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보기-우울증의 얼굴들

2007-06-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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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가장 만연돼 있는 병이 있다면 그것은 우울증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나 배우자, 또 자녀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모르면서 살아간다. 삶은 불만스럽고, 개인사와 가정사가 잘못돼 가는데도 문제의 근본을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울증이 다른 여러 가지의 얼굴을 하고 가족들의 마음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물론 우울증의 일반적인 증상은 대략 이렇다.
수면과 식욕에 문제가 생기고, 모든 것에 관심과 희망이 없어지며, 무기력해진다든지, 자책감과 의기소침으로 괴롭고, 무슨 일에 집중하기도 힘들뿐 아니라 매사가 짜증스럽고 초조하다. 툭하면 화가 치밀고 그래서 가족관계, 인간관계에서 제대로 되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우울증의 일반적인 증상들은 사람에 따라 다른 얼굴로도 표출되기 때문에 그것이 우울증인지 눈치 채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예로, 청소년들에게 우울증상은 인터넷 중독과 비만으로도 나타나고, 부모와 대화를 별로하지 않으면서, 대화 시 폭발적인 분노가 노출되는 식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어떤 아이의 우울증은 이상한 옷차림부터 시작해서 마약을 하거나 가출, 무분별한 성적 행동과 스릴을 쫓는 위험한 행동, 갱활동 등으로도 나타난다.
어떤 남성들에게 우울증은 일이나 도박, 술, 담배중독 등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외도를 하거나 가정폭력 등의 얼굴로도 나타난다. 또 여성들에겐 우울증이 위통과 두통, 또 관절염 등 신체적 통증과 병으로 나타나며 불안공포증이나 완전주의의 집착강박증으로 자신의 삶보다 자식의 삶에 지나친 집착을 보이는 등 또 다른 얼굴로도 나타난다. 성인으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성장기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려서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나, 바람을 피우며 어머니를 폭행하는 아버지를 보며 분노의 감정을 삭이며 자란 경우, 걸핏하면 윽박지르는 아버지에 굴종적인 어머니라든지, 어머니의 외도와 가출, 잦은 부부싸움 등을 목격하며 자신의 울분, 쓸쓸함과 억울함, 비통함 등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서 우울증이 많이 생긴다.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부모가 자신의 우울증을 여러 가지 얼굴로 표출하는 열악한 정서적 환경에서 자라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고, 그 많은 억압된 감정들이 내면화되면서 아이들의 우울증은 자기 파괴적, 반사회적인 얼굴로 나타난다.
어떤 경우, 우울증은 아이들을 키우며 직장생활과 이민정착 등으로 삶이 바쁘고 힘들 때는 오히려 나타나지 않다가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고 마음에 여유가 생길 때 나타나기도 한다. 과거에 해결되지 않은 심리적 이슈들이 그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얼굴을 가진 우울증을 혼자 힘으로 치료하기란 불가능하다. 우울증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인간관계에서 오는 병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전문가와의 인간관계를 통한 심리치료가 병행돼야 가장 효과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
(213)500-0838
www.drkyungso.com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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