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마지막 콘서트’

2007-02-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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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간 연습한 승욱이 학교의 음악 콘서트를 돌아오는 토요일에 한다고 안내지가 왔다. 유치원 아이들이 콘서트를 해봤자 뭐 그리 대단할까마는 미국 학교 선생님들과 부모들은 난리가 났다. 장소도 가까운 중학교의 강당을 빌려서 거창하게 하려나 보다. 하지만 매주 토요일 오전은 승욱이 개인 스피치 시간이 잡혀 있기 때문에 음악 콘서트 시간까지 맞춰 가려면 너무 빠듯하다.
선생님은 승욱이가 참석하지 안을까봐 노트에다가 대문짝만하게 ‘필히 참석 요망’이라고 써 보냈다. 그것도 불안했는지 전날 밤늦게 집으로 전화까지 왔다. ‘도대체 뭘 하기에 이리 난리인고.흠.’
토요일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지만 콘서트를 진행하는 중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주차장이 꽉 찬 상태였다. ‘헉? 웬 사람이 이리 많지?’ 콘서트 시작 5분 전에 도착한 나는 급한 마음에 학교 교문 앞에 차를 불법주차를 하고 승욱이만 안고 뛰었다. 멀리서 승욱이 선생님이 발을 동동 구르며 강단 위에 서있다. 난 “미안 늦었어. 여기 승욱이 받아” 강단 위로 애를 거의 던지다시피 해서 선생님에게 넘겨(?)주고 난 차를 다시 주차하고 강당으로 들어와 보니 벌써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미국 현역에서 은퇴한 뮤지션의 오프닝 음악이 끝이 나고 순서를 맡은 아이들이 나와서 율동도하고 피아노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간혹 실수를 해서 우는 아이들도 있지만 이 콘서트의 특별한 점은 모두 시각장애 아동들이 순서를 맡아 진행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보면 아주 시시할지 모르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유치원 아이들이 한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그저 몇 개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모든 부모와 이곳에 참석한 사람들에게는 감동인 것이다.
순서를 맡은 아이들의 연주를 하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강단 위에 작은 의자에 앉아 있다. 그 중에 승욱이도 의젓하게 끼어 있다. 누가 승욱이 엄마 아니랄까 봐 내 눈엔 승욱이만 보인다.
일곱 번째. 드디어 승욱이의 순서가 되었다. 선생님의 손을 잡고 무대에 친구와 마주보고 승욱이가 앉았다. ‘아들아, 파이팅!’ 속으로 응원을 하고 눈을 왕방울 만하게 뜨고 승욱이를 보고 있었다.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소리에 승욱이가 박자를 맞추며 무릎 한번 치고, 박수 한번 치고, 앞의 친구와 함께 서로의 손뼉 한번 치고 그리고 박수 한번 치고 무릎 한번 치고. 보는 아이들도 이 리듬을 정확히 맞추기 힘든데 어찌 승욱이가 이 어려운 리듬을 할 수 있을까.
무대 위에 앉아서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는 아이가 내 아들이라니 너무 기뻐서 춤이라도 추고 싶다. ‘장하다 내 아들. 역시. 넌…’
승욱이 순서가 끝이나니 정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듯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의 환호를 듣고 있는지 승욱이도 어깨를 으쓱하며 뭔가를 해냈다는 얼굴이다.
콘서트가 끝나고 승욱이를 데리고 선생님이 무대로 내려왔다. “오길 잘했지 안 왔어봐. 승욱이의 마지막 콘서트 못 볼 뻔했잖아”
난 “어떻게 연습 시켰어?” 이에 선생님은 “원래 승욱이는 리듬 박사야. 몰랐지?”
승욱이와 차를 타고 집에 오면서 “승욱아, 오늘 엄마가 별로 기대하지 않고 왔었는데 너무 감격이다. 하나님이 어쩌면 이리도 널 잘 만드셨지? 넌 너무 완벽한 것 같아. 오늘 우리 아들의 새로운 면을 보게 돼서 엄마는 너무 기뻐. 너도 기쁘지?”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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