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올 가을 남성복 어떻게 입을까

2007-09-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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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소남은 클래식을 입는다

올 가을 남성복 화두는 ‘네오 모더니즘’(neo modernism)이다. 최근 남녀 패션을 막론하고 큰 줄기를 형성해온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복고와 현대가 재해석돼 슬림하면서도 클래식한 시크함이 남성복 패션에 덧입혀졌다. 그레이 컬러를 필두로 진회색, 블랙과 같은 무채색이 남성복 패션 컬러에 선두에 서 있고 딥 퍼플,다크 옐로우, 청회색 등 깊고 중후한 느낌의 컬러도 액센트 컬러로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가을 겨울을 휩쓸었던 광택 나는 소재의 수트는 올 가을 명함조차 내밀기 힘들게 됐다. 기본을 중시하는 영국 신사 같은 느낌의 수트가 올 가을 쇼윈도를 가득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캐주얼 재킷이나 팬츠, 스니커즈, 백과 같은 액세서리에 광택소재가 대거 등장해 다른 건 몰라도 올 가을 멋쟁이 소리를 듣기 위해선 액세서리 한개쯤은 새로 구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올 가을 멋쟁이 남성이라면 꼭 알아둬야 할 패션 경향과 머스트 해브(must have)아이템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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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의 올 가을 컬렉션 중 울 소재 스트라이프 수트. 올 가을 수트 유행 경향은 슬림하면서 재킷 길이가 짧아진 것이 특색이며 컬러는 회색이 단연 강세를 보이고 있다.>


몸을 최대한 드러내는 꼭 끼는 수트 유행
광택 소재보다 울 실크·캐시미어 대세

# 어떤 스타일 유행하나

■실루엣에 목숨 걸어라
올 가을 남성 패션 유행경향은 한마디로 몸을 최대한 드러내는 것이다. 여성복처럼 노출이 있는 것도 아닌, 늘 입는 수트로 몸을 드러내기 위해선 결국 최대한 몸에 꼭 끼게 입는 것이다.
물론 한인 남성들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자기 사이즈보다 적게는 한 사이즈에서 크게는 2~3 사이즈 정도 넉넉하게 입는 것을 미덕(?)으로 안다. 그러나 비싼 수트라도 넉넉한 사이즈를 고르면 그 고급스러움은 떨어진다는 것을 알아두길.
패션 전문가들은 “슬림 수트는 여전히 인기지만 올 가을엔 재킷 길이가 다소 짧아지고 싱글 2버튼이나 원버튼이 유행한다”고 말한다. 또 바지는 허리 부분에 주름을 없앤 노턱(no tuck) 스타일의 통바지가 유행중 이며 밑위 길이 역시 로우 웨이스트로 허리선도 배꼽아래 1인치 이상이 내려가, 일명 아저씨 바지를 일컫는 ‘배바지 스타일’은 매장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소재는 울 실크가 대세
올해 수트엔 광택 소재보다는 울 실크나 울 캐시미어가 대세다. 울 소재 수트는 광택감을 강조하기보다는 은은한 발색을 돕는 정도로 예전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가공돼 따뜻한 느낌을 준다. 패턴은 조직감이 살아있는 솔리드(solid·무늬없는 단색)가 강세를 보일 전망. 아예 단색이거나 은은한 스트라이프가 보일듯, 말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보다 더 트렌디한 브랜드나 캐주얼 쪽에선 체크무늬가 상의와 하의에 사용돼 경쾌한 느낌을 강조했다.
 
■캐주얼도 럭서리 클래식
캐주얼도 수트의 유행경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절제된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들이 대거 나왔다.
디자인은 수트처럼 몸에 꼭 붙는 스트레이트 레그(straight leg)에 몸에 잘 맞는 스웨터를 입거나 다양한 소재의 재킷을 걸치는 대단히 포멀한 캐주얼이 유행이다.

# 머스트 해브 아이템

1. 반짝이 액세서리
아주 심하진 않지만 블랙 진에 약간의 광택이 들어간 진이 남녀 모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은색 베스트(vest)와 재킷 등도 패션 리더들에겐 눈길을 끄는 아이템. 만약 패션으로 광택을 내기 쑥스럽다면 스니커즈나 페이턴트 소재 로퍼(loper·끈 없는 구두)를 한켤레 장만해 포인트를 주는 것도 센스 있어 보인다.

