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겨냥한 흔한 공포라고 하기엔 아깝다. 팔 다리가 잘리거나 피가 흥건하거나 특수효과도 없지만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영화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한 배우의 연기력만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1408>(감독 미카엘 하프스트롬,배급 롯데쇼핑㈜롯데엔터테인먼트)이 그것이다. <샤이닝> <미져리>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등 영화로도 흥행작을 내놓은 스티븐 킹의 탄탄한 원작과 주인공 존 쿠삭의 열연이 치밀하게 관객을 이끌고 간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추리작가 마이크 엔슬린(존 쿠삭)은 유령이 출몰한다는 호텔과 묘지를 돌아다니며 주로 유령이 ‘없다’고 증명하고자 애쓰는 추리작가다.
LA에 사는 마이크는 어느날 ‘1408호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특이한 엽서를 받고 아픈 기억이 있는 뉴욕으로 향한다. 뉴욕 맨해튼의 돌핀호텔 1408호는 95년 동안 투숙객들이 1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60명 이상 괴이한 죽음을 당한 곳이다.
호텔 매니저 제럴드 올린(사무엘 L. 잭슨)은 ‘재능 있고 똑똑하지만 자기 밖에 믿지 않는 작가’ 마이크를 만류하지만 결국 열쇠를 내 주고 자신만만하던 마이크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희한한 공포를 체험한다.
마이크는 1408호에서 자살한 유령을 만나기도 하고, 암으로 목숨을 잃은 딸을 만나기도 한다. 마이크는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자신을 학대해 증오했던 아버지를 만나고 아버지로부터 ‘나도 한 때는 너와 같았고 너도 나처럼 될 거야’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화장실 물이 돌연 세게 나온다던가 갑자기 라디오가 크게 틀어지는 등 생활 속에서 일어나기 쉽지만 섬뜩한 느낌을 주는 공포 장치들부터 예측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이 주는 공포까지 1408호는 서늘한 느낌을 준다.
<1408>은 누구나 마음 속에서 밀어내려고 애쓰는 아픈 기억을 들춰낸다. 딸을 보낸 뒤 ‘딸의 얼굴이 떠올라’ 헤어졌던 부인 릴리 엔슬(메리 맥코막)이 “호텔은 잠재의식이야”라고 읖조리듯 말이다. ‘있지만 없는 척 하는’ 4층의 존재처럼, 이유 없이 금기시하는 13이라는 숫자를 상징하는 1408(더하면 13)처럼 어쩌면 공포란 스스로 말끔히 용서를 구하고 받지 못한 원죄를 돌아보게 만든다.
마이크는 의외의 방법으로 1408호를 벗어난다. 그러나 ‘우울증 초기’인 마이크의 심리적인 공간처럼 보이는 1408호는 반전으로 또 다른 노림수를 꾀한다. 결국 영화는 1408호 냉장고 안에서 매니저가 말했듯 누구나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죽음의 문제에서 희망을 뺏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단순한 공포영화를 기대했다가 종교적인 메시지까지 접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마이크가 해변에서 발견된 뒤부터 다소 영화가 긴장감을 잃는 느낌이 든다.
존 쿠삭은 혼자만의 연기로도 관객을 충분히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는다. 카메라는 존 쿠삭의 공포에 찬 얼굴 클로즈업과 등을 노출한 풀샷을 적절히 오가며 관객의 조리개를 조절해준다. 공포 영화를 잘 못 보는 심약한 자도 무서워하면서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8월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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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