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2008-01-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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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욱이 이야기 - 김민아


엄마, 소리가 안들려

승욱이 청력테스트를 하기 위해 UCLA를 찾았다. 테스트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고자 영상을 찍는 미진씨와 효종씨가 함께 했다. 청력사 ‘지나’가 승욱이의 프로세서에 계속해서 소리를 전달해주고 있다. 엄마인 내가 옆에 있는 것을 알면 방해가 될까봐 승욱이를 데리고 온 기숙사 디렉터가 승욱이 옆에 앉았다.
그런데 승욱이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계속 발길질을 하고 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정신없이 행동을 하기에 급기야 내가 승욱이의 손을 잡았다. “승욱, 엄마 여기 있네, 뭐가 불편해서 그런 거야. 금방 검사 끝나니까 조금만 참자.” 나를 붙잡고 울기 시작이다. 청력테스트를 하는데도 소리 나는 장난감을 집어던지고 책상을 뒤엎고 똑바로 앉아 있지를 못하니 ‘지나’가 오늘은 그만해야겠다고 했다. 어휴… 이렇게 검사하러 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리고 오늘 영상까지 찍고 있는데 도대체 왜 그러냐. 속상한 마음에 괜히 승욱이를 탓하고 있었다. 검사실 밖으로 나왔는데도 뭐가 그리 불만인지 내 손을 잡아끌며 울고 있다.
승욱이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고 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서로 웃으며 헤어져도 마음이 아픈데 이유를 알 수 없이 계속해서 울고 있다. 기숙사에서 함께 나온 디렉터에게 요즘 승욱이 잠은 잘 자는 지 먹는 건 어쩐지 이것저것을 물어보았지만 특별히 문제도 없다.
타고 온 버스에 앉히는데도 버둥버둥 거려 강제로 자리에 앉히기는 했는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있으니 나도 그냥 눈물이 난다. 뭐가 불편한지 알아야 어떻게 해주지. 승욱이가 학교로 다시 돌아기기 위해 차가 출발하는데 차창 안에 승욱이는 계속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한주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토요일 기숙사로 승욱이를 데리러가니 잔득 심술 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잘 있었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닥을 뒹굴며 운다. 귀에 끼고 있던 케이블과 앞에 차고 있는 프로세서를 집어던지고 수화로 자기가 많이 화가 났다고 연신 손동작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승욱아, 너 왜 그래~ 엄마가 알아야 어떻게 해주지 이 녀석아.”
승욱이를 태우고 스피치교실로 향하는데 차에서도 안전벨트를 풀고 내 머리를 때리고 창문을 열고 혼을 뺐다. 겨우 내려서 스피치 교실에 들어가 선생님에게 UCLA에 다녀온 이후에 너무 이상해졌다고 프로세서가 고장 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소리를 너무 크게 맞춰 놓은 것이 아닌지 확인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피치 선생님은 간단히 승욱이의 청력 검사를 그 자리에서 했다. ‘아, 이, 우, 애, 오, 음, 프, 쉬…’ 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나를 검사하는 중에 승욱이가 ‘S’ 발음 그러니까 한국말의 ‘쉬’하고 ‘스’ 발음을 전혀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단어는 다 반응을 하는데 ‘S’발음을 들려주면 전혀 반응이 없다.
UCLA에 검사하러 간 날, 영상을 찍는다고 여러 사람이 함께 좁은 방에서 부대끼고 있으니 ‘지나’가 정신이 없었나보다. 소리 중에 한 채널을 빠뜨리고 입력을 하지 않아 승욱이가 소리를 굉장히 불편하게 듣고 있었던 거다. ‘엄마, 소리가 제대로 안 들려’라고 수도 없이 나에게 표현을 했는데 내가 알아채지 못해 승욱이가 2주간이나 고통 속에 있었던 거다.
갑자기 변한 승욱이의 행동에 “왜이리 버릇이 없어진 거야!” 소리를 질렀던 내가 왜 이리 승욱이에게 미안해 졌는지. “승욱아, 미안해. 너를 키우기 위해 무슨 국가고시라고 있으면 시험이라도 치르고 너를 더 잘 키워줄 텐데 언제나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엄마도 언제나 실수투성이야. 부족한 엄마 때문에 우리 아들이 고생이 많네. 새로운 경험을 했으니 다음에는 더 빨리 엄마가 널 이해해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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