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웬만한 수입으론 집 못 사

2008-02-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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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졌다지만…

주택 시장 하락으로 집값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중간 소득 직장인들이 홈타운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는 아주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정책센터는 최근 보통 직업인들이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가를 조사했는데 조사대상 전국 201개 메트로지역중 161개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비용은 여전히 대부분의 보통 직장인들의 수입에 비하면 턱없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는 간호사, 경찰관, 소방관, 교사 등 주요 60개 직업인의 중간 평균 임금과 지역별 주택 중간 가격 매입 능력을 비교 분석했다.

보통 직업인 수입에 비해 여전히 턱없이 비싸
간호사·경찰관 수입으로 집 살 수 있는 곳 절반 정도
저임 노동자는 아파트 렌트 얻기도 힘들어


이 보고서에 의하면 시카고의 경우 중간 주택 판매 가격은 26만2,000달러로 일반 근로자가 10% 다운을 하고 자신이 매입할 수 있는 최대한도인 소득의 28%를 주택비용으로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소한 8만5,589달러의 소득이 있어야 중간 가격의 주택을 매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카고의 정규 간호사 중간 평균 소득은 6만3,938달러였고, 고객 상담원은 평균 3만9,876달러, 사무직원은 4만2,441달러, 소매 판매원은 2만3,056달러, 식품 서비스 노동자는 2만1,786달러에 불과해 이들 보통 근로자들에게 주택 소유란 먼 나라의 꿈에 불과할 뿐이었다.
주거정책센터의 제프리 루벨 디렉터는 “인포메이션 이코노미란 말들을 많이 하지만 대부분 근로 가정은 여전히 전통적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들이 집을 마련하기에는 많은 메트로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너무 높고 렌트도 너무 비싸다”며 이같은 주거비 문제로 인해 고용주는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평균적인 간호사 연봉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지역은 전체 201개 지역중 93개 지역에 불과했지만 최근 집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나마 조금 나아진 것이다. 2006년에는 간호사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지역이 87개에 불과했다.
고객 상담원 소득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지역은 16개 지역밖에 안됐으며(2006년에는 12개 지역), 사무직은 5개 지역 뿐이었다. 식품 조리 노동자와 소매 판매원 수입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 조사가 집값이 더 떨어진 지금 이뤄졌다면 주택 매입 능력은 좀 더 나아졌을 것이다.
최근 모기지 이자율이 낮아진 것은 주택 매입 능력에 비춰보면 고무적인 일이다. 30년 고정 모기지가 지난 7월에는 평균 6.7%였던 데서 최근에는 5.48%로 떨어졌다. 20만달러 모기지를 융자받았을 경우 월 160달러의 페이먼트가 줄게 된다.
주택 매입 능력이란 측면에서 보면 최근 주택 가격 하락이나 모기지 이자율 하락은 부담을 덜어주는 것. 전국 부동산 협회가 발표하는 주택 매입능력지수도 지난 7월 103.6에서 12월에는 122로 크게 향상됐다.
주택 매입 능력과 관련, 내셔널 시티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디케이저는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서민들이 집을 사기 어렵지만 과거 다른 기간과 비교해 보면 지금 크게 어려워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 1994년부터 2004년 사이의 기간은 집을 매입하기가 아주 용이한 시절이었던 반면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은 모기지 이자율이 천정부지로 솟아 집을 사기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다.
주거정책센터의 마야 브레넌 대변인은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고는 하나 그것만으로는 소득과의 격차를 메우지는 못한다며 집값은 서민들이 매입할 정도로 대폭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직업인이 집을 매입하고 나면 주거비용 내면 남는 것이 없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 조사에서 내 집 마련이 한층 용이하게 된 지역으로는 아이오와주 데이븐 포트가 단연 1위로 꼽혔다. 이 곳에서는 주택 평균 가격이 12만4,900달러에서 최근 8만7,000달러로 급속도로 떨어졌다. 캘리포니아주 머시드 지역도 평균가격이 26.2%나 급락했으며 인근의 스탁턴도 23.5%, 모데스토도 23.1%가 떨어져 바이어들의 주택 매입 능력을 높여줬다.
주택시장이 하락하면서 근로자들의 아파트 입주 능력도 개선됐다. 간호사 월급으로는 중간 수준의 2베드룸 아파트는 전국 어떤 곳에서든 입주할 수 있었으며 고객 상담원은 41개 지역에서 입주 가능했고 사무직도 반 이상의 지역에서 세들어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식품 조리나 소매 점원 수입으로 2베드룸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지역은 전국 201개 지역 중에서 단 한 곳도 없었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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