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부인의 귀고리’ (The Earrings of Madame De…)

2007-04-06 (금)
크게 작게
‘이 보석만 아니었더라도…’

장군 부인의 사치와 허영으로 비극은 시작

사랑과 허영과 부정에 관한 우아하고 화사한 1953년산 불·이 합작 흑백영화.
유연한 카메라 기법과 로맨틱한 스타일의 독일계 프랑스인 감독 막스 오풀스의 영화로 그의 또 다른 로맨틱한 영화로 ‘모르는 여인의 편지’(Letter from an Unknown Woman·1948)가 있다.
로맨틱한 삼각관계가 비극적 종말을 맞는 ‘모부인의 귀고리’는 “이 보석만이 아니었더라도”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카메라가 보석 장신구와 값진 모피 외투를 찾아 옷장을 차례로 뒤지는 한 부인(다니엘 다리외)의 손을 따라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파리의 귀부인은 자신의 낭비벽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팔 귀중품을 찾는 것으로 고른 것이 장군인 남편(샤를르 봐이에)의 결혼선물인 다이아몬드 귀고리. 이 귀고리가 돌고 돌아 영화 끝에 다시 부인의 손에 돌아오는데 그것이 한 바퀴 도는 과정에서 사랑과 질투와 그리움과 죽음이 일어난다.
영화에서는 부인의 성이 밝혀지지 않는데 이 부인은 남편에게 귀고리를 분실했다고 속인다. 부인에게서 귀고리를 산 보석상은 이것을 다시 장군에게 팔고 장군은 이 귀고리를 콘스탄티노플로 떠나가는 자기 정부에게 선사한다.
이 여인은 도박장에서 귀고리를 팔아 판돈을 마련하고 다시 귀고리는 돈 많은 이탈리아 외교관 파브리지오 남작(비토리오 데 시카)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남작과 모부인이 서로 사랑하게 되면서 귀고리는 다시 부인에게 넘어가는데 부인이 남편에게 귀고리를 찾았다고 속이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이 로맨틱한 클래식은 사랑의 얘기인 한편 파리의 부르좌들의 무의미하고 경박한 삶을 파헤친 작품이기도 하다. 매우 섬세하고 감정적으로 얘기의 서술형식이 다소 평면적이긴 하나 좀처럼 보기 힘든 화려하고 격정적인 고전 걸작이다. 특히 다리외의 모습이 고상하고 눈부시게 아름답다.
6일 하오 7시30분 LA 카운티 뮤지엄 빙극장(323-857-6010). 이어 하오 9시30분부터는 히트 앤 런 사고를 낸 두 정부의 죄책감과 후유증을 그린 필름 느와르와 네오리얼리즘을 혼성한 스페인 영화 ‘자전거 탄 사람의 죽음’(Death of a Cyclist·1955)이 상영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