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승욱이에게 도우미가 생기다

2007-07-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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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욱이를 기숙사에 보내 놓고 두달 동안에 이것 저것을 참았던 것이 드디어 오늘 폭발해 버렸다. 학교는 학교대로 기숙사는 기숙사대로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에 염증을 느끼면서 도저히 이렇게 좋게좋게 넘어가서는 안될 것 같아 난 교감선생님을 만나서 어떤 문제가 있으면 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줄 것을 요구했고 학교에서 보내는 중요한 통신문은 집으로 직접 보내달라고 했다.
순둥이 어리버리 영어도 못하는 승욱이 엄마인줄 알았다가 오늘 드디어 학교에서 나의 성격을 파악한 날이다. ‘우씨. 다 덤벼.’
난 승욱이 기숙사 디렉터에게 전화를 남겼다.
“내가 지금 기숙사로 가고 있는 중이니 그 동안의 승욱이 기록을 준비해서 기다려 달라고 했다.” (내가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 디렉터는 자리를 피한 상태였음) 기숙사에 도착하니 기숙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승욱이 생활기록부를 함께 보면서 왜 아이의 중요한 준비물을 거의 매일 빠뜨렸는지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기숙사의 변명은 기숙사에는 팀이 오전, 오후 팀으로 나뉘는데 승욱이는 아직 담당(도우미)이 지정되어 있지 않아서 이 사람, 저 사람이 아침저녁으로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잘 못 챙겼었고, 또 승욱이가 아직도 밤에 잠을 거의 자지 않고 학교를 가니까 나름대로 닦여 보내도 워낙 아침 일찍 스쿨버스를 타고 가니 아침마다 깨끗한 모습으로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는 변명이다.
승욱이 기숙사가 스쿨버스 출발지이기에 오전 6시30분에 버스를 타서 학교 도착은 8시니 스쿨버스 안에서 내내 자고 학교에 가는 것이었다. 그러니 매일 머리는 까치집에 눈곱은 덕지덕지 새벽에 차를 타니 추울까봐 두꺼운 잠바를 입혀보내고.
결론은 나름대로 기숙사에서도 최선을 다 한다는 이야기다.
그럼, 무엇이 문제지?
난 승욱이를 전담해서 맡아줄 도우미를 지정해 달라고 했다. 기숙사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승욱이가 잘 따르는 미모의 도우미가 한 명 있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저녁에만 두 번 와서 승욱이를 돌봐 준다고 했다. 승욱이를 너무 예뻐해서 더 일하고 싶다고 하여 지금 스케줄을 조정 중이라고 했다.
기숙사에 가서 한 번 꼼꼼히 점검이 있은 후 돌아오는 금요일에 다시 승욱이를 데리러 갔다.
승욱이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머리는 라면머리(일명 폭탄머리), 귀고리는 버스 손잡이, 팔찌는 수갑 백 개를 찬 것 같고, 쭉쭉 빵빵 몸매에 한 눈에 봐도 한 미모와 시대의 패션을 리더하게 생긴 어느 여자가 승욱이의 손을 잡고 있다.
“누구세요?” “헬리마예요. 승욱이 도우미로 이번 주부터 매일오후에는 제가 승욱를 돌보게 됐어요.”
첫 인상은 강남 압구정 스타일의 흑인, 그저 멋만 부릴 줄만 알 것 같은 그녀가 만나면 만날수록 얼마나 진국인지 한번도 우리의 대화에 부정적인 것은 없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진취적이고 밝고 명랑하다. 한마디로 헬리마하고 있으면 만사 오케이다. 승욱이의 모든 일거수 일투족을 잘 보살펴주는 완벽한 도우미를 만나게 되었다.
‘승욱이 녀석 복도 많아. 주변에 어찌나 좋은 여인들이 많은지, 흠.’
좋은 도우미를 만나 너무 감사한데 또 다른 걱정은 승욱이가 나하고 있는 시간보다 헬리마하고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니 엄마한테 별 관심이 없어지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다. 휴.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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