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과연 그곳에선 무슨 일을 하는 걸까

2007-07-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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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욱, 다섯 밤 자고 다시 만나자. 밥도 잘 먹고, 잠도 제 시간에 잘 자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알았지?”
나와 떨어지는 것을 아는지 나를 꼭 잡고 있던 손을 한 번 더 잡더니 기숙사 선생님에게로 군말 없이 간다. 나에게서 안 떨어진다고 울면 어쩌나 가슴을 졸였는데 너무나 담담하게 내 손을 포기(?)하고 가는 승욱이를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승욱, 엄마 간다. 금요일 저녁에 올께. 이 승욱, 엄마 진짜 간다니까.”
‘냉정한 녀석 같으니라구 매정하게 돌아서서 가 버리네?’ 언제나 엄마들은 자식을 짝사랑만 한다고 누가 그러더니 나를 두고 하는 말 인가보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괜히 마음이 바쁘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승욱이를 상상하며 일이 끝나면 바로 달려간다. 굳게 닫혀진 게이트 앞에서 기숙사 안으로 전화를 걸고 문을 열어주면 난 쏜살같이 달려 들어간다.
엄마가 데리러 오는 아이들은 거실 소파에 앉혀두는데 어두운 소파에 승욱이가 장난감 인형을 하나 끌어안고 앉아 있다. “안녕 승욱, 내가 누구게~” 나의 목소리에 입을 최대한 벌려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껴 운다.
“엄마 보고 싶었지? 엄마도 승욱이 많이 보고 싶었어. 얼른 집에 가자” 승욱이는 눈동자가 아주 작기 때문에 거의 눈을 감고 있다. 떠지지도 않을 만큼 작은 눈에 어쩌면 그리 많은 눈물이 들어가 있는지 연구 좀 해봐야 한다. 눈동자가 작다보니 눈에 눈물이 머무는 시간 없이 바로 쏟아지니 울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얼굴이다.
한 주간에 승욱이 기록을 확인하고 간단히 짐을 챙겨 나오는데 영 맘에 들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학교하고 기숙사하고 함께 기록하는 노트에 계속 뭔가를 빠뜨리고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하루는 와우 이식한 것(승욱이는 가슴에 듣는 것을 도와주는 프로세서를 달고 있다)을 보내지 않았고, 하루는 프로세서 안에 넣어주는 건전지를 보내지 않았고, 하루는 기저귀를 보내지 않았고, 하루는 주스를 보내지 않았고. 그 중에서도 일주일에 두 번이나 와우이식 프로세서를 보내지 않아서 전혀 수업을 하지 못했다고 적혀 있었다.
승욱이는 듣지 못하면 전혀 수업을 할 수가 없는 아이다. 그런데 유일한 듣는 수단의 프로세서를 잊어버리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일단 난 기숙사 담당선생님에게 다음부터 잘 챙겨달라는 부탁을 하고 돌아오는 주에 학교를 한번 예고 없이 찾아가 보기로 했다.
금요일 오전 8시 20분, 난 학교 앞에서 승욱이가 탄 스쿨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 덥지도 않은 아침에 두꺼운 잠바를 입고 머리는 까치집을 두개나 지은 머리에 눈꼽은 덕지덕지 붙은 상태에 게다가 바지는 형아 바지를 입은 듯 큰 바지를 입고 차에서 내리는 승욱이를 보았다.
보조 선생님 손을 잡고 카페테리아에서 아침을 챙겨들고 교실로 가면서 큰 바지를 계속 추켜 올리며 어정쩡 걸어가는 승욱이의 뒤를 따라 교실로 들어갔다.
담임선생님은 나의 방문에 깜짝 놀란 듯이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오늘 미팅도 없는데.”
“아, 네. 지난주에 학교 노트를 읽어보니까 뭘 자꾸 빠뜨리고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이 있다기에 좀 보려고 왔어요” 나의 말에 선생님은 그 동안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기 시작했다.
노트에 적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꽤나 많음을 알고 도대체 기숙사에선 아침마다 애를 뭘 챙겨보내는지 이 시점에서 점검이 필요함을 깨닫고 바로 수습에 들어갔다. 과연 그곳에선 무슨 일을 하는 걸까?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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