2. 럭셔리 느낌 타이
아주 좁지도 넓지도 않은 적당한 폭에, 에르메스 풍의 잔잔한 무늬가 들어갔거나 영국 신사 같은 넓은 사선 무늬가 있는 디자인이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여전히 젊은 층엔 1인치 정도의 블랙 스키니 타이(skinny tie)도 유행을 이어가고 있다.


3. 파카형 베스트
낚시나 등산갈 때 입을 법한 오리털 소재 베스트가 캐주얼 패션에서 눈에 띈다. 색상은 아무 셔츠나 스웨터와 매치해도 좋을법한 블랙과 그레이가 단연 인기. 그러나 안감은 퍼플이나 그린과 같은 화려한 색으로 언뜻 언뜻 보여지는 곳에 화려함을 더했다.

4. 터틀 넥
가을이면 남녀를 불문하고 항상 출시되는 스테디셀러 아이템. 보통 남성용 터틀넥은 검은색의 캐시미어나 메리노 울 같은 얇은 소재가 인기였는데 올해는 유명 디자이너들이 일제히 두꺼운 울소재의 케이블(꽈배기) 터틀넥을 선보여 이를 소화하기 위해선 일단 다이어트가 급선무 일듯.

5. 빅 백
여성 패션계에만 빅백(big bag) 열풍이 부는 것은 아니다. 메신저 백이든 보스턴 백이든 올 가을 남성 패션에서 빅백은 빠질 수 없는 머스트 중 머스트다. 프라다나 루이뷔통과 같은 럭셔리 브랜드외에도 갭, 바나나 리퍼블릭 등에서도 다양한 빅 백을 선보이고 있다.

6. 턱시도 느낌 아이템들
화이트 셔츠와 재킷에 턱시도 바람이 거세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블랙 재킷 칼라에 새틴 트림을 하거나 벨벳 재킷과 같은 고급스런 턱시도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 인기. 또 화이트 셔츠도 앞가슴에 주름이 잡힌 턱시도 느낌이 나는 셔츠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7. 향수를 입어라
마지막 패션의 완성은 바로 향수다. 향만으로도 ‘아~ 이남자구나’라고 알 수 있는 당신만의 향수를 올 가을 찾아보길. 알마니, 프라다, 랄프 로렌 등 대부분의 남성 브랜드에서 올 가을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요즘 유행하는 향은 예전처럼 톡 쏘는 ‘아저씨 향’이 아닌 여성들이 써도 괜찮을 듯 싶은 은은한 향이 유행이다.

# 브랜드별 유행경향은?

프라다(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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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치 프라다의 전매특허인 단순하면서도 모노톤 계열의 남성 수트. >
미우치아 프라다의 이번 컬렉션은 ‘원시인들의 털옷’과 ‘인형을 닮은 미소년들의 룩’으로 요약할 수 있다. 패션쇼마다 새로운 시도로 유명한 프라다는 이번 시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털이 보송보송한 패브릭 톱에 통이 좁고 끝단에 고리가 달린 팬츠의 조합이 가장 대표적인 예.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앙고라 탑과 앙고라 레깅스가 매치되었는데, 보통 남자들이 컬러풀한 앙고라를 선호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두 아이템은 올 가을 ‘잇 아이템’(it item)으로 등극하지 않을까 싶다.

폴 스미스(Paul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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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굵은 케이블 스웨터에 빈티지풍 재킷이 멋스럽다. 폴 스미스 컬렉션.>
이번 폴 스미스의 컬렉션은 ‘어느 자리에나 어울리는 룩’과 ‘즉흥적으로 멋을 부린 룩’의 그 중간쯤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수트는 말끔하게 다림질이 되었다기보다는, 마치 짐가방에서 막 꺼낸 듯 주름져 있었고 블랙 실크 재킷은 인디고 진과 함께 스타일링 되어 있다. 티셔츠는 벨벳 재킷 안에 숨겨져 있고, 벨벳 재킷과 베스트를 다 갖춰 입었지만 그 컬러 조합은 레몬색과 톤 다운된 그린이다.
거기에 폴 스미스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영국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들이 결합돼 클래식한 멋을 더했다.

글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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