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르바비카: 내꿈의 나라’

2007-03-02 (금)
크게 작게
‘그르바비카: 내꿈의 나라’ (Grbavica: The Land of My Dreams) ★★★½(5개 만점)

전쟁 후유증 녹여낸 감동적 모녀의 삶

작년 베를린 영화제 대상 받은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 영화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대상을 받은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 영화로 아직도 전쟁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라예보의 한 모녀를 통해 여인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전쟁이 남긴 비극을 통렬하고 감정 충만하게 묘사했다. 비단 보스니아의 전쟁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전쟁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좋은 영화다.
에스마는 사라예보의 그르바비카 지역에서 12세난 딸 사라와 단 둘이 산다. 이 지역은 1990년대 전쟁 때 수용소가 있었던 곳. 정부가 주는 돈만으로는 살기가 힘든 에스마는 낮에는 신발공장서 일하고 밤에는 나이트클럽의 웨이트리스로 일한다.
한편 사라는 사춘기에 들어선 조숙한 소녀로 학교가 마련한 여행에 가려고 하나 돈이 모자라자 어머니에게 죽은 아버지가 전쟁의 피해자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학교에 가져가면 여행경비를 할인해 준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에스마는 사라에게 늘 아버지가 전쟁의 피해자라고 말해 왔었다.
이 문제로 어머니와 큰 충돌을 한 사라는 에스마가 자기 여행경비를 전액을 마련하기 위해 시간외 근무를 한다는 것을 알고 크게 고민한다. 그리고 사라가 어머니를 추궁하다시피 해 알아낸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은 두 모녀 사이를 갈기갈기 찢어 놓을 만한 것임이 드러난다.
전쟁의 비참한 경험을 해본 사람들에게는 가슴을 치는 격한 감동을 느끼게 할 영화다. 특히 에스마역의 미라나 카라노비치가 균형 잡힌 아름다운 연기를 하면서 삶의 무거운 치욕에 짓밟혔으나 작은 것들에 만족하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대하는 여인의 모습을 차분하면서도 내성 강하게 보여준다.
에스마야말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가장 훌륭한 인생살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여 주는 인생 승리자라고 하겠다. 그녀의 그런 삶의 태도는 자기를 유린한 가혹한 운명에 대한 반격이다.
에스마와 함께 그르바비카의 전쟁서 살아남은 여자들을 통해 전쟁의 악몽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내적 추진력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성인용. 선셋5(323-648-3500) 플레이하우스 7(626-844-6500).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