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일기 ‘옥수수 농장에 투자하라’

2007-04-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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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프레온 가스다. 지구의 온실가스 배출 활동을 규제하지 않는 한 인류는 자연 재앙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바이오 연료와 같은 대체에너지 개발을 통해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현재 인류가 이용하고 있는 석유와 석탄은 대부분 동식물의 유해가 땅 속에 묻혀 오랜 세월 변성되면서 만들어 진 것인데 그마저 고갈 위기에 처해 있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대체에너지와 청정에너지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이 한때는 현실성 있는 대체에너지로 개발되기도 하였으나 위험도가 높아 그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 대신 태양열과 풍력, 조력(潮力) 등의 자연 에너지가 새롭게 부상되고 있다.
바이오 에너지로 각광받는 에탄올의 재료로 쓰이는 옥수수의 국제 시세가 오르면서 농산업계에 새로운 이슈로 떠 올랐다. 이미 지난해 가격이 곱절로 인상되었고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선 에탄올의 전략적 비축 소문까지 나돌면서 11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국정연설에서 대체연료의 생산을 350억 배럴로 늘려 잡았다. 이러한 신생 에너지 붐을 타고 급기야 농경지 가격마저 치솟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옥수수 농장 가격 상승률이 뉴욕 맨해튼과 영국 런던 아파트의 상승을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옥수수 생산지인 아이오아주의 농지 가격은 35%, 인디애나주는 16% 올랐고, 곡물수출 2위국 아르헨티나의 옥수수 농장 가격은 연간 27%나 상승했다. 이는 뉴욕 소호거리의 콘도 최상층 가격 상승폭 12%나 런던 금융가 근처의 이슬링튼 아파트 상승폭 11%를 웃도는 수준이다.
작년 뉴욕 맨하튼의 아파트 가격 평균 상승폭은 3.2%로 10년래 최소에 머물렀다. 무디스의 계열사인 이코노미닷컴은 라스베가스와 워싱턴 등 미국 70개 도시의 주택가격이 올해부터 2009년까지 1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옥수수 농장에 대한 전망은 밝다. 지난해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은 72%나 급등했으며 미 농무부는 현재 연간 옥수수 수확량의 30%를 에탄올 원료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웨스트체스터 그룹의 머레이 와이즈 회장은 향후 18개월 동안 농지 수익률이 비약적인 상승세를 보여 2017년까지 미국 중서부 땅값이 연 평균 12% 오를 것으로 점쳤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농업 부문 투자 그룹인 행콕 법인은 지난해 1억달러 규모의 농장을 사들였고 맥쿼리 뱅크는 호주 목장에 10억호주달러(7억7,5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퍼갬 파이낸스는 2년전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농장에 투자하는 펀드 `캄포스 오리엔탈레스`를 출범시켰다. 퍼갬의 설립자인 올리비에 콤바스텟은 남미 농장 투자로 향후 5년간 연평균 15%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의 분석기관들은 70개 주요도시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농경지가 몰린 중서부 부동산값은 상승세로 접어들었음을 인정했다. 이러한 기류를 타고 전설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도 농지 투자를 적극 권했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로 옥수수 작황이 부진해지면 농작물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동안은 농지 구매에 나설 것을 적극 권고하였다. 한국에도 한동안 농촌의 땅값이 오르던 시대가 있었다. 이제 광활한 미국 대륙에서 투자처를 찾아 나선 돈뭉치가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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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윈 부동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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