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금이의 손 맛’궁궐여행 가볼까

2007-09-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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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이의 손 맛’궁궐여행 가볼까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 이수자인 한복선씨는 세계적인 궁중음식 브랜드 창출을 통해 한국문화 전파를 꿈꾼다.

■ 한복선씨가 선보이는 궁중요리

몇 년 전 방영된 인기 드라마
‘대장금’을 기억하는가.
다채롭고 화려하게 펼쳐졌던
궁중요리의 향연은 그동안 생소하게
느껴졌던 궁중요리에 대해 새로운
친근한 이미지를 많은 시청자에게
심어주었다.

조선왕조 마지막 수라간 상궁
황혜선 선생의 비법 전수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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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유럽 이어 미국 진출
궁중음식의 대중 전파 나서

궁중요리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일단 기본 개념은 조선시대 궁중의 요리를 의미한다. 조선왕조의 궁중음식은 전통적인 한국음식을 대표하는 요리로 알려져 있는데, 조선왕조의 몰락과 함께 잊혀 갔다. 이후 급격한 정치·사회적 변화를 겪으면서 한국의 식문화도 크게 바뀌었고, 조선왕조 궁중음식은 현재 중요 무형문화재 38호로 지정돼 우리 식문화의 전통을 잇고 있다.
이제 궁중음식을 LA에서 좀 더 손쉽게 만나게 됐다. MBC ‘오늘의 요리’로 유명한 요리전문가이자 대장금에서 소개됐던 중요 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 이수자인 한복선씨가 그의 브랜드인 ‘한복선 브랜드’(㈜한 F&B Holdings)를 미국에 런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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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미주 한인에게 수라간 최고 상궁 장금이가 만들어 낸 듯 다채롭고 맛깔스러운 궁중음식을 선보이겠다”고 말한다.
최근 LA를 찾은 한씨가 어머니 황혜성씨와 언니 한복려, 동생 한복진씨와 함께 이어가는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국 전통음식 전파에 나선 중요 무형문화재 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 이수자 한복선씨. 그와 가족이 일궈온 궁중요리의 세계를 소개한다.

품위있고 정갈진 반찬들
“수라상 일품요리 납시오”

궁중요리의 세계


▲한복선씨와 궁중요리
“그저 음식만을 전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음식을 통해 한국 전통 궁중 문화를 미주 한인과 세계에 전할 겁니다.”
한씨에게 궁중음식은 확실한 문화 전파 도구다. 임금님과 그 가족을 위한 요리인 만큼 맛이 훌륭한 것은 물론 영양 면에서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격식이 까다로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같은 요리도 아니다.
한씨는 “많은 사람들이 궁중요리 하면 신선로와 화양적 혹은 구절판 등 연회식 일품요리를 떠올리지만, 사실 매일 아침 임금님 수랏상인 12첩 반상에 올라오던 김치와 탕은 물론 절임, 젓갈 등 반찬까지로 그 영역이 확대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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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상 반찬의 특징은 팔도강산 전 지역의 특산물, 즉 각 지역에서 가장 잘 나는 재료로 만든 최고의 음식들만 모아서 상에 올린다는 점. 쉽게 말하면 각 ‘지역 대표’인 최고급 음식재료만을 사용해, 각 지방의 특색이 살아있는 반찬들로만 꾸며지는 것이다.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들은 만든 이의 정성이 듬뿍 담고 있다. 일품요리처럼 그 모양새와 품위가 당당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깊고 그윽한 맛과 영양을 자랑하는 또 다른 궁중요리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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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럴까. 궁중음식 기능 보유자라 해서 왠지 어려울 것 같았던 한씨도 편안하고 따뜻하고 자상한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한씨는 “사람의 삶은 가정에서부터 이뤄진다”며 “자녀들은 부모의 식문화를 그대로 물려받기 때문에 부모들도 아무 음식이나 먹을 수 없다”고 말한다.
얼마 전 손자를 얻고 보니 더욱 올바른 식문화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는 한씨. 올바른 식문화를 전하고 한국의 우수한 ‘조리과학’을 계속해서 가르치고 전파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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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무형문화재 38호로 지정된 조선왕조 궁중음식.

▲한복선 브랜드, 어떤 음식 선보이나
미국에 공장을 세워 현지 생산을 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은 모든 음식이 한국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일단 김치와 젓갈, 탕과 밑반찬 등 저장음식을 위주로 선보인다.
한씨는 “첨가제를 안 쓰고 까다로운 관리감독 및 위생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믿을 수 있는 상품만을 선보인다”며 “한국에서는 갈비탕 등 요리도 선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시장에도 음식 종류를 더욱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복선 브랜드의 다양한 요리는 한인타운 내 마켓에서 만날 수 있다.
한씨는 한편 ‘국립 수라원’이라는 요리 드라마에서 100% 요리 컨설팅을 담당, 대장금에 이은 화려한 요리의 향연을 선보인다. 100년 역사의 요리 학교에서 큰 꿈을 갖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요리학도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를 통해 다시 한번 궁중요리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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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음식은 팔도강산 전 지역의 특산물, 각 ‘지역 대표’인 최고급 음식재료를 사용, 각 지방의 특색이 살아있다.

▲한복선씨와 황혜성 가족

한씨와 그 가족이 명맥을 잇는 조선왕조 궁중음식의 역사는 조선 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왕조의 마지막 임금인 고종과 순종의 음식을 담당한 수라간 주방 상궁이 바로 ‘조선왕조 궁중음식’ 1대 기능 보유자인 한희순 수라간 주방 상궁이다. 그의 후계자이자 2대 기능 보유자인 황혜성 선생은 조선왕조 마지막 주방 상궁으로 바로 한복선씨의 어머니다.
황혜성 선생의 세 딸 한복려, 복선, 복진 자매가 잇는 ‘황혜성 가의 식문화’가 조선왕조 궁중음식의 기술을 이어받은 다음 세대다. 장녀인 한복려씨는 얼마 전 조선왕조 궁중음식의 제3대 기능 보유자로 지정됐다. 막내 한복진씨는 전북대학교 교수다.
기자가 만난 한복선씨는 한국 궁중요리를 대중에게 쉽게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복선 식문화 연구원과 궁중음식 연구원 교수 활동은 물론 TV와 라디오를 넘나들며 한국 전통음식을 전파하고 있다. ‘오늘의 요리’ 반찬가게도 운영한다. 편의점을 대상으로 전통음식과 멀어져 가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음식을 전파하기 위한 컨설팅도 진행했다.
현재는 한복선 브랜드의 회장으로, 한국과 일본, 동남아, 유럽 등에 한국 전통음식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일본 야마끼 회사에서도 한복선 브랜드로 한국 전통음식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제는 미국 시장에서 세계적인 브랜드 창출을 통해 한국 궁중음식 전파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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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타계한 한복선씨의 어머니인 황혜성 선생은 조선왕조 궁중음식 2대 기능 보유자였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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