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 현명한 바이어

2008-01-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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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긴급 FOMC 회의를 통해 기준 금리를 4.25%에서 3.5%로 0.75% 포인트라는 큰 폭의 금리인하를 전격 단행했다. 서브프라임 문제로 야기된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신용경색 파동으로 번지고, 이어 전 세계 증시가 패닉상태에 이르자 경기후퇴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고자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금리인하는 아직도 곳곳에 인플레이션 위험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하강을 막고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과연 이러한 움직임들이 얼마나 빨리 경기후퇴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킬지는 의문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주택 소유주를 비롯한 많이 이들이 이로 인해 큰 도움을 받으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얼마 전 풀러튼의 친한 에이전트로부터 하소연에 가까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손님이 있는데 한 집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이다. 90만까지 하던 지역의 집인데 가격이 내려 75만달러에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손님이 60만달러에 오퍼를 쓰자고 해서 현 마켓 상황과 주변 시세, 그동안 팔린 데이터를 1시간 이상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손님은 주변 사람들이 오퍼를 쓸 때 리스팅 가격에서 최소한 10~15% 이상 낮게 써야지 손해를 안 본다는 말만 철석같이 믿고 그렇게 오퍼를 쓰지 않으면 에이전트를 바꾸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것이다. 별 수 없이 오퍼를 넣었는데 상대 쪽에서는 처음에는 대꾸도 안하다가 돌아온 카운터 오퍼가 리스팅 가격에서 5,000달러 내려간 74만5,000달러였다고 한다.
좋은 딜을 하려면 어느 정도 상대방이 내려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 밀고 당겨야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데 너무 낮게 오퍼를 넣으면 셀러의 기분을 상하게 해 오히려 딜 자체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필자 역시 이 에이전트와 유사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손님들과 상담할 때 느끼는 가장 큰 점은 요즘 바이어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가격을 깎는다는 것이다.
물론 셀러는 최대한 좋은 가격에 바이어는 최대한 낮은 가격에 딜을 하는 것이 목표이고 에이전트의 역할이라지만 모든 거래에는 상도와 어느 정도의 기준이 있게 마련인데 문제는 일부의 바이어들은 현재의 마켓을 너무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생각해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마켓은 항상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의해서 움직인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훨씬 앞지르는 바이어 마켓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자유경제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바이어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점이지만 바이어도 상대의 입장에서 서서 한번쯤 생각해 본다면 조금은 다른 자세로 거래에 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바이어가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오퍼를 넣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이들 바이어의 입장도 충분이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이들의 한결 같은 주장은 지금 집을 샀는데 몇 개월 후에 집값이 내려가면 손해니까 더 내려갈 때를 대비해서 사야지 손해를 덜 보거나 안 본다는 것이다. 또한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낮은 가격에 사면 그 만큼 제 가격 주고 구입한 나만 손해라는 것이다. 물론 일리도 있는 말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말 운이 좋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기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어떤 경우에는 잘 샀다고 생각하는 집이 오히려 그 지역 집값을 내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돼 나중에는 나의 집값 역시 바닥에서 볼 때 상당히 비싼 가격을 주고 산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 시세가 100만달러 하는 단지에서 은행 차압 매물이나 급매물을 운 좋게 85만달러에 샀다고 하자. 무려 15%나 싸게 구입한 것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와 비슷한 매물이 비슷한 가격에 팔린다면 이 시세가 기준이 되어 다음 바이어들은 최소한 82만이나 80만달러에 주택을 구입하려 할 것이고, 설사 다른 매물이 어느 사람 마음에 들어 90만달러에 오퍼가 성립 되어도 감정이 나오지 않아 결국 다른 매물 역시 85만달러 이상의 가격에 팔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그 단지의 가격은 마켓이 반등하기 전까지 지속적인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같은 예는 극단적인 예이지만 현 시점의 바이어와 셀러 모두 한번쯤 이러한 경우가 발생할 것을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얼마 전 신문에서 한국의 한 가수가 부동산을 통해 수백억의 재산을 모았다는 기사 중, 그 분이 강조하는 부동산 기법 중에 필자가 즐겨하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부동산을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말, 이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두들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에릭 민
KEN 프로퍼티스
(818)357-7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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