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영중인 영화프로

2007-08-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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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못 차려’ (Delirious) ★★★(5개 만점)

연예계-파파라치 풍자
에너지 가득한 코미디

제목은 연예인들과 그들의 추종자들 그리고 연예인들을 쫓아다니는 파파라치의 약 먹고 길길이 날뛰는 듯한 흥분과 광란의 상태를 말하는데 너무 상징적이다. 대신 ‘나는 파파라초’라는 제목이 잘 어울릴 영화다.
연예인들의 표면적 이미지와 그와는 다른 진실을 까발리고 풍자하면서 아울러 소위 명성사업을 악의 없이 조롱하고 야유한 즐겁고 에너지 가득한 코미디다.
흥분제를 먹은 정신 나간 듯한 뉴욕의 파파라초와 배우 지망생인 젊은 홈리스를 콤비로 묶어놓고 연예계와 파파라치를 싸잡아 공격하고 있는데 위트와 생동감 있고 또 매우 우습다.
자기를 예술가로 생각하는 파파라초 레스(스티브 부세미)가 클럽 앞에서 젊은 팝스타 카르마(앨리슨 로만)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에 자기 곁에 나타난 잘 생긴 젊은 홈리스 토비(마이클 핏)를 알게 된다.
말 많고 짜증 심하나 본성이 착한 레스는 토비를 무보수 보조로 고용하는 대신 자신의 쓰레기통 같은 아파트에 묶게 한다. 그 전에 토비와 카르마가 잠깐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둘이 장차 어찌되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는 남자 신데렐라 이야기다.
레스와 토비의 분주한 일상을 통해 파파라치들의 세계가 재미있게 묘사되는데 둘은 소프 오페라 배우들의 모임에 갔다가 토비가 섹시한 캐스팅 감독 데이나(지나 거숀)의 눈에 걸린다.
그리고 레스와 토비는 팝스타들의 공연에 갔다가 토비와 카르마가 다시 눈길을 마주치게 된다. 여기서 토비와 카르마는 카르마의 호텔까지 가 목욕까지 함께 하나 육체적 관계없이 헤어진다. 둘이 사랑하게 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
레스는 토비가 현장서 자기를 버리고 여자를 따라갔다며 노발대발, 둘은 헤어진다. 그러나 그 것도 잘 해결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 영화가 중반 이후 커브를 잃고 평면적이 된다.
인간 쥐 같은 부세미가 쥐처럼 분주하게 움직이고 안면근육을 피로할 정도로 사용하면서 말 많은 연기를 활기차게 해낸다. 그에 맞선 핏의 침착한 연기가 잘 조화를 이룬다.
성인용. 선셋 5(323-848-3500), 플레이 하우스 7(626-844-6500).


‘콩의 왕’(The King of Kong)

‘한 줌의 쿼터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영화는 비디오게임을 놓고 서로 최고점을 따려는 챔피언과 그에 대한 도전자의 치열한 경기 모습을 담은 기록영화다.
비디오게임 세계의 경쟁의식과 집념 및 열광 등을 자세히 포착했다.
2003년. 35세의 평범한 가장인 스티브 위브는 직장을 잃은 뒤 매일 밤 ‘당키 콩’ 게임에 매달린다. 그 결과 100만점을 달성하고 챔피언인 빌리 미첼을 능가한다.
이 뒤로 스티브와 빌리는 전국을 돌면서 ‘당키 콩’ 게임 경기를 벌이는데 이 과정에서 둘은 참된 승자의 뜻을 배우게 된다.
PG-13. 23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11시’(The 11th Hour)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가 제작하고 해설한 지구 환경문제에 관한 기록영화. 제목은 변화 가능한 마지막 순간을 말한다.
지난해에 나온 고어 부통령이 만든 ‘불편한 진실’처럼 지구 온난화 현상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등을 모색했다. 극장용으로보다는 교육용으로 더 좋을 작품으로 지구환경의 열악한 처지를 경고하고 있다.
내레이션과 함께 온갖 자연재해와 참화 장면이 보여지는데 영화는 이런 참화가 단순히 자연현상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삼림 벌채와 대량 도살 및 LA 다운타운의 러시아워와 수자원 무차별 남획 등의 인간 탐욕에서 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영화는 인간의 자연환경에 대한 무심이 장차 지구를 인간이 살지 못할 곳으로 만들어놓고 있다고 역설한다.
PG. 랜드마크 (310-281-8233), 아크라이트(선셋+바인).

