이 끝나 뺏기는 억울한 경우도 있지만 영업도 안하면서 렌트는 꼬박꼬박 내야 하는 참담한 경우도 많다.
지옥 같은 장소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리스계약이 버티고 있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 영업도 하지 않으면서 렌트비를 다음 세입자가 나타날 때까지 꼬박꼬박 낸다.
상업용 리스 계약을 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그 엄한 굴레를 유유히 빠져 나가는 상인들이 적지 않다.
계약 만료 전에 리스를 깰 수 있느냐 안 되느냐는 어떤 상황이냐에 달려있다. 상황에 따라서 리스를 깨고 쉽사리 풀려 나올 수 있는가 하면 족쇄를 풀기가 아주 어려운 경우도 있다.
리스 계약이 만료되기 전에 벗어날 수 있는 전략을 쉬운 것에서부터 어려운 것 순서로 알아보자

계약서상 ‘비상탈출’조항
혹시 없는지 잘 살펴보고
랜드로드에게 해약 요구나
양도·서브리스 검토를
그냥 가게를 비우는 것도
랜드로드에게는 부담 작용


▶리스 조항을 살펴보라
리스 계약서를 꺼내 다시 잘 읽어보고 비상탈출(bailout) 조항이나 공동 입주(co-tenancy) 조항이 있는지 살펴보라. 베일아웃 조항은 판매액이 미리 정한 수준이 되지 못하면 리스에서 빠져 나올 수 있게 한다. 코 테넌시 조항이 있다면 중요한 앵커 테넌트가 떠나면 리스에서 빠져 나갈 수 있게 허용한다.

▶랜드로드에게 물어보라
현재 입주한 장소가 인기가 높다면 리스 만료 전이라도 빠져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랜드로드 입장에서는 리스 만료 전에 나간다고 해도 들어올 상인이 줄 서 있다면 더 높은 렌트를 받고 임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기가 없는 장소라면 랜드로드가 렌트 주기 어렵기 때문에 리스 만료 전에 해약해 주길 꺼릴 것이다.
랜드로드에게 물어봐도 괜찮다. 어려워말고 물어보라. 오히려 랜드로드가 반길 지도 모른다.

▶법적인 이유를 찾는다
리스계약 중 중요한 조항을 한편이 먼저 위반하면 다른 편은 이를 이유로 리스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중요한 내용(substantive lease provision) 위반이란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올해는 카펫 청소를 안해줬다고 리스 파기를 요구할 수는 없다.
지붕에 구멍이 났는데 랜드로드가 수리 해 주지 않는다면 이는 중요한 위반으로 리스 계약 파기를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랜드로드 측에서 리스 계약상의 중요한 내용을 위반했다면 이를 이유로 리스 계약을 종료하고 유유히 빠져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경우 랜드로드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조심해서 파기 꼬투리를 찾아야 한다.

▶양도 또는 서브리스를 준다
양도(assignment)란 리스 계약상의 의무를 새 입주자에게 100% 이전시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서브 리스란 다른 사람이 입주하고 렌트를 내지만 렌트 미납시 법적 책임은 원 리스 계약자가 진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서브 리스보다는 어사인해주는 편이 낫다.
그러나 어사인이나 서브 리스는 대부분의 경우 랜드로드가 새 세입자의 입주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렌트 페이먼트 대신 한번 목돈을 주고 빠진다
월 렌트가 1,000달러고 리스 기간이 일년 남았다면 리싱 컴퍼니에 리스에서 빠져 나오는 대신 목돈 5,000달러를 한꺼번에 준다면 흔쾌히 승낙할지 모른다. 1만2천달러를 내는 것 보다 5천달러 주고 빠지는 편이 싸지 않은가.

▶그냥 가게를 비워버린다
이제부터는 좀 어려운 게임이 된다. 다른 방법도 없을 경우 그냥 가게에서 철수해 버린다. 이런 경우 물론 리스 계약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며 돈을 더 많이 내야 한다. 그러나 얼마나 더 많이 내게 될까? 여기에 이 전략의 핵심이 있다. 랜드로드는 빈 장소를 가능한 빨리 다른 사람에게 리스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조속히 리스를 줘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빨리 리스 된다면 새 입주자가 들어올 때까지의 몇 개월만 렌트를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만약 새 입주자가 들어오지 않고 오래 걸린다면 리스 계약 기간 내내 렌트를 가게 운영도 하지 않으면서 고스란히 내야할지도 모른다.

▶파산 신청
다른 모든 방법이 없을 때 극약 처방. 파산을 신청하면 상업용 리스 계약에 따른 의무를 종료시킬 수 있다. 변호사와 잘 상의해야 한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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