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대체 안 팔리는데 “맞바꿀까?”

2008-01-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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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 셀러끼리 집 바꾸는 ‘홈 스와핑’
바이어 드문 요즘 꼭 필요한 서비스로 인기
도무스왑 등 영구 주택교환 사이트들 성업

집을 반드시 팔아야하는데 매기가 실종된 현 시장에서는 도대체 팔리지가 않는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팔려고 노력해 봤지만 전혀 반응이 없고 집은 반드시 처분해야 한다면 한 가지 극약 처방은 있다. 같은 입장에 처한 다른 셀러도 있을 터이니 그와 부동산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소위 홈 스와핑이란 방법이다.

예전에는 주로 베케이션 홈 오너들 사이에 인기 있었던 집 바꾸기는 최근 주택시장이 극히 침체되면서 바이어가 실종되자 집을 처분하는 한 방법으로 뜨고 있다. 홈 스와핑은 우선 인터넷을 통해 뜻이 맞는 셀러들 끼리 연결시켜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DomuSwap.com, GoSwap.org 등 주택교환을 원하는 셀러를 연결시켜주는 웹사이트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 이들은 집이 팔리기까지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바꿔서라도 집을 처분하고 싶어하는 셀러들을 중매하듯이 맺어준다.
도무스왑 설립자 데이빗 모스코비츠는 “요즘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말한다.
얼어버린 시장에서 꼼짝없이 집에 붙어버린 셀러가 숱하게 많지만 이들을 연결시켜 집을 교환하게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쉽지가 않다. 좁은 시장에서 서로 연결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전국 이라면 가능성이 높다. 여동생을 시집보내야 하는데 좁은 동네서만 고른다면 짝을 맺어주기 어렵지만 전국에서 고른다면 이상적인 매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올해 출범한 도무스왑은 뜻이 같은 셀러들의 전국 데이터베이스를 가동하고 있는데 영구 교환을 원하는 리스팅이 이미 1,300여개에 이른다.
주거 영구 교환은 공산치하 동 러시아에서 출발한 아이디어. 원래 그 곳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러시아 출신으로 고스왑. 오그를 만든 세르게이 나우모프는 “지금과 같은 부동산 침체 국면에서는 스와핑은 상당한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금 셀러는 팔지 못하고, 바이어는 사지 못하고 있다”는 그는 스와핑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두 사람이 집을 맞바꾼다는 아이디어는 쉽지만 실제 홈 스와핑은 간단치가 않다. 주택 영구 교환이란 두 홈 오너가 각자의 집을 매각하는 것과 동시에 각각 상대방의 집을 매입하는 것이다.
홈 스와핑의 실제는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먼저 각 주택의 감정가를 산정한다. 두 거래를 동시에 진행시켜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같은 타이틀 회사를 이용해야 한다. 홈 오너들은 각각 주택에 대해 매입과 매각에 동시 서명해야 한다. 등기부 등 클로징 서류에도 같은 날 동시 서명해야 한다. 두 부동산에 대한 모기지 역시 클로징 시점에 동시 완납되고 새 모기지가 동시에 시작된다.
두 부동산의 값어치가 다를 경우라도 스와핑은 가능하다. 차액을 현금이나 모기지로 조정하면 된다.
홈 스와핑 업체들은 연결해 준 셀러들이 실제로 집을 교환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불문에 붙이고 있다. 매치 매이킹으로 자신들의 임무는 끝나며 실제로 얼마나 성사됐는지는 당사자들의 몫이며 따라서 그 결과를 알 수도 없다고 말한다.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사이트가 중매만 해주면 역할을 다한 것이지 두 당사자가 실제로 결혼까지 골인했는지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홈 스와핑은 유명한 무료 포스팅 사이트인 크레이그스리스트의 하우징 스왑 섹션에도 최근 종종 포스팅 된다. 임시 베케이션 기간 교환을 원하는 리스트에 등장하는데 실제 교환이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홈 스와핑은 최근 주목된다. 주택 시장이 너무 나빠 집은 처분할 수가 없고 비용 압박은 심해져 돌파구를 찾는 오너들에게 인기다. 또 타지로 이사를 가기 위해 스와핑을 모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사 가는 곳에서 주택을 사기에도 적절치 않은 때인 것 같고 현재 갖고 있는 집을 팔기도 어려운 경우 뜻이 맞는 당사자만 나타난다면 스와핑만큼 좋은 방법도 없을 것이다.
특히 주택 과잉 공급 상태인 라스베가스나 마이애미같은 곳에서는 스와핑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너무 변수가 많은 방식이라 인기가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말로는 쉬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복잡하기 때문이다. 두 당사자를 찾기도 어렵고 지리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매치시켜 준다는 것이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라는 것. 하지만 바이어를 찾기가 어려운 시절에는 한 가닥 빛이 될 수 있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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