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8 주택시장 전망

2007-12-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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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의 늪’ 언제까지

희망을 꿈꿔 봄직한 연말에 더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2008년 주택시장을 분석 전망한 무디스 이코노미.컴의 보고서는 미국 주택시장이 대공황이후 가장 나쁜 하락을 기록할 것이며 짧은 기간에 개선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보고서는 미전국 다수의 메트로 지역이 20% 이상의 큰 폭 하락을 경험할 것이며 단독주택 전국 중간 평균가격이 2009년 초까지 13%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셀러의 판매를 위한 각종 선심 공세를 감안하면 실제 가격 하락폭은 15% 이상이 될 것이다.

무디스이코노미 닷컴 “메트로지역 20%이상 떨어질것”
단독주택 전국 중간가는 2009년초까지 13% 하락 전망
재고 계속 쌓여 당분간 반등 기대난… 경제에 악영향


조사대상은 381개 메트로 지역이었는데 이중 80개 지역이 두 자리 수의 대폭 하락을 기록할 것이다. 가장 하락 폭이 클 지역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주택가격이 과열 고공행진을 했던 지역이다.
주택가격의 급락은 이미 예상돼 온 것. 많은 전문가나 기관이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든 2006년 여름 이후 줄곧 어느 시점이 되면 주택가격이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는데 최근 드디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무디스의 수석 경제분석가 마크 잰디는 “올 여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셀러의 심리에 변화가 왔다. 셀러들은 이젠 팔기 위해서는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고 이로 인해 일부 마켓에서는 가격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가격의 급속한 하락은 플로리다주 푼타 고다에서 가장 극적이었다. 이 보고서는 주택가격이 최고를 기록했던 2006년 첫 3개월과 최저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2009년 2분기를 비교했는데 이 곳은 35.3% 폭락, 전국에서 하락폭이 가장 클 것이다. 인플레를 감안하면 이 보다 더 클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스탁턴(-31.6%)과 모데스토(-31.3%), 플로리다주의 포트 왈턴 비치(-30.4%)와 네이플스(-29.6%)도 폭락 지역으로 꼽혔다.
선벨트 지역 외에 뉴저지주 오션시티(-24.9%)와 유타주 세인트 조지(-21.8), 콜로라도주 그랜드 정션(-18.9%), 뉴저지주 애틀랜틱 시티(-18.6%)도 큰 고통을 받을 지역이며 워싱턴 D.C.는 18.4% 하락할 것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판매는 더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우려됐다. 판매는 2008년 초에 최고치 대비 40% 이상 감소하며 바닥을 친 뒤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다.
넘쳐나는 재고가 시장 회복에 큰 걸림돌이다. 시장은 슬럼프인데도 불구하고 건설업체들은 줄이기는 했지만 계속 짓고 있어 주택 재고는 더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부동산협회(NAR)에 의하면 현재 11개월분의 주택 재고가 적체돼있다.
많은 매물이 빈집으로 나와 있어 회복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센서스국에 의하면 210만채가 빈집인 채 매물로 나와 있다. 빈집 매물은 강한 가격 하락 압박 요인이다. 빈집인 채로 나와 있으면 비용 부담도 크고 심적 부담도 가중돼 셀러는 더 버티지 못하고 가격을 내리게 된다.
주택 신축은 최근 16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연간 118만채는 추가되고 있어 주택 재고를 소진시키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될 것이다.
주택 시장 슬럼프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내총생산을 올해 1%포인트 이상 하락시키고 2008년에도 1.5% 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주택 시장의 슬럼프는 2000년대 중반의 뜨거웠던 투기 때문이다. 2005년 주택 매입자의 16% 이상이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자였는데 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이었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았을 것이다. 투기적 매입은 뉴저지주 오션 시티 등 리조트 지역에서 극심했다. 잠깐 잡았다 놔도 목돈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에 투기꾼들이 몰렸는데 뒤늦게 여기에 뛰어들었다가 발목 잡혀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과잉건설도 폭락을 초래하게 한 또 다른 요인이다. 주택 건설업체들은 주택 가격이 폭등하자 마구 건설했는데 특히 핫 마켓에서는 그 정도가 심했다. 이와 같은 광풍이 지금 주택 시장 폭락과 봇물같은 차압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무디스는 주택 과잉 재고가 해소돼야 슬럼프에서 벗어날 것이나 “2010년 이전에는 그런 때가 오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때가 돼야 비로소 낮은 한자리 수의 완만한 상승이 시작될 것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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