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페 세타레’ (Cafe Setareh)★★★½(5개 만점)

2007-02-16 (금)
크게 작게
핍박받는 이란 여성들의 삶과 꿈

테헤란 후진동네 카페 배경으로
동시간 세여인 얘기 챕터로 엮어

현재 이란 여성들의 삶의 좌표와 그들이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겪는 갖가지 어려움과 핍박 그리고 여인들의 꿈과 사랑을 솔직하고 진지하며 사실적으로 그린 훌륭한 작품이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진지한 내용과 연기 그리고 감독과 출연진의 작품에 대한 애착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테헤란의 후진 동네에 사는 세 여인의 이야기를 동네에 있는 세타레 카페를 중심으로 엮어 나간다. 특이한 것은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세개의 챕터식으로 구분해 묘사하면서 교묘히 엮었는데 마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의 각본을 연상케한다.
카페의 주인은 중년의 화리바(아프사네 바이간). 그녀는 고생하며 하루 하루 번 돈을 무직자로 약물 중독자인 남편에게 고스란히 뺏기고 매까지 얻어 맞는다. 이런 폭군을 증오하는 것이 화리바의 소심한 남동생 코스로인데 그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비극이 일어난다.
셋중 가장 젊은 살루메(하니예 타바솔리)는 눈이 멀어가는 아버지를 돌보며 사는 아름다운 여인. 그녀는 사랑하는 애인 에비와 결혼해 작은 아파트에서 아기 낳고 사는 것이 소박한 꿈.
그러나 미캐닉인 에비는 가난해 결혼비용을 마련할 여력이 없다. 에비가 자기 친구인 코스로를 보호하면서 자신 역시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몰룩은 생활이 넉넉한 중년 여인. 짝을 찾지 못해 속병이 나게 된 몰룩은 연하의 코스로를 사랑하나 코스로는 몰룩을 이웃 여인으로서 좋아할 뿐이다. 몰룩은 TV의 몸매가꾸기 프로를 따라 열심히 운동하며서 어떻게 해서든 코스로를 유혹해 보려고 하나 별무효과다.
세 여인 중 화리바와 살루메의 삶은 어둠에 싸인 채 끝이 나나 몰룩만은 해피 엔딩을 맞는다. 여인들의 삶의 모습이 옛 날 한국 여자들의 현실을 생각나게 한다. 구습에 얽매여 사는 여인들이지만 살루메의 마지막 모습을 통해 자립하고 독립하려는 이란 여성들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감독 사만 모가담. 성인용. 뮤직홀(310-274-6869).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