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성시대의 패션 - 꿈의 여왕

2007-07-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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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일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가 운영하는 학교에서는 학위를 위한 프로그램 외에 특별한 과목이 하나 있습니다. 일종의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옷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과목 입니다.
어느날 예쁘게 생긴 흑인 아가씨 한명이 프랑스 스타일의 패턴을 배워보고 싶다고 저희 학교를 방문 하였습니다. 이 아가씨의 직업은 영화제작자였고,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패턴을 배우겠다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옷을 만들어 입겠다는 열정 때문이었습니다. 이 학생이 패턴을 배우겠다는 생각은 자신의 취향대로 옷을 만들어 입겠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고 자신의 꿈이 이루어질 때를 준비하는 과정중 하나였습니다.
이 학생은 마샤 빈야드 주최 작품전의 단편 다큐멘트리 부문에서 1등을 수상했고, 그녀의 가슴 속에는 반드시 이루고 싶은 소망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2007년 에미상에서 제작부문의 수상자로 뽑혀 시상식장에 올라갈 때 자신이 만든 드레스를 입고 수상을 하는 그런 꿈 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 입고 싶었던 로베르토 카발리의 멋진 드레스 사진을 학교에 가져왔고, 다른 학생들도 각자가 만들어 입고 싶은 드레스들의 사진을 벽에 붙여 이름과 함께 ‘꿈의 드레스라’는 명칭을 붙여 놓았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보며 소망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에미상을 수상하는 모습을 상상하였고 각자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한마음으로 기도를 하였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제작자로 에미상 수상을 기대하는 그 학생에게 적극적으로 용기를 북돋워 주는 타인을 위한 진정한 격려의 마음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에미상 수상의 꿈을 나눈 6개월이 지난 올 2월이 되자 그녀는 에미상 후보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전화 한 통화가 저희에게는 마치 수상을 한 것 같은 기쁨을 주었고 축하의 분위기로 학교는 떠들썩 하였습니다.
얼마 후 그녀는 에미상 후보로 선정된 정식 서류를 받았고 그 서류를 학교로 보내주어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3개월에 걸친 드레스 제작 기획을 세우고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그녀의 수상을 기도하며 멋진 드레스를 만들기 위한 최선을 다한 시간 이었습니다.
감사함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저희는 에미상에 입을 드레스를 같이 디자인하며 행복한 부담감을 갖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일생에 경험하기 힘든 에미상의 드레스를 같이 만들 수 있는 참으로 귀한 기회 였습니다. 시상식 당일도 여러 학생들이 자신들이 가진 능력들을 발휘하여 그녀를 위해 즐거움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게티 이미지에서 일하는 학생은 기자를 동원하였고, 사진작가로 일하는 학생은 무거운 장비들을 동원하여 교실 내에 스튜디오를 준비 하였습니다.
수상자 발표 후 그녀가 수상자가 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아쉽기도 했지만 지난 몇달간의 시간은 우리에게 꿈을 심어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꿈과 희망이 없다면 어려운 현실을 이겨 나가는 힘을 가질 수 없습니다. 모든 꿈과 희망이 반드시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성취하려는 마음과 과정, 그리고 성실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도 꿈을 꾸는 사람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의 미래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로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노력하는 보람있는 인생을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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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아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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