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의 명화-‘여정’

2007-08-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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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처녀 교사와 유부남의 못이룰 사랑
캐서린 헵번 명연기·음악 심금울려

가슴이 찡해지는 아름답고 달콤쌉싸름한 노처녀와 유부남의 못 이룰 사랑의 이야기로 데이빗 린 감독의 1956년작 컬러영화다. 린의 또 다른 이루지 못할 사랑의 이야기인 걸작 소품 ‘짧은 만남’(Brief Encounter)과 흐름을 같이 하는 영화다.
주연 여우 캐서린 헵번의 형언하기 힘든 미묘한 감정 표현 연기와 베니스라는 로맨틱한 도시 그리고 눈부신 촬영과 음악 및 빈틈없는 연출 등 모든 것이 뛰어난 영화다. 특히 그림엽서 같은 촬영과 알렉산드로 치코니니가 작곡한 서정적이면서도 애수가 깃든 음악은 내내 가슴에 남는다.
오하이오의 노처녀 교사 제인은 혼자 낭만의 도시 베니스로 관광 온다. 제인은 산마르코 광장 노천카페에 앉아 앞에 지나가는 연인들을 바라보며 환희와 그리움의 감정에 휩싸인다. 제인의 뒤 테이블에 앉아 그가 고독해 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남자가 이탈리안 레나토(로사노 브라지). 레나토는 구두를 신은 제인의 드러난 발뒤꿈치에 야릇한 매력을 느낀다.
제인은 우연히 레나토가 주인인 골동품 상점에 들렀다가 다시 레나토를 만난다. 둘은 곧 사랑에 빠지나 제인은 레나토가 유부남인 것을 알고 상심한다. 그러나 제인은 자기 인생에서 가장 낭만적이요 행복한 순간을 놓을 수 없음을 깨닫고 이 사랑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며칠간의 꿈같은 사랑이 끝나고 제인은 레나토에게 작별을 고한다. 기차에 올라서 혹시나 레나토가 배웅을 나오지 않나 해서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두리번거리는 제인.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떠나는데 레나토가 손에 선물을 들고 달리기 시작하는 기차를 향해 뛰어온다.
선물을 전하려는 레나토와 그것을 받으려는 제인의 손은 끝내 접촉되지 못하고 둘은 서로 멀어진다. 레나토가 작별선물로 가져온 백색 가디니아를 멀어져 가는 제인에게 들어보이자 차창 밖으로 떨어질듯 몸을 내민 제인이 손 키스로 레나토에게 응답한다. 제인의 이 마지막 작별의 얼굴 모습은 기억에서 못 지울 장면.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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