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 - 받음과 내어 줌의 미학

2007-07-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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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부터 나무들은 끊임없이 자기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작고 연한 잎사귀부터 각종 화려하고 향기로운 꽃들, 그리고 꽃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점점 크게 자라나는 각종 열매들은 나무가 자기를 드러 내는 산물들입니다.
두레마을과 두레마을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열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살구나무로부터 시작해서 자두와 복숭아나무들이 자기를 내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두레마을도 자연을 닮은 나무들처럼, 우주를 만드신 분의 섭리를 닮고자 그간 ‘몸 비우기’모임을 비롯해서 ‘사모수련회’ 그리고 각종 수련회 등을 통해 받아들이고 내어주는 일들을 쉼 없이 해 오고 있습니다.
제가 ‘받아들임’이란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말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받아들임’이란 말 속에서 ‘받는다’는 말은 공손한 이미지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포대기에! 쌓인 어린 아이를 조심스럽게 건네받거나, 심지어는 벌을 받는다고 할 때도 가해의 의미보다도 내안에 좀 더 좋은 것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이미지가 느껴지는 것입니다.
‘바다’라는 말은 어머니의 한없이 넓은 사랑이 느껴지는 단어로서 세상의 온갖 다양한 물들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순수한 우리말로 바다라고 했던 것입니다. ‘밭’이나 ‘바탕’이라는 말도 근원적으로는 같은 말 뿌리에서 온 것들입니다. 생명체의 근원인 ‘빛’에 해당되는 말들입니다. ‘들인다’는 말 역시 공손한 이미지가 느껴지는 말입니다. 사람을 집안에 들인다거나, 무엇인가를 다른 이에게 ‘드린다’는 말도 말 뿌리가 같은 것입니다. 이러한 말의 이미지로 인해 ‘받아들임’이란 말을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내어 놓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좋은 것을 받아들이면 좋은 것을 내 놓게 되고 나쁜 것을 받아들이면 나쁜 것을 내 놓는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요. 우주를 만드신 이의 법칙인 것입니다. 땅속에 든든히 뿌리박고 서 있는 나무는 나무 스스로가 그렇게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땅이 나무의 뿌리를 잘 받아들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땅에 심겨진 나무는 뿌리를 통해 좋은 양분과 수분을 잘 받아들여서 건강하게 자랄 뿐 아니라 때가 되면 좋은 열배를 맺게 되어 그것을 우리들에게 내어주게 되는 것입니다. 자연의 세계는 받아들임과 내어줌의 끊임없는 반복과정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땅 또한 좋은 땅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거름을 받아들여야 하고 좋은 거름은 무엇인가가 내어 놓아야 하는 것처럼 서로가 도움을 주고 또한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내어줌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몸이 받아들이기만 하고 내어놓음이 없으면 그 몸은 곧 병들게 될 것입니다. 몸이 음식을 받아들이는데 성장이나 몸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음식만을 잘 받아들이고 나머지를 잘 내어놓으며 사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입니다.
몸에 양분이 쌓이는데도 배출을 잘 할 수 없게 되면 몸이 비대해지게 되고 그것으로 몸이 병들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또한 몸에서 음식을 받아들일 때 몸에 좋은 음식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요즈음 음식은 몸의 한부분인 입에만 좋은 음식이 넘치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좋은 땅에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기 때문입니다.
내어주고 비어가는 과정은 구도자 모습의 전형입니다. 두레마을에서는 매월 마지막째 주에 ‘몸 비우기’를 하는데 이것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받아들이고 비워가는 과정을 배우기 위함입니다.
풍요로움이 넘치는 세상 속에서 ‘비움’이라는 말이 새삼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건강한 삶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풍요로움에 가려 잘 보지 못하는 마음의 세계를 진짜 풍요롭게 만들어 나가기 위해 ‘비움’을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받아들이고 내어주는 과정을 점점 확장시키면 사람관계에서 건강한 삶을 이루어 나갈 수가 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보면 우리들은 내 자신이 내 자신을 잘 받아들이고 내어보내지를 못하고 살아가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부간에도 서로가 서로를 잘 받아들이고 또한 서로에게 좋은 것들을 잘 내어주는 과정이 부부관계를 풍요롭게 하고, 부모 자식 간에도 잘 받아들임과 내어줌이 아름답고 좋은 가족을 만들게 할 것입니다.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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