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매치기’ (Pickpocket)

2007-03-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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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청년의 범죄와 사랑통한 구원

강렬하고 섬세한 절제된 내면 성찰
도스토예프스키‘죄와 벌’에서 차용

선험적 스타일의 프랑스의 명장 로베르 브레송의 신선하고 아름다운 죄와 벌과 구원의 얘기로 1959년산 흑백. 상영시간이 단 75분인데도 깊은 영적 경험을 하게 되는 작품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서 내용을 차용했는데 소설 속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처럼 고독한 청년의 범죄와 여인의 지순한 사랑을 통한 구원에 관한 탐구다.
청년 미셸(마르탕 라살)은 마치 운명이라는 듯 소매치기가 된다. 돈 때문이 아니라 자기도 알 수 없는 내적 충동에 의해 범행한다. 그는 첫 범행부터 경찰에 체포되나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된다.
이어 미셸은 소매치기의 고수로부터 수련을 받는다(소매치기를 가르치는 몽타주 장면과 일단의 소매치기들이 지하철역에서 기술을 발휘하는 장면이 멋있는데 실제 소매치기가 라살을 지도했다).
미셸을 사랑하는 애인은 잔(마리카 그린)이나 미셸은 잔을 친구로 여긴다. 한편 형사반장(장 펠레그리)은 미셸을 주시하면서도 미셸의 범죄에 대한 개념에 이상한 매력을 느껴 그를 체포하기를 주저한다.
미셸은 파트너가 체포되자 먼 곳으로 도주한다. 몇 년 후 돌아온 미셸은 잔이 미혼모가 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미셸은 다시 범행을 하다가 체포된다. 감옥으로 면회 온 잔을 맞은 미셸은 그제야 비로소 자기가 잔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미셸은 감옥 철창 사이로 잔을 포옹하면서 “마침내 당신을 발견하기 위해 나는 참으로 이상한 길을 걸어 왔어”라고 고백한다.
미셸의 내면 음성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인간성과 우아함을 추구하는 내적 투쟁 그리고 이런 것들에 대한 궁극적 수용에 관한 얘기다. 명징하니 절제된 또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내면 성찰에 관한 영화다. 31일 하오 7시30분 LA 카운티 뮤지엄 빙극장(5905 윌셔).
이 영화에 이어 하오 9시부터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현대 인간의 고독과 관계 단절을 그린 뛰어난 드라마 ‘라벤투라’(L’Avventura·1960)가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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