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 페이먼트에 깔려 숨막히겠네…

2007-04-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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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인 거주 아파스톨라치 부부는 자신의 3베드룸 홈을 좋아했다. 6년 전에 샀는데 무엇보다도 모기지가 17만5,000달러로 월 페이먼트가 1,400달러밖에 안 된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집을 산 이후 3~4년 동안 이자율은 더 떨어졌고 집의 가치는 부동산 붐으로 샀을 때보다 3배나 올랐다. 그 이후 큰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재융자를 서너 번했고 집을 더 넓히고 업그레이드 시켰다. 바바도스로 여행을 다녀오는 호사도 누려봤다. 그 동안 집 에퀴티에서 20만달러를 꺼냈다.

에퀴티 많이 꺼낸 데다 이자율 조정으로
모기지 갚을 능력없는 홈 오너들 속출

주택비용 과하게 높은 구조적인 경우는
통합 재융자·일시유예·처분 등 나서야

론 밸런스가 두배로 늘었지만 2005년까지만 해도 월 모기지 페이먼트는 400달러 밖에 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자만 내는 변동 모기지였기 때문이었다. 이 모기지의 초기 이자율은 겨우 3.75%였다.
“처음에는 아주 좋았다”고 이 부부는 말한다. 그러나 일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일 년이 지나자 이들의 모기지 이자율은 상향 조정됐고 월 페이먼트는 400달러 추가됐다. 때마침 남편은 모기지 브로커 일을 잃게 됐고,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을 20만달러 꺼냈다. 늘어난 페이먼트를 지불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것은 큰 잘못이었음을 이 부부는 이내 깨닫게 됐다.
“그렇게 많은 돈을 대출받은 것은 내 인생에 있어 최대의 실수였다”고 그는 말한다. “신들린 듯한 부동산 열풍에 붙들려버린 것이다”
아파스톨라치 부부는 극단적인 케이스이지만 지난번 부동산 열풍에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은 다른 많은 홈 오너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택 가치가 영원히 위로만 치달릴 것처럼 에퀴티를 마구 꺼내 집을 수퍼사이즈로 업그레이드 했다. 미국 주택의 중간평균 사이즈가 지난 10년 사이 16%가 늘어나 2,227스퀘어피트가 됐다.
집이 커지면 재산세가 늘어나고 냉난방비, 전기료 등 주택관련비용도 자연 늘어난다.
에퀴티 인출, 업그레이드 등으로 관련 주택 비용은 크게 늘어났지만 렌더들은 집값이 위로 오르는 붐이 계속되기에 융자 조건을 후하게 풀어줬다.
채무비율이 월 총소득(gross income)의 38%를 넘으면 융자가 거절되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 기간에는 많은 렌더들이 채무/소득 비율이 50% 또는 그 이상으로도 대출을 해줬다. 이자율이 아주 낮고 집값이 계속 오르는 한 주택 구매 한도를 이렇게 한껏 늘려놓아도 별 문제가 없었다. 오른 에퀴티가 있기 때문에 페이먼트가 어려우면 쉽게 재융자를 받아 지불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런 패턴은 오래 가지 않았다.
주택 붐이 가라앉으면서 렌더들은 융자기준을 조았고 주택 가치가 오르지 않은 경우에는 재융자가 어려워졌다. 동시에 초기 저리 변동 모기지인 경우 월페이먼트가 이자율 조정으로 최근 쑥 올라갔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집을 내던져야 하는 홈 오너가 속출하고 있다.
모기지 페이먼트가 수천달러씩 모자라게 되자 그동안 모아뒀던 저축에서 돈을 꺼내기도 하고 심지어 로스 IRA 등 은퇴 저축에서 인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됐다. 집을 팔고 이사를 가려고 해도 팔지 못해 진퇴양난에 빠진 이도 있다. 집이 무너지는 재정난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우선 상황 판단
주택 재정난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잘못돼 일어난 것인지를 진단해야 한다. 실직, 질병이나 일시적인 소득 감소로 인한 경우는 곧 만회할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을 지나치게 낙관했다거나 소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잘못 예상해서 빚어진 페이먼트 위기라면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

▶일시적 요인으로 인한 경우
수입에 일시적으로 차질이 생겨 페이먼트가 어려운 경우는 각종 지출을 줄이거나 조정하는 것으로 넘어갈 수 있다. 꼭 필요하지는 않은 헬스클럽 멤버십이나 여행비 등은 지출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원천징수를 줄여보는 것도 몇 백 달러 정도는 도움이 된다.

▶근본적으로 잘못됐을 경우
이미 지출을 최대한 줄였지만 별 도움이 안 될 때는 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홈 에퀴티 라인과 프라이머리 융자를 동시에 갖고 있다면 둘을 묶어 고정 모기지 하나로 재융자를 받으면 월 페이먼트를 수백달러는 줄일 수 있다.
20만 달러 고정 모기지 6%짜리와 10만달러 에퀴티 라인(HELOC) 9.25%짜리를 갖고 있다면 월페이먼트는 도합 2,230달러. 둘을 합쳐서 30만달러 30년 고정으로 재융자를 받으면 월페이먼트는 1,800달러로 월 페이먼트가 약 450달러 줄게 된다.

▶렌더의 도움을 청한다
재융자도 해결책이 못되고, 월 페이먼트를 못할 것 같으면 렌더에게 즉각 전화 걸어 일시 페이먼트를 줄여달라고 요청한다. 관용을 베푼다는 뜻의 forbearance라고 부르는 절차이다.
차압은 렌더가 가장 원치 않는 것이기 때문에 일시 유예시켜줄지도 모른다. 페이먼트 유예 필요성과 사정이 호전되면 다시 페이먼트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 유예시켜 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크레딧 점수도 해를 입지 않는다.

▶이사
다른 방법으로 집 페이먼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경우 집을 처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집을 산지 몇 년 된다면 집을 팔고도 이익이 좀 남는 것이 있을 가능성이 많다.
아파포스톨라치 부부는 결국 지난해 집을 처분했는데 비용을 제하고 3만5,000달러는 건질 수 있었다. 이 부부는 아내의 부모 집에서 두 아이와 함께 신세를 지고 있는데 새 직장을 얻어 앞으로 1~2년 내에는 다시 집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그러나 한 가지 교훈은 분명하게 얻었다. “지난번처럼 휘황찬란한 집은 절대로 사지 않을 것이다. 형편에 맞는 집이 제일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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