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짜 큐브릭’(Color Me Kubrick) ★★★★(5개 만점)

2007-03-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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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큐브릭 감독의 전방위 사기행각

영국인 사기범 칸웨이 실화 그려
주연 존 말코비치의 명연기 감탄

90년대 런던을 무대로 자기를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라고 속이고 여러 사람에게 사기를 친 영국인 앨란 칸웨이의 실화를 영특하고 재미있게 묘사한 영화다. ‘2001: 우주 오디세이’와 ‘눈을 크게 감고’ 등을 감독한 영국인 큐브릭은 매스컴을 극도로 기피하고 은둔자처럼 살았는데 비행기여행을 싫어해 해외여행도 잘 하질 않았던 기인이었다. 칸웨이가 가짜 큐브릭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배경이 큰 작용을 했다.
각본을 쓴 앤소니 프리원은 ‘2001’을 시작으로 그 이후 큐브릭의 모든 영화를 위해 자료 연구원으로 일했고 이 영화로 감독에 데뷔한 브라이언 쿡은 ‘배리 린든’과 ‘샤이닝’을 비롯해 과거 30년간 큐브릭의 조감독 노릇을 했었다. 가짜 큐브릭 영화를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인 셈이다. 큐브릭을 모르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을 지닌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는 영화다.
영화는 칸웨이가 택시운전사, 성공하려고 애쓰는 가수와 밴드와 배우 및 돈 많은 사업가와 상류층 인사 등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종류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친 사기행위를 엮은 식으로 진행된다. 그 중간 중간 기자와 경찰과 남창 등이 칸웨이의 사기에 관해 논평하는 장면이 삽입됐다. 진행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칸웨이의 사기행각은 정말로 사람들을 얼마나 속이기가 쉬운가 하는 점을 잘 보여준다. 특히 사람들은 연예인 등 유명 인사의 힘에 간단히 매료돼 그 덕분에 칸웨이의 사기행각이 성공할 수 있었다. 사기를 당한 여러 지체 높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실수가 창피해서 칸웨이의 사기를 고발하지도 않았다. 칸웨이의 사기가 들통이 난 것은 그가 뉴욕타임스의 연극 평론가 프랭크 리치와 그의 부인 앨릭스에게 런던의 한 식당에서 “당신의 신문이 나에 관해 쓴 글이 난 맘에 안 들어요. 난 은둔자가 아니란 말이요”라고 한 말이 계기가 됐다.
이 영화는 칸웨이역을 맡은 존 말코비치의 교활할 정도로 유쾌한 연기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미국 액센트 때문에라도 볼만하다. 카멜레온 같은 명연기다.
성인용. 29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27일에 매그놀리아(Magnolia)에 의해 DVD로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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