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빵 ‘니들이 그 맛을 알아?’

2007-01-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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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한국영화‘얄개시대’를 보면 그 시절 젊은이들의 주된 만남의 장소는 ‘빵집’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곰보(소보루)빵과 단팥(앙꼬)빵, 크림빵, 소라빵 등 기껏해야 3~4가지 종류의 빵이 접시에 수북이 쌓여 나오면 영화의 주인공들은 포크를 집어 들고 빵에 꽂았다. 그리고 우유나 크림(주로‘프리마’를 넣었을 것이다)이 잔뜩 들어간 ‘다방 커피’를 마시며 수줍은 대화를 나눈다.
지금 생각하면 촌스럽기도 하고 진부해 보인다. 하지만 그 시절 빵집은 재즈음악이 흐르는 지금의 커피 전문점이나 근사한 패티오가 있는 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순수함과 소박함을 주었다.
한국에서 유행한 다양한 종류의‘신세대’대형 베이커리 체인들이 최근 LA 한인타운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다양한 종류의 유럽 스타일, 퓨전 스타일의 빵을 선보이며 로컬 고객몰이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이제 타운 곳곳에서도 곰보빵과 단팥빵보다는 페이스트리와 바게뜨를 더 많이 판매하는 빵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옛날부터 이어져온 한국식‘전통 양과’전문점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달콤한 곰보빵과 단팥빵은 말할 것도 없다. 쫀득쫀득 부드러운 빵 속에 달콤한 초컬릿 크림이 들어있는 소라빵과 부드러운 크림 맛이 일품인 크림빵, 바삭바삭한 센베이, 달콤한 밤맛의 만주….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전통 빵을 굽고 있는 이들 빵집은 “우리 입맛에는 역시 곰보빵과 단팥빵이 최고”라고 말하는 올드타이머는 물론 1.5세와 2세들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화려하진 않아도 소박·정겨운
소라빵 크림빵 밤빵 등 전통빵
유럽·퓨전스타일 공략에도
‘변함없는 맛’으로 인기 계속


첫사랑처럼 달콤한 맛 “못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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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양과의 명맥을 이어가는 만미당의 직원들이 막 구워낸 따끈따끈한 식빵과 호박빵, 밤빵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한인타운 전통양과 전문점>

■만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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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미당의 신선한 빵들>
9가와 웨스턴에 위치한 ‘만미당’에 가면 언제나 빵 굽는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만미당은 14년 동안 한결같이 소박한 한국 전통 빵집의 명맥을 이어왔다.
가게 내 빵공장에서 구워내는 곰보빵과 단팥빵, 버터빵, 보리빵, 야채빵과 고로케, 맘모스 빵, 생과자와 밤과자 등이 가득하다. 유럽이나 퓨전 양과가 입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첫사랑과 같은 반가운 빵이다. 특히 고소한 밤이 듬뿍 들어간 밤빵과 옥수수 식빵, 우유 식빵과 호박빵, 7곡 식빵 등은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LA타임스와 채널 28번 뉴스 등 주류 언론에서도 취재했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빵 반죽을 만들 때 물은 단 한 방울도 넣지 않고 대신 신선한 우유를 사용해요. 또 트랜스 지방도 전혀 사용하지 않아 맛과 영양이 좋습니다.”
만미당의 제니퍼 이 사장이 자신 있게 밝히는 ‘맛의 비결’은 재료값을 아끼지 않고 최고급 재료를 듬뿍 사용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계속해서 빵을 구워내기 때문에 빵 맛이 더욱 신선하다는 설명이다.
1년 365일 문을 닫지 않는다. 영업시간은 오전 7시~오후 10시.
869 S. Western Ave. #4, LA.
(213)389-8844

■뉴욕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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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제과에는 다양한 종류의 조각 케이크가 가득하다>
“수수하고 담백한 전통의 맛을 전하겠습니다.”
8가와 베렌도 인근에 위치한 뉴욕제과는 23년 전통을 자랑하는 전통 명과와 케이크 전문점. 한국의 대표적 제과업계인 한국 뉴욕제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빵과 케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단팥빵과 카스텔라 등 정겨운 한국식 명과뿐만 아니라 한 입에 먹기 좋은 형형색색의 조각 케이크도 가득하다. 레몬, 초컬릿, 과일 타르트, 웨딩 케이크, 롤 케이크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맛도 지나치게 달지 않으면서 감미롭고 부드러워 한인들 입맛에도 그만이다.
“웨딩 케이크나 각종 행사용 케이크가 특히 유명해요. 뉴욕제과의 생화로 장식한 케이크는 타운 최고라고 할 수 있지요.” 뉴욕제과의 다양한 케이크는 각종 행사용으로 특히 인기가 있다. 고객의 80%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로 주류사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 7일 오전 7시~오후 9시 영업한다.
3120 W. 8th St., LA. (213)385-3125

