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안 규칙 만들기와 지키기’

2007-02-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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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런팅’3월호가 알려주는‘집안 규칙 만들기와 지키기’

‘안전’을 최우선으로 ‘죄와 벌’ 균형있게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메워 나가다 보면 삶의 우선순위들이 뒤바뀌기도 하고 꼭 해야 하는 일인 줄 알면서도 방치하고 마는 일이 종종 생긴다. 이런 틈을 타 아이들은 부모의 한계상황을 시험하기도 하며 자신에게 쳐져 있는 울타리의 범위를 벗어나려는 시도도 해보면서 부모를 테스트한다. 때문에 집안에서도 규율이 필요하다. 가족의 동의하에 혹은 부모의 권위로 정해진 규율은 모두가 지켜야 가풍이 바로 서는데 규칙은 어떤 것을 정해야 하며 어떻게 함께 규율을 지키도록 조율해 나가야 할지 그 노하우를 ‘페어런팅’ 3월호가 소개하고 있다.


나이별로 적용 수위 다르게 하고
부모가 잘지켜야 아이들도 따라
방문·게시판 등에 써붙여도 효과

유아들은 새로 페인트 한 벽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자신의 키를 재서 연필이나 크레용으로 표시해 놓기도 하며 금방 닦아놓은 유리창에 밥풀 묻은 손바닥 자국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간섭하지 않으면 날카로운 도구로 문에 조각품(?)을 새기기도 하며 침실에 먹던 과자부스러기를 흘려서 개미가 들끓기도 한다.
아이가 한 가정에 가져다주는 재미와 베니핏은 일일이 나열할 수도 없을 만큼 많고도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천방지축인 아이들이 만들고 저지르는 문제 또한 만만하지 않다. 샌드박스에서 놀다온 아이는 온 거실과 집안에 모래를 흘리고 다니기도 하고 들판에라도 나갔다가 오면 아이의 방은 잡풀과 푸성귀로 가득하다.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치우고 고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서 말귀를 알아들을 정도가 되면 규칙을 정해놓고 스스로 지키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안전을 제일로 규칙을 정한다
집안 규칙은 집집마다 다를 수 있다. 청결을 중요시하는 가정이 있고 위생을 제 우선으로 여기는 집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이를 둔 집안은 안전이 제일 우선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때문에 침대에서는 뛰지 말아야 하며 아이들이 사용하는 화장실 문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하고 침실문도 잠그지 말도록 규칙을 정해야 한다고 귀띔한다.
■현실적이어야 한다
규칙이 정해진 다음 전 가족이 한결같이 지켜야 한다는 것은 무리다. 아이들은 각자 발달단계가 다르다. 예를 들면 6세난 형에게는 메일박스에서 우편물 꺼내오는 책임을 맡길 수 있지만 3세난 동생에게 그 일을 맡기면 길거리로 혼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취침 시간도 마찬가지다. 침대에 들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나이가 많은 자녀는 좀 더 늦게까지 깨어있을 수 있는 연령별 특권이 주어져야 한다.
■죄질과 벌은 균형이 맞아야한다
놀러온 친구와 장난감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며칠간 플레이데이트(playdates)를 중단하는 것이면 족하다. 식탁에서 행동이 방정하지 않았다면 즉각 식탁을 떠나게 하는 벌을 주면 된다. 또 마음이 가는대로 자연스럽게 놓아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면 허락 없이 형제자매의 물건에 손을 댔다면 당사자가 힐난조로 따지거나 신경질을 부릴 것이다. 이때 부모는 개입하지 말고 잘못한 아이가 수모를 당하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벌칙이 될 수 있다. 잘못한 책임을 받아들여 성장의 기회로 삼도록 해주는 것이다.
규칙을 강화하거나 느슨하게 할 때는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전에는 거실에서 음식을 먹게 했다가 음식은 식탁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규칙을 강화하려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전에는 거실에서도 음식을 먹게 했지만 지난번에 주스가 엎질러져서 카우치를 버리는 바람에 세탁에 애를 먹어서 이젠 먹고 마시는 것은 식탁에서만 하도록 했다”라고 자세하지만 그러나 강경한 어조로 말해주라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이때 물론 아이가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면 동정이나 자애심을 표현하는 것은 괜찮다고.
■규칙을 써 붙이는 것도 효과적이다
듣는 것에 민감한 아이가 있고 보는 것에 더 민감한 아이가 있다. 사용하는 교육 자재에 따라 인식하고 감지하는 정도가 아이마다 다르다. 그러니 규칙을 말로도 하지만 아이들 방문 혹은 집안의 게시판 등에 써서 붙여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규칙을 흥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음식은 식탁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명문화해서 냉장고에 붙여뒀지만 친구가 와서 슬립오버 하는 날 등은 피자를 가지고 이층 침실로 올라가도 괜찮다고 선심을 베풀어줄 때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도 아이 측에서 먼저 흥정을 붙여올 때에 한해서이다. 아이는 제 나름대로 숙고해서 말할 것이다. “엄마, 침실 바닥에 타월을 깔아서 음식이 떨어져도 카펫을 버리지 않도록 조심할 테니 피자를 침실에서 먹게 해주세요. 친구가 와있는 날만요”
■규칙은 부모도 지킨다
우리의 참 모습은 가정에서 나타난다. 부모가 좋은 본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한 대로 실천하지 않는 위선자가 되면 아이들은 그 모습을 그대로 보고 배운다. 인생은 가르치는 것이라기보다는 보고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교육자들은 말한다. 물론 부모로서의 특권과 예외는 있을 수 있다. 어른이기 때문에 밤늦도록 TV를 시청할 수 있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입안에 음식물이 있을 때는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그것이 집안에서의 규칙이라면 부모도 같은 선상에서 지켜줘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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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들은 규칙을 알고는 있어도 자아통제력이 약해 때로는 스푼을 서랍에서 꺼내 바닥에 흩뜨리는 등의 실수를 저지른다>

집안에 들어오기 전 먼저 설명해줘야

■집에 놀러오는 아이들 친구도 집안 규칙을 지켜야 하나?
대답은 예스이다. 아이들 친구는 다른 규율과 다른 문화에서 생활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내 집에 발을 들여놓으면 내 아이와 같은 규율을 적용시키는 것이 그리 예의에 벗어나지 않는다고 ‘좋은 부모되기’(Parenting for Good)의 저자 마빈 버코위츠 박사는 말한다.
단 아이의 친구가 집에 도착했을 때 당황하지 않게 차근차근 집안의 규칙을 먼저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먹고 싶은 스낵이 있으면 냉장고나 팬트리 문을 직접 열지 말고 요청을 하라는 등 또 신발은 벗고 들어오고 벗은 신발은 현관문 안에 가지런히 들여 놓으라는 것 등을. 이때 아이가 자신의 집에서는 신발을 신고 생활한다고 이쪽 규칙에 반기를 들고 나오면 “너의 집안에서는 그렇게 하지만 우리 집안에서는 이렇게 한단다”라고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한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그 아이 부모가 픽업할 때 얘기를 해서 동조를 구하는 것이 방법이다. 그리고 내 아이에게도 친구 집을 방문하면 그 집 규칙을 따르도록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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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은 말로도 일러줘야 하지만 문에 써서 붙이는 것도 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들에게는 효과적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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