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2007-02-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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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

승욱이 학교에서는 매주 월요일 현역에서 은퇴한 나이 지긋한 뮤지션들이 학교에 와서 아이들과 음악시간을 나눈다.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뮤지션의 눈가에 선함과 장애아동들의 행복해 하는 모습에 이곳이 바로 천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몇 주후면 승욱이 학교에서 뮤지션들과 함께 하는 뮤직 콘서트가 있다고 했다. 승욱이도 한 코너를 맡아서 요즘 연습에 한창이라고 선생님이 편지가 왔다. ‘흠. 도대체 무엇을 연습하는고?’
지지부진하게 날짜는 흐르고 있다. 한가한 저녁시간 힘없이 걸려온 남편의 전화가 또 나를 땅 끝으로 떨어뜨린다.
금전적으로 굉장히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고 당분간 생활비도 보내주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나 또한 직장을 그만두고 있는 상태라 당황하기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남편도 무진장 고민 끝에 한 전화이기에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일단 알았다고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당장 돌아오는 달에 페이먼트 낼 것이 걱정이다.
다음날 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봐요, 젊은데 뭐가 걱정인가. 당신이 회사를 잘린 것도 아니고 나 또한 곧 나가서 일자리를 구하면 되고. 영감, 열심히 파이팅 합시다. 그려.” 남편에게 기운을 북돋워주고 전화를 끊고 나니 긴 한숨이 나온다.
‘아.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어쩌면 이리 없지? 아버지 돌아가시고 근근이 살아가는데 이게 또 뭐야. 어떻게 살지?’
서둘러 일자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 구인광고를 들여다보고 내가 갈 만한 곳을 찾고 있다.
일자리 찾는 것에 정신이 팔려있는데 승욱이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교장선생님이다. “기숙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대기자들을 다 물리치고 승욱이부터 기숙사에서 등록을 받아 주겠데. 잘된 일이지? 승욱이 녀석 럭키 가이야. 하하하.”
순간 왜 이리 눈물이 핑 도는지. “그래? 지금 등록하면 언제쯤 가는 건데? 절차가 복잡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 교장선생님은 “아니, 여러 가지 준비서류만 구비가 되면 학교 가는 날짜와 맞춰서 기숙사로 들어갈 수 있을 거래. 전화번호를 일러줄 테니까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봐.”
지난번 학교투어 갔을 때 봤던 디렉터여서 전화를 걸었더니 아주 반갑게 아는 체를 한다.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에 필요한 서류를 집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뭐야. 이건 아닌데. 이건 내 계획에 있던 일이 아니잖아. 왜 자꾸 이상한 쪽으로 일이 몰아가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왜!’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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