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페이먼트 조정해줘 살았다 싶었는데…IRS ‘세금 날벼락’

2007-05-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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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연체로 융자 재조정 받은 홈 오너들
“감해준 빚도 소득” IRS의 과세에 “이럴 수가?”
현행 세법상 숏세일 부족액 감면도 세금내야
“엎어진 자 짓밟는 꼴”… 개정안 내년 발효 전망

주택 모기지 페이먼트를 못내 악성 연체에 빠졌을 때 모기지 은행이 구원의 손길을 보내 부채를 좀 감해 주는 경우 연방국세청(IRS)은 감해준 액수에 대해 소득세를 물린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서브 프라임 융자 주택 차압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렌더의 선처에 잠깐 안도의 한숨을 돌렸던 많은 홈 오너들이 IRS로부터 소득세 통고를 받고 크게 놀라고 있다. IRS가 피도 눈물도 없다지만 이 경우에는 너무 심하다. 집 페이먼트를 못내 쓰러진 사람에게 렌더가 어쩔 수 없어 빚을 좀 덜어줬는데 그것도 소득이라고 세금을 물리니 연방정부를 원망하는 소리가 높다.

집페이먼트를 못내 악성 연체에 떨어졌을 때 홈 오너가 취할 수 있는 방도는 별로 없다. 차압에 떨어지기 전에 우선 렌더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선처를 부탁하는 것이 첫 순서. 다행히 렌더가 융자를 조정하여 부채의 일부를 감해준다면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때 렌더가 감면해준 부채 액수는 IRS가 볼 때는 불로소득을 얻은 것과 마찬가지며 따라서 연방소득세를 부과한다. 많은 경우 그 세액은 연체라는 어려운 처지에 빠진 홈 오너가 납부하기 불가능할 만큼 많은 액수다. 사기업인 렌더가 도와주는 데 연방정부가 엎어진 사람을 짓밟는 꼴이지만 현 세법상 어쩔 도리가 없다.
연방세법에 의하면 채권자가 개인 부채를 면해줬을 때 감해준 액수는 파산이 아닌 경우 일반 ‘소득’으로 간주되며, 렌더는 법에 따라 감해준 액수를 IRS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런 현실은 특히 크레딧이 취약해 서브 프라임 융자를 받은 홈 오너들에게 가혹하게 작용하고 있다. 서브 프라임 융자 홈 오너들은 현재 주택시장 악화로 갚아야 할 모기지 부채가 주택 가치를 능가하는데다 무리하게 제로다운 또는 이자만 내는 융자를 받는 바람에 모기지 페이먼트가 최근 크게 늘어나 페이먼트를 내지 못하는 어려운 처지로 떨어진 경우가 허다하다.
모기지 페이먼트를 몇 달간 내지 못해 렌더와 페이먼트 플랜을 재조정을 했던 A씨. 그는 렌더가 융자 재조정에 합의해 줌으로써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일년뒤 IRS는 렌더가 감해준 액수에 대해 거액의 세금을 납부할 것을 통고해 왔다. 렌더는 의무규정에 따라 1099-C 양식에 적어서 감해준 액수를 IRS에 보고했고 IRS는 융자 조정으로 인하여 A씨가 가외의 ‘소득’을 얻게 됐음을 인지해 세금을 부과한 것이었다.
A씨는 감해준 빚이 소득으로 간주돼 세금이 부과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실제로 돈을 받아보지도 못했고 당연히 은행에 입금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IRS가 보기에는 소득이 발생했는데 세금을 미납했고 따라서 추징에 들어간 것이다.
차압에 떨어지기 전 융자 조정을 하게 되는 수만에 달하는 홈 오너들이 현재 이와 비슷한 험한 상황을 맞고 있다.
현실적으로 너무 가혹하자 법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주된 주택에 대한 부채 감면은 소득으로 간주하지 않도록 하는 ‘2007년 모기지 취소 세금 감면 법’(Mortgage Cancellation Tax Relief Act of 2007 -HR 1876)이 연방의회에 상정됐다.
지난 4월 중순 민주당 로버트 앤드류스 하원의원과 공화당 란 루이스 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현재 하원 세입세출위원회에 계류중이며 통과 가능성이 높다. 이 법이 발효되면 내년부터는 모기지 체납자가 소득세란 수류탄을 손에 쥐게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두 의원은 설명했다.
모기지 체납으로 인한 융자조정 뿐 아니라 차압전 숏 세일에 들어간 홈오너들, 차압 수익이 모기지 부채를 완납하기에 충분치 못한 케이스도 이 법의 혜택을 입게 된다.
예를 들어 모기지 악성 연체인데 설상가상으로 일자리도 잃었다면 융자조정이나 이자율 인하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차압 대신 렌더는 퀵 세일(집을 고치지 않고 현 상태 그대로 가격을 크게 내려서 판매)을 권하게 되는데 숏세일로 받은 액수가 모기지 잔액보다 1만달러 모자랄지라도 렌더를 이를 그냥 수용해준다. 새 법이 시행되면 이 경우는 면세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는 렌더는 1만 달러를 IRS에 보고하게 된다. 차압이나 숏세일로 받은 액수가 렌더에게 갚아야 할 채무액에 모자라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고해야하며, IRS는 이를 토대로 소득세 납부 통고를 발부하게 된다.
숏세일이나 모기지 연체, 차압은 홈 오너에게는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인데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무거운 세금을 등짐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 법안 지지자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시세보다 크게 할인하여 집을 처분하는 숏세일의 경우 홈오너는 이미 홈에퀴티도 수만달러 상실해 상당한 액수의 양도 손실(capital losses)을 보게 되지만 양도 손실에 대해서는 IRS는 세금 공제를 해주지 않는다.
새 법안은 다수당인 민주당 주택 금융 위원회 리더들이 차압 위기에 처한 홈 오너들을 구제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모기지은행 등 관련 당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음에 비춰보면 통과 가능성이 높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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