▲이 밖에 전통명과 제과점
6가와 웨스턴에 위치한 ‘케이크 타운 가든’, 한남체인 마켓과 코리아타운 플라자에 위치한 ‘올리브 제과’, 윌셔와 맨해턴 애비뉴의 ‘빵굼터’, 가주마켓과 한국마켓, 채프만 플라자 내 ‘보스코’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빵집들에서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겹고 맛있는 한국식 전통 빵과 케이크, 신세대 감각의 퓨전 빵도 함께 찾을 수 있다.
화려함과 세련됨보다는 소박함과 친근함, 정겨움을 선사하는 전통 제과점. 올드타이머를 비롯해 전통 빵맛을 선호하는 단골 고객들의 지지를 받으며 신세대 대형 제과업체의 도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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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케이크나 각종 행사용 케이크로 유명한 뉴욕제과는 히스패닉과 주류사회 고객이 80%를 차지할만큼 그들속에 깊숙히 파고들었다>

<베이킹 강사 송승은씨의 소보루 빵 레서피>


온가족 함께 모여 반죽하고 쳐대며 즐거운 쿠킹타임

전통 양과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소보루 빵은 재료 준비하는데 번거롭기는 하다. 하지만 소보루를 준비하는 과정이 독특하고 재미있어 가족과 함께 만들어 먹기 좋은 음식이다. 친지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맛있게 만들어 먹자.
애나하임 베이킹 강사 송승은씨가 전하는 소보루 빵 만들기 레서피를 덤으로 소개한다.

▲재료:
<빵 반죽> 강력분(bread flour) 400g, 박력분(cake flour) 100g, 소금 8g,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 15g, 설탕 74g, 버터 50g, 달걀 100g, 생크림 25g, 우유 100cc, 물 75cc
<소보루> 버터 130g, 설탕 150g, 아몬드 페이스트 12g, 바닐라 에센스 약간, 노른자 2개, 중력분(all purpose flour) 250g, 베이킹파우더 4g, 베이킹소다 2g, 달걀 물(달걀 1개+우유 2큰술)

▲만들기:
<빵 만들기> 밀가루 두 가지(강력분과 박력분)를 섞어서 체에 두 번 내려 반죽대 바닥에 화산처럼 가운데를 파 놓는다. 소금과 이스트, 설탕, 버터를 서로 닿지 않도록 넣고 가볍게 섞는다. 멍울 푼 달걀과 생크림 우유를 넣고 물을 부어가며 반죽한다. 밀가루가 덩어리로 뭉쳐진 후 끈기가 생기도록 바닥에 내리치며 반죽이 차질 때까지 10~15분간 주물러 반죽한다. 반죽에 신축성이 생기고 차져 매끈해 지면 랩을 씌워 30분간 1차 발효한다. 반죽이 두 배로 부풀어 오르면 가볍게 두드려 개스를 빼준다. 개스를 뺀 반죽을 50g 정도로 나누어 둥그렇게 둥글린다. 둥글린 반죽 위에 마르지 않도록 랩을 씌워서 10분 정도 중간 발효한다.
<소보루 만들기> 커다란 보울에 버터를 넣고 잘 저은 뒤 설탕, 아몬드 페이스트를 넣는다. 바닐라 에센스를 넣고 섞어준다. 달걀을 버터와 분리되지 않도록 천천히 섞어준 뒤 크림 상태가 되도록 젖는다. 체에 친 밀가루와 베이킹 소다,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골고루 섞은 뒤 손으로 부슬부슬 하게 만들어 소보루를 만든다.
<완성하기> 넓적한 접시에 소보루를 놓고 중간 발효된 반죽에 달걀 물을 바른 뒤 손으로 꾹 눌러 붙인다. 철판에 간격을 두고 따뜻한 곳에서 30~40분간 또 발효한다. 400도 예열해 놓은 오븐에 10분간 굽는다.

글 홍지은·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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