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혼

2007-06-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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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조건, 현재의 조건, 미래의 조건

중매는 부동산 중개와 비슷할 것이라 여기는 분들이 있다.
부동산은 움직이지 않는 자산을 중개하는 것이지만 중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천태만상이게 마련인 많은 분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절대 아닌데 말이다.
다시는 실패가 없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렇게 만든 것이긴 하겠지만 터무니없는 욕심으로 무장된 이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조절해야 하는 어려움이라니!
“제가 이래 봐도 OO대학을 나왔잖아요. 상대도 저 이상의 학력에다 전문직 종사자면 좋겠어요.” OO대학이 일류대니 내세울 만한 조건은 맞는데 그 외 다른 조건은 최악이다. 자녀가 둘에다 용모도 보통 이하고 경제력도 없는데 아직도 신데렐라를 꿈꾸고 있으니 큰일이다.
“전 남편이 의사였어요. 새 상대도 그 이상은 돼야 되겠지요.”
아니 도대체 전 남편의 직업이 새 상대 남성한테 무슨 중요한 것이라고 그 과거의 남편 직업 때문에 지금 현실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면서 꿈속을 헤매고 있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이렇게 지난 과거나 상대방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조건인데 자신만의 허상에 빠져 아까운 인생을 허비하는 많은 분들한테 꼭 전해 주고 싶은 말들이 있다.
첫째, 상대의 조건을 보기 전에 내 조건을 냉정히 직시하고 내 조건이 맞는 눈높이를 조정해 놓으라는 것이다.
두 번째, 조건은 오로지 현재의 조건만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보는 보편적인 조건들은 과거 당신의 얘기가 아닌 지금 현 상태가 중요한 법이다. 과거에 잘 나가지 않던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리고 과거에 잘 나갔던 것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여기서 우리 ‘과거의 조건’과 ‘현재의 조건’, 그리고 ‘미래의 조건’을 정리해 보도록 하자. ‘과거의 조건’은 지난 일은 최대한 모두 잊고 깨끗한 마음으로 시작한다는 자세. ‘현재의 조건’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정확히 알고 거기에 맞는 눈높이를 가지는 것. ‘미래의 조건’은 이번만큼은 항상 양보하고 이해하겠다는 마음가짐.
이런 마인드를 갖추었을 때 당신은 재혼 대상자로서 최고의 조건을 갖춘 것이라 생각된다.

<김영란 / 탤런트, 행복출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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