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그리운 아버지에게

2007-07-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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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난히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납니다. 우리에겐 충분한 이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왜이리 아쉬운 생각만 많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살면 살수록 새록새록 더한 마음이 아버지에게 불효한 생각입니다. 옛말에 ‘산 효자는 없어도 죽은 효자는 많다’라는 말이 저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아요. 살아 계실 때는 효도 한번 못한 못난 딸이 돌아가신 후에는 왜 이리 가슴에 후회만 차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십계명 중에서 시간의 제한이 있는 계명 한가지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인데 저는 부모를 공경할 수 있는 시간이 무제한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이 저에게 주어진 것을 알았다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더 많은 웃음을 보여드릴 것을 말입니다.
얼마 전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사진 속 아버진 언제나 승욱이를 안고 계시더군요. 손주들 중에 언제나 넘버원의 자리를 승욱이에게 주셨었죠. 아버지의 마음을 다른 손주들도 이해를 하는지 승욱인 우리 가족에게는 언제나 귀한 존재임을 다들 인정합니다.
아버지의 귀한 헌신이 있었기에 승욱이를 세상 속에서 떳떳하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장애자녀를 키우는 딸을 언제나 가슴 끓이며 바라보고 사신 것 제가 잘 압니다. 간간이 들려오던 아버지의 탄식 소리가 지금도 귀에 남아 있습니다. 저 때문에 많이 마음 아프셨죠? 많이 숨죽여 우셨죠? 하지만 이젠 그 딸이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하며 열심히 가정을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엄마는 주기적으로 밀려오는 슬픔으로 밤잠을 못 주무시는 날이 많습니다. 지구 반대 적도 끝 아니 남극, 북극이라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다면 엄마는 찾아가 보고싶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슬픈 것은 승욱이를 낳았을 땐 장애자녀를 낳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를 먼저 천국으로 보낸 후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이 땅에서 볼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꿈에서라도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싶어도 제 꿈에 한 번도 찾아오시지 않으니 더 보고 싶은 것 같아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난 1년은 우리 모두가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과정을 지나오면서 저는 한층 더 성숙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버지가 왜 그렇게 저를 보며 염려 하셨는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손에 쥐어준 물건도 간수 못하는 딸, 싸울 줄은 모르고 질 줄만 아는 딸, 눈물샘이 너무 큰 딸, 세상물정과는 담쌓은 딸을 이곳에 두고 가기가 얼마나 걱정스러웠을까. 제가 생각해도 저는 어리석은 사람의 대표라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버지, 힘든 가운데에서도 제일 감사한 것은 주변에 저희 가정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모든 사랑의 빚은 아이들 말씀 안에서 반듯하게 잘 키우고 또 받은 사랑을 나눠주면서 사는 것이겠지요.
사무엘하 12장 23절의 말씀처럼 아버지를 저희에게 돌아오시게 할 수 없으니 제가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달려가야지요. 그러기 위해 저는 오늘도 열심히 앞을 향해 뛰어갑니다. 받은 사랑을 나누어 드리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부디 그곳에서 응원해 주세요. 바른 길로만 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더 강하고 세상에 속지 말고 타협하지 말고 푯대를 향해 온전히 달려갈 수 있게 말입니다.
아버지를 만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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