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의 해’ (Year of the Dog) ★★★½

2007-04-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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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개가 죽자 집이 개판?

마음씨 좋은 외로운 여인의
‘사랑고픈’그린 슬픈 코미디

사람과의 감정적 연계를 갈망하는 관대한 마음을 지닌 고독한 여인에 관한 코미디인데 깔깔대며 웃는 코미디라기보다는 운명과 불행과 체념 등을 더 강조한 슬픈 감각의 코미디다. 아이러니컬한 코미디라고 하겠는데 티 안낸 세련된 작품으로 개와 지적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웃을 때면 잇몸이 크게 드러나는 조용한 시골 쥐 스타일의 페기(몰리 섀넌)는 괴팍하고 신경이 예민한 회사 상사 로빈의 비서. 페기는 사람이 좋아 직원들에게 아침이면 공짜로 도너츠를 사다 먹이나 이성관계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페기가 자기 마음을 모두 주며 사랑하는 것이 베이글종인 개 펜실.
그런데 펜실이 어느 날 밤 이웃집에 사는 총기수집광 알(존 C. 라일리)의 마당에 들어갔다가 사망하면서 페기는 세상 살 맛을 잃는다. 이런 페기에게 동물보호운동가인 뉴트(피터 사스가드)가 다른 개를 소개하면서 페기는 뉴트에게 호감을 갖는다.
페기는 개도 생기고 남자도 생겼다고 좋아하나 뉴트는 이성에는 전연 관심 없는 남자여서 페기는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페기는 홧김에 동물보관소에서 곧 처치할 개들을 떼로 입양한 뒤 이 개들과 함께 방에서 산다. 집안이 온통 냄새 나고 더러운 개판이 된다.
얘기는 질서정연한 서술방식을 따른다기보다 에피소드식이다. 페기를 둘러싼 사람들과 페기의 관계가 삽화식으로 묘사되는데 페기와 로빈 그리고 수퍼맘인 시누이 브레트(로라 던) 및 알과의 관계 등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특히 개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인간관계가 망가지는 페기와 알과의 호감이 미움으로 변하는 과정이 우습다.
사랑이 채워 주지 못하는 마음의 공간을 동물 사랑으로 메우려는 외로운 여자의 얘기는 실제로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어서 상당히 공감이 간다. 이 영화에서 뛰어난 것은 섀논의 투명한 연기. 사랑에 굶주린 여자의 연기를 슬프면서도 우습게 잘 한다.
PG-13. 아크라이트(323-464-4226), 센추리 15(310-692-0829), 그로브(323-692-0829), 모니카(310-394-9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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