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칼럼 선두에 선 사람들

2007-05-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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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누렇게 익어 고개 숙인 옛 고향의 가을을 생각하면서 맨처음 논두렁길을 걸어가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어느 이른 아침이었다. 학교를 가기위해 좁은 논둑길을 맨 먼저 지나갈 때면 모처럼 어머니가 다림질 해 주신 교복바지에 이슬이 듬뿍 내려앉아 스쳐가는 바지를 다 적셔 버린다. 이처럼 맨 처음 지나가는 사람은 언제나 옷을 적시는 희생을 감수해야 했으며 처음 지나가는 사람은 그 만큼 힘도 들지만 옷이 젖지 않고도 따라오는 동료들을 생각을 하면 스스로 용기가 나기도 했다.
타고난 성격이 어디 가나. 해병대에서 이른 아침 훈련을 받을 때도 언제나 먼저 가는 편이었으며 지금은 소장으로 예편하신 중대장님이 “야 남문기 너 이리와. 내 곁에 서서 따라와.” 유별나게 나를 좋아 하셨고 그 중대장님도 언제나 앞에 있었으니 옷이 다 젖을 수밖에. 그러나 항상 웃으시며 “뒤에 오는 중대원들은 젖지도 않고 헤매지도 않고 잘 따라 올거야.”하면서 웃지도 않고 큰일을 하시는 것처럼 심각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혼자 웃은 적도 있었다.
영웅심만이 아니라 순수했던 본능적 사랑이었을 것이다. 젖은 교복바지를 입은 채로 무릎을 흔들며 한 두 시간 지나면 젖어버린 바지도 말려지고 그리고 나면 그만이다. 언제 젖어 있었는지 조차 잊어버린다.
지금의 사회도 그렇다. 누군가 터놓은 길을 따라 경영하는 것은 어려움이 덜 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지금은 가난에서 벗어났지만 70년대의 기업들은 대부분 경영자들의 우직한 모험정신으로 시작했다. 뒤숭숭한 정치와 정권이 그랬고, 삼성이나 현대 같은 기업의 경영자들이 그러했다. 그들은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 위험 수위를 감수하여야 했고 전력을 다하여 현재의 기업군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에 비해 지금의 기업들은 선진기업들의 벤치마킹만 해가는 일이 많다. 도전정신의 멋스러움이 아쉽다는 것이다.
모방과 표절에 의존하는 경영자들은 자기 회사에도 애착심도 적을 수밖에 없다. 하다가 안 되면 그만이고, 다른 직장이나 업종으로 바꾸고 가버리면 그만이니, 전문성이나 장인 정신을 가진 가람이 보기 힘든 사회가 아닐까 싶어서 아쉬울 때가 많다.
요즘의 경쟁사회는 잠시 바짓가랑이가 젖는 그런 짧은 희생을 요하는 게 아니라, 생계와 인생을 걸며 헤쳐 가는 도전정신이 필요할 때다.
필자가 20년 전 부동산을 시작할 때의 광고가 생각난다. 어떤 면에서는 좀 심하다 싶기도 하고 요란하기도 했을 정도로 했다. 내 입장에서는 부동산 광고에 있어 초행의 도박을 한 것이었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런 광고가 소비자와 광고주의 윈윈게임이었고 커뮤니티 전체적으로도 승수효과 즉 상승의 작용을 이용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정보에 어두워, 보이는 데로 적당히 매물을 찾아 구하고 팔았던 시절이었다.
‘올인’이라는 말이 결코 무색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당시 3년6개월간 청소를 하면서 모아둔 4만달러 전부를 광고비로 6개월만에 쏟아 부었으니. 내게는 엄청난 모험이고 전략이었다. 하지만 도박이 아닌 나름대로 심사숙고한 도전 이었다.
이후 어찌됐건 적잖은 부동산 전문인들이 앞다퉈 그룹을 만들고 회사를 확장하고,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는 붐이 일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업체의 성공에 대해 물을 때 나는 대대적인 광고전략이라고 대답한다.
아침 논둑길에 뒤 따라 오는 급우들을 위해서 순수한 시골 청년의 용기 같은 자세를 지니고 싶다.
세월이 지나 부동산업체들의 활발해진 광고 등 마케팅을 보면 뿌듯하다. 원활하게 잘 돌아가고 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해본다. 부동산업체들의 광고들이 미주한인들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
난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다면 아무리 정성들여 깨끗이 세탁한 바지라도 아침이슬에 푹푹 적시고 싶다. 바지가 젖었다고 동료들이 놀려도 좋다. 그 젖은 바지에도 나만의 이유와 아름다운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내 곁에서 나를 보는 가족과 지인들이 인정하고 알아주면 그저 용기가 날 뿐이다. 나는 식솔들의 안녕을 먹으며 살고 싶다. 그 식솔은 우리 업체 뿐 아니라, LA한인이고, 미주 한인이고, 대한민국이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나의 꿈이며 우리의 꿈이 되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던 초행에서 쓰라린 실패와 희생을 강요당한 경험들은 많은 식솔들에게 성공이 보장되는 기반이 될 수 있고 그 기반위에 후임들의 대개는 실패 없이 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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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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