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의 명화-‘흑과 백’

2007-08-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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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쇠사슬에 묶인 공동운명 두 죄수
미국사회 뿌리깊은 인종차별 고발

흑인과 백인 두 죄수가 쇠사슬이라는 공동의 운명에 묶인 채 자유를 찾아 도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형제애와 증오와 편견 그리고 인종간 대결의식 및 압제적 미 형벌제도를 고찰하고 비판했다. 1958년작 흑백으로 감독은 사회적 문제를 잘 다루는 스탠리 크레이머.
미 남부의 두 죄수 존(토니 커티스)과 노아(시드니 포이티에)가 감옥을 탈출하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서로 쇠사슬과 쇠고랑으로 팔목이 묶여진 둘은 서로를 죽도록 증오하면서도 자유를 향한 도주에서 서로 협력하기 위해 이 증오를 억누른다. 둘은 서로 싸우고 욕설을 주고받다가 도주를 위해서는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휴전에 들어간다.
존과 노아는 도주하다 동네 사람들에게 붙잡혀 죽을 고비를 치르기도 하고 한 농가의 섹스에 굶주린 젊은 미망인 때문에 배신의 유혹을 받기도 하지만 쇠사슬을 끊은 후에도 함께 자유를 찾아 도주한다. 결국 둘을 묶었던 쇠사슬은 둘을 친구이자 동료로 만들어놓은 것.
라스트 신이 긴장감 있고 박력 있다. 달리는 화물열차에 먼저 올라탄 노아가 안간힘을 쓰고 뒤따라 달려오는 존을 향해 자기 팔을 내뻗을 대로 내뻗으나 존이 자기 손을 붙잡지 못하자 노아는 존을 버리지 못해 기차 밖으로 다시 굴러 떨어진다. 노아는 우정을 위해 자유를 포기한 것이다.
커티스와 포이티에의 연기가 강렬하다. 이때까지 예쁜 남자로 취급 받던 커티스가 사납고 거친 연기를 맹렬히 해낸다. 포이티에 연기 역시 뛰어난데 둘 다 이 영화로 스타가 됐다. 이 영화로 포이티에는 베를린 영화제 주연상을 받았다. 오스카 각본과 촬영상 수상작.
보는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사로잡는 긴장감 있고 흥미진진한 드라마다. 모질고 가혹하면서도 얄궂은 유머와 박력 있는 행동을 지닌 걸작이다. 예상대로 영화는 당시만 해도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미 남부지방에서는 흥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지역에서는 호평과 함께 흥행도 잘 됐다. UA작.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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