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성시대의 패션 - 수영복과 패션

2007-08-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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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계절 중 최고는 역시 눈부신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이 제격입니다.
저마다의 특별함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해변은 800마일 캘리포니아 해안선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래 떼의 이동을 볼 수 있는 대너 포인트, 소더스트 페스티발이 열리는 예술의 해변 라구나, 자동차에 앉은 채로 배에 실려 발보아 섬으로 갈 수 있는 뉴포트,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자랑하는 식당들이 즐비한 레돈도 비치, 각종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가 구비된 베이워치의 무대 베니스, 서부해안의 대명사 샌타모니카등 가까운 남가주 해변들은 한여름에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여름바다를 연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역시 해수욕입니다. 사실 해수욕이라는 단어는 요즘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수영을 하든 못하든 바닷물에 몸을 담근다는 의미 정도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해수욕을 즐길 때 착용하는 복장은 누구나 잘 아는 수영복 입니다. 물론 해수욕뿐 아니라 실내외의 풀, 혹은 온천같은 대중이 함께 하는 공공장소에서 물에 들어갈 때 입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수영복의 기원에 대하여는 기원전 350년 그리스의 여성들이 최초로 착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는데 사실 근대에 이르기까지 수영 자체가 별다른 스포츠로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의상에 비해 발전 속도가 늦었고, 물에서 입는 옷이라 스타일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50대 이상 할리웃 흑백영화에 익숙한 세대는 영화에서 가끔 등장하는 약간은 촌스러운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여배우들의 모습이 연상되실 것 입니다.
원피스가 아닌 투피스, 즉 비키니 수영복이 시작된 것은 1940년대 입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해인 1946년 여름, 미국은 태평양 중서부 마샬군도의 비키니 산호초 지대에서 원폭 실험을 하였고, 그것은 당시 온 세계의 뉴스를 장악한 큰 사건이었습니다.
그 사건이 일어나던 시기에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서는 디자이너 루이에라가 새로운 수영복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것은 기존의 원피스가 아닌 아래 위가 분리된 획기적 스타일이었습니다. 세계인의 이목이 미국의 비키니 원폭 실험으로 집중되자 루이레아는 자신이 디자인한 새로운 스타일의 수영복에 비키니라는 이름을 붙여 홍보를 하였고 그것이 투피스 수영복의 명칭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루이레아의 투피스 수영복 비키니는 그야말로 원폭같은 위력으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기존의 원피스 수영복과 함께 시장을 양분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반드시 수영을 하기 위해 수영복을 착용하는 시대는 아닙니다.
물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건강한 피부색으로 보이기 위한 태닝, 온천욕을 하기 위한 복장, 혹은 미인대회의 심사를 위한 착용등에 수영복은 필요 불가결한 복장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수영복이란 타인에게 보여서는 안되는 부분을 가려주고, 물에 들어갔을때 저항이 가장 덜 받을 수 있게 고안된 의복이라는 점에서 다른 의상과는 구별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착용하는 의복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것과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려한 컬러와 디자인을 골라 입는 것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타 의복과 같이 수영복에도 반드시 타인에 대한 예의가 깃들여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어느정도 노출을 하는 장소에서 착용하는 의상이라 아무렇게나 생각한다면 그 순간부터 멋진 수영복 스타일을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사람이 대중앞에 가장 원초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의상이 바로 수영복입니다. 그것은 개인의 가장 원초적인 인격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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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아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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