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벽 여는 다운타운의‘수산시장’

2007-02-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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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내음‘솔솔’싱싱한 활어‘펄떡’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붙잡고 찾았던 바다 냄새 가득한 수산시장.
어두운 새벽을 밝히는 백열등이 아무렇게나 걸려있고 큼지막한 수족관을 갖추었던 생선 가게들이 줄지어 섰던 모습은 수산시장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정겨운 모습이다.
생선가게의 대표 주자는 뭐니뭐니해도 싱싱한 활어. 커다란 유리 수족관을 누비며 헤엄을 치는 활어 중 가장 싱싱해 보이는 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시커먼 장화를 신고 두꺼운 고무장갑을 낀 생선가게 아저씨들이 그 자리에서 뜰채를 사용해 펄떡펄떡 날뛰는 싱싱한 생선을 잡아주곤 했다.
이렇게 구입한 활어와 산낙지, 게, 해삼과 멍게를 옆에 있던 식당에 가져가면 바로 먹을 수 있게 쌈과 야채를 서브해 줬다. 수산시장에서 막 잡아서 회를 떠먹는 활어회의 맛은 마치 동해바다를 그릇에 담아 온 듯한 싱싱함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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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시장‘하버 마린 프러덕트’의 김준도 사장이 막 회를 뜬 신선한 참치를 포장하고 있다>


반가운 사실은 LA 다운타운에도 싱싱한 활어와 해산물을 취급하는 수산시장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 다운타운에는 7~8개의 수산시장이 있다. 이 중 스시의 본고장 일본인이 운영하는 곳이 50%, 한인이 운영하는 곳이 40%다.
최근에는 한인 운영 일식당이 점점 늘면서 한인들의 생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 수산시장은 주로 일본과 한국, 동부에서 직송한 싱싱한 해물을 취급한다. 도미와 광어, 참치, 연어, 새우와 가제 등 각종 생선과 해산물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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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 수산시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싱싱한 해산물을 만날 수 있다>

<다운타운‘하버 마린 프러덕트’>

한국 등서 직송한 해산물 즐비
참치 하루에 600파운드 취급 “유명 일식당들 단골”

어두움이 아직 걷히지 않은 새벽 4시. 다운타운 7가와 샌 피드로 인근에 위치한 수산시장 ‘하버 마린 프러덕트’(Harbor Marine Products, Inc.)에는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김준도 사장, 대니엘 김 부사장을 비롯한 수산시장 직원들이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이들은 이른 새벽부터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을 고르러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부지런히 생선을 다듬고 디스플레이 한다. 광어와 랍스터, 오징어, 도미, 아귀, 농어 등 생선의 종류도 너무나 다양해 마치 바닷가 항구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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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을 깨우는 다운타운 수산시장. 한국과 일본, 동부에서 직송된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이 가득하다>

살아있는 광어는 물탱크에 담아 운송하는데, 생선 가격의 1/3이 운송비에 들어갈 정도로 신속한 운송에 공을 들인다. 이 때문일까. 물탱크에서 막 꺼낸 활어들은 펄떡펄떡 날뛰는 것이 기운들도 세 보인다. 하루 취급하는 생선의 양이 참치만 600파운드 정도라니 그 엄청난 물량의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수산시장의 생명은 싱싱함 즉, 물건이 얼마나 빨리 들어오고 나가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신선도가 제일이기 때문에 팔리지 않을 것 같으면 밑져서라도 모든 생선을 처리하지요. 절대 오래 보관하지 않습니다.”
대니엘 김 부사장이 설명하는 하버 마린 프러덕트의 신조다. 워낙 생선 수요가 많아 물건이 잘 남지도 않지만, 혹시라도 남으면 원가도 안 받고 파는 한이 있어도 물건을 남기지 않는다. 1년에 1~2번은 한국에 직접 나가 원하는 생선과 종류를 고르는데 까다로운 고객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더욱 정성을 들인단다.
김준도 사장과 대니엘 김 부사장의 안목을 믿는 단골 손님도 많다. 솔뱅에서 일식점을 운영하는 지나 배씨는 2~3시간의 운전도 마다 않고 1주일에 2~3번 하버 마린 프러덕트를 찾는다. 배씨는 “가장 싱싱하고 물 좋은 재료를 찾기 위해 직접 장을 본다”고 설명했다.
하버 마린 프러덕트는 수라와 아라도, 후루사또, 긴자, 다호갈비, 미조리, 아리아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 일식당에 생선을 공급한다. 김준도 사장은 “최근 한인타운에 생선 수요가 12~20% 가량 늘어나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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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 마린 프러덕트의 직원이 새벽 손님들을 위해 싱싱한 생선을 들어보이고 있다>

수산시장, 토요일에 소매 많아
한인엔 농어·광어·도미 인기

수산시장은 평일에는 주로 일식당 전문점에서 도매로 구입하는 손님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토요일에는 소매 손님도 많이 몰린다. 한인들은 주로 농어와 광어, 도미 등 횟감을 많이 구입하며 멕시칸 고객들에게는 새우가 인기다. 좀 더 신선한 생선을 구입하고 싶다면 좀 더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자.

▲생선, 이렇게 골라라.
첫째는 색이다. 생선의 아가미를 들춰보았을 때 입안에 선명한 붉은 색이 보여야 싱싱한 생선이다. 색이 어둡거나 선명하지 않으면 오래된 생선이므로 피한다.
두 번째는 생선의 윤기다. 싱싱한 생선은 비늘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지만 오래된 생선은 윤기가 없다. 물을 뿌려도 오래된 생선의 윤기는 금방 없어지므로 반들반들 하고 윤기가 흐르는 생선을 고를 것.
세 번째 방법은 생선의 배를 갈라보는 것. 생선을 칼로 잘랐을 때 생선의 살이 결을 이루며 잘 떨어지는 생선이 싱싱한 것이다. 칼에 살점이 묻거나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은 오래된 생선이다.

▲시기에 따른 생선구입 요령
참치와 같이 색깔 있는 살의 생선은 겨울이 제철이다. 참치와 연어 등은 사계절 내내 선호되지만 특히 겨울철에 맛있다. 반면 흰 살 생선은 여름이 제철인데 광어와 도미, 농어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가격과 영업시간
생선마다 천차만별이다. 가장 많이 나가는 참치의 경우 옐로핀은 파운드 당 8.80~9.50달러, 빅아이는 11.50달러, 블루핀은 36달러다. 월~토요일 주 6일 오픈하며, 영업시간은 오전 4시~오후 3시.

▲주소와 전화번호
1020 E. 7th Street, LA. (213)896-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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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시장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싱싱한 생선들>

글 홍지은·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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