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의 명화 ‘개스등’

2007-04-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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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명문가정서 일어나는 미스터리
잉그릿 버그만 명연기로 오스카상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런던의 한 유복한 명문 가정에서 일어나는 살인과 음모와 탐욕 그리고 광기가 엮어내는 흑백 드라마로 1944년작.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안개 자욱한 런던 거리 그리고 얘기의 무대인 주인공 저택 내부의 세트 디자인 등이 영화의 압박감과 공포감과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
런던의 유명 오페라 가수인 이모 밑에서 자란 폴라(잉그릿 버그만)는 이탈리아에서 노래 공부를 하다 만난 피아노 반주자 그레고리(샤를르 봐이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둘은 런던으로 돌아와 이모가 폴라에게 물려준 집에서 사는데 폴라의 이모는 이 집에서 살해됐으나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아 있다.
폴라와 그레고리의 신혼 단꿈이 계속되는 것은 잠깐으로 폴라는 건망증에 시달리고 이로 인해 히스테리 증세마저 일으킨다. 그뿐 아니라 폴라는 방안의 개스등 불이 저절로 줄어드는 것을 목격하고 다락에서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나는 것을 듣는다. 그러나 그레고리는 이것이 모두 환시와 환청에 불과하다며 폴라를 외부와 차단시키고 집 안에 감금하다시피 한다. 그리고 그레고리는 밤만 되면 외출했다가 새벽에 귀가한다.
폴라의 정신착란 증세는 이 집의 천박하고 바람기 있는 젊은 하녀 낸시(앤젤라 랜스베리)의 그레고리에 대한 유혹과 오만한 태도에 반사되면서 더 한층 절망적인 상태로 빠져든다. 한편 폴라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형사 브라이언(조셉 카튼)이 그레고리의 행동에 의심을 품고 폴라의 이모 피살사건을 재수사하면서 폴라의 광기의 실마리도 풀려나간다.
여배우들의 감독이요 섬세한 연출력을 지닌 조지 큐커가 놀라울 정도로 긴박감이 강한 미스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버그만은 큐커의 권유에 따라 정신병원을 찾아 광기의 증상을 연구했다. 버그만은 아름답고 연약한 여인으로 처음에 두려움에 떨다가 마지막에 승자로 변신, 의기양양한 연기를 해 오스카상을 탔다. MGM.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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