‘드라마/멕스’ (Drama/Mex)★★★½

사랑과 절망 그린 하룻밤 세 이야기

전혀 다른 스토리를 능수능란하게 엮은 수작


3개의 서로 관계없는 이야기를 릴레이식으로 진행한 사랑과 절망과 뜻밖의 타인으로부터의 연민을 아름답고 절실하게 묘사한 예술적인 멕시칸 드라마다.
얘기와 화면 구성이 확실하고 튼튼하며 촬영도 곱고 또 연기들도 좋은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사람의 관심을 유도하는 잘 만든 작품이다.
극중 인물들이 화면 위의 배우들이라기보다 내가 잘 아는 사람들 같아서 얘기에 마음이 간다. 감독의 얘기를 엮는 솜씨가 능수능란하다.
장소는 아카풀코로 세 얘기는 모두 하룻밤에 일어난다. 첫 얘기의 주인공은 잘 생긴 건달 차로와 그의 전 애인 페르난다 간의 애증이 얽힌 갈등과 격렬한 육체적 사랑과 질투. 차로는 페르난다를 추근추근 따라가면서 새 애인이 누구냐고 묻는다.
집에 도착한 페르난다가 차로를 문전박대하자 차로는 담을 넘어 들어와 페르난다를 겁탈한다.
이 장면이 사실적이고 에로틱하고 촬영도 급박한데 아직도 차로에게 마음이 있는 페르난다가 차로를 끌어안으면서 겁탈은 사랑의 행위로 변한다.
이어 페르난다의 새 애인 곤살로가 차로의 재출현을 알게 되면서 곤살로는 처음에는 페르난다의 창 밖에서 세레나데를 연주하며 애인의 마음을 되돌리려고 한다.
이윽고 곤살로의 질투는 알콜 기운을 얻어 폭력적이 되면서 차로와 격투를 벌인다. 페르난다는 두 남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마지막 얘기가 가장 흥미 있고 감동적이다. 수십 년간을 한 회사에서 일한 중년의 샐러리맨 하이메는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권총을 가지고 가출, 자살하려고 해변 모텔에 든다.
하이메의 뜻밖의 구원자는 15세난 가출소녀 티그리요. 새로 배운 유혹 기술로 해변 관광객에게 접근, 돈은 뜯어내는 티그리요는 하이메를 좋은 목표로 삼고 그에게 접근한다.
그런데 티그리요는 하이메가 자살을 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아버지뻘인 하이메의 보호자 구실을 하게 된다.
하이메역의 페르난도 베세릴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비배우들인데 연기들이 매우 사실적이다. 이 영화는 특히 화면 구성과 촬영이 아름답다.
성인용. 일부극장.

‘흑기사’(Ivanhoe)

영국 작가 월터 스캇 경이 쓴 소설이 원작.
중세 십자군 전쟁 당시 용감한 영국의 사자 왕 리처드와 그의 권좌를 노리는 사악한 자들 그리고 왕을 위해 적과 맞서는 흑기사의 칼부림과 사랑과 모험을 그린 흥미만점의 기사영화.
컬러 촬영이 눈부신 1952년 작으로 새 프린트로 상영된다.
호화 캐스트로 로버트 테일러가 흑기사로, 리즈 테일러가 그를 사랑하는 유대인 처녀로 나오고 존 폰테인은 흑기사의 연인으로 그리고 조지 샌더스는 리즈를 사랑하는 기사로 나와 흑기사와 대결한다.
이 영화는 특히 헝가리 태생의 작곡가인 미클로스 로자의 음악이 훌륭하다.
17일 하오 7시 아카데미 본부 내 골드윈 극장(8949 윌셔).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

히치콕 감독의 1956년작. 모로코로 어린 아들과 함께 휴가여행을 온 미국인 부부(지미 스튜어트와 도리스 데이)가 국제 암살음모에 휩쓸려든다. 모 국가 수상에 대한 암살계획을 알고 있는 남자가 칼 맞아 죽기 직전 스튜어트에게 자기가 알고 있는 비밀을 전하자 암살자들은 스튜어트의 입을 막기 위해 그의 아들을 납치한다. 데이가 부른 노래 ‘케 세라 세라’가 오스카 주제가상을 받았다.

‘다이알 M을 돌려라’(Dial M for Murder)

역시 히치콕의 1954년 작. 자기 아내(그레이스 켈리)를 죽이기 위해 남편(레이 밀랜드)이 옛 학교 동창생을 고용한다. 그러나 일이 잘못 되면서 오히려 이 동창생이 가위에 찔려 죽는다. (사진).
18일 하오 7시30분 에어로 극장(1328 Montana Ave. 샌타모니카) 동시 상영.

‘마리골드’(Marigold)

인도와 미국 합작인 볼리웃-할리웃 뮤지컬 로맨틱 코미디로 인도서 찍었다.
콧대 높은 미국 배우 마리골드가 인도에 영화 촬영차 갔다가 제작이 무산되는 바람에 외지에서 막막한 처지에 빠진다. 마리골드는 볼리웃 뮤지컬에 작은 역을 맡아 촬영에 들어가나 문제는 마리골드가 춤을 출줄 모른다는 것. 그래서 마리골드는 인도의 미남 안무가 프렘을 고용, 춤을 배우면서 자신감을 얻는데 이와 함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프렘을 사랑하게 된다. 프렘은 알고 보니 왕족의 자손으로 약혼녀가 있는 남자. 여기에 미국으로부터 마리골드의 약혼자가 도착하면서 마리골드의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일부 지역.

‘7일’ (7 Days)

코믹터치의 멕시코 갱스터 영화.
몬테리에 사는 서푼짜리 콘서트 흥행사 클라우디오의 꿈은 자기 동네에서 밴드 U2의 공연을 갖는 것. 클라우디오는 U2 초청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애인 글로리아를 설득, 애인의 부모 은행구좌에서 30분간만 50만달러를 빼내오게 한다.
클라우디오는 이 돈을 갖고 카지노로 마피아 보스 사마코나를 찾아가 홈팀의 축구 결승전에 몽땅 건다. 그리고 갱스터들이 한 눈을 파는 사이 가방에서 현찰을 빼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글로리아에게 돌려준다.
그러나 뜻밖에 홈팀이 경기에서 지면서 클라우디오는 졸지에 50만달러를 사마코나에게 지불할 곤경에 처한다. 클라우디오의 생사여탈권을 쥔 사마코나는 이 백수에게 7일 내 U2를 불러오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약속한다.
PG13. 선셋5, 윈콜로라도(624-744-1224)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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