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의 명화 ‘버마의 하프’

2007-03-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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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전장에 꽃피운 감동적인 인간애
일 명장 곤 이치가와 걸작 반전영화

가슴 속을 깊이 파고드는 아름답고 위대한 반전 영화로 일본의 명장 곤 이치가와가 1956년에 만든 흑백 걸작이다. 전쟁의 허무함과 참혹함을 사실적으로 보여 주면서도 상냥하게 인간성의 승리를 찬양한 감동적인 영화다. 베니스 영화제 대상 수상작.
2차 대전 말기. 태평양전쟁 중 버마전선에서 영국군에게 포로가 된 젊은 일본 군인 미주시마(렌타로 미쿠니의 차분한 연기가 훌륭하다)의 영적 변신을 그리고 있다.
영국군은 산악 동굴에 진을 치고 끝까지 싸우려는 일본군에게 항복을 권유하기 위해 미주시마를 굴로 보낸다. 그러나 결사 항전하는 미주시마의 전우들은 모두 전사하고 혼자 살아남은 미주시마는 가는 곳마다 널려 있는 일본군들의 사체를 보고 마음의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미주시마는 이같은 참혹한 상황 속에서 종교적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그는 수금을 켜는 승려로 변신, 귀국도 마다하고 죽은 사람들을 맨 손으로 매장하는 일에 몰두한다. 미주시마는 이같은 행동을 통해 전쟁행위에 대한 속죄를 하는 것인데 전사자들을 위한 비가이자 진혼곡인 이 영화는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면서도 희망적이요 신비감에 가득 차 있다.
프랑스의 명장 장 르느아르의 걸작 반전영화 ‘위대한 환영’(Grand Illusion·1937)과 함께 반전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 촬영과 음악도 매우 아름답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오랫동안 그 내용과 이미지가 가슴을 떠나지 않는 눈물이 흐르는 심오한 영화로 각본은 이치가와 감독(‘도쿄 올림피아드’ ‘배우의 복수’)의 아내인 나토 와다가 썼다.
크라이티리언(Criterion)은 지난 13일 이 영화와 함께 또 다른 이치가와 감독의 걸작 반전영화인 ‘야화’(Fires on the Plain·1959)를 디지털로 새로 뜬 DVD로 출시했다.
‘야화’는 2차 대전 필리핀 전투에 참전한 일본 군인들이 식량이 떨어지자 살아남기 위해 인육을 먹는 묵시록적 반전영화로 전쟁의 광기를 강렬하게 묘사했다. 둘 다 필견의 작품이다. 개당 